책소개거대하고 복잡한 현대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뜻밖에도 못, 바퀴, 스프링, 자석, 렌즈와 같은 아주 작고 단순한 사물들이다.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물 7가지가 현대인의 삶을 어떻게 뒤바꿨는지 말해주는 이 책은 수천 년에 걸친 공학적 발명의 놀라운 여정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베스트셀러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에서 거대한 건축물에 숨겨진 이야기를 전해준 로마 아그라왈은 못의 발명이 어떻게 현대적인 고층 건물로 이어졌는지, 자석의 발견이 어떻게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 일조했는지 설명하며 공학이 우리의 생활 방식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는지 펼쳐 보인다. 과학과 역사, 기술적 원리와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촘촘하게 얽혀 있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주변의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탐구하고 일상에서 공학의 경이로움을 발견해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될 것이다.
저 : 로마 아그라왈 구조공학자.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구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더 샤드(The Shard)’를 포함해 다리와 터널, 기차역과 마천루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일부를 설계하고 만들어왔다. 어린 시절,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 혼자 물건을 분해하고 그 속을 파고들던 소녀는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공학자가 되어 자신을 평생 매료시켜 온 주제, 거대하고 복잡한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작은 사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 2011년 구조공학자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젊은 공학자상, 2014년 올해의 여성공학자상, 2017년 영국왕립공학회가 가장 뛰어난 공학자에게 수여하는 루크상을 수상했고, 2018년 영국제국 훈장(MBE)을 받았다. 첫 책인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은 잘락상 최종 후보, 미국과학진흥회(AAAS) 2019 올해의 과학책으로 선정되며 작가로서의 재능 또한 증명했다. 이번 책 《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것들의 과학》은 2023 영국왕립학회 과학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역 : 우아영 과학 기자. 동아사이언스에서 5년간 과학 전문지 『과학동아』를 만들었고, 1년간 유튜브 채널 [과학 읽어주는 언니]를 운영하며 독자와 구독자를 만났다.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연료전지를 공부했다. 발화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소방관들의 노고를 담은 기사로 2017년 1월 한국과학기자협회 ‘이달의 과학기자상’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빅 히스토리』(공역), 『빌트, 우리가 지어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공역)이 있다. yes 24 |
머리말
이 세계의 구성 요소를 이해하는 일
부러진 크레파스들이 눈앞에 어지러이 놓여 있었단다. 한숨이 나왔단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단다.
아마 다섯 살쯤이었을 거란다. 부모님, 여동생과 함께 눈 덮인 뉴욕주 북부에 살던 때였단다. 1980년대 당시 그녀는 샌드위치나 과자, 보온병 따위를 넣는 커다란 직사각형 도시락통 여러 개를 엄선해서 갖고 있었단다. 그중에서도 그녀 앞에 열려 있던, 앞면에 머펫츠 캐릭터가 그려진 도시락통은 특히 좋아하는 거였단다. 거기엔 음식 대신 그녀만의 어마어마한 크레용 컬렉션을 보관했단다. 길고 짧고 굵고 가느다란 색색의 크레파스란다. 아이들 대부분이 그렇듯 그녀도 게속 호기심을 품고 있다가 어느 날 결심했단다. 크레파스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내기'로. 그래서 크레파스를 감싼 종이를 벗겨낸 뒤, 열려 있는 도시락통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크레파스를 하나씩 찧어 두 동강 냈단다. 하지만 크레파스 속은 여전히크레파스만 빽빽이 들어차 있을 분이었고, 그녀의 기대는 무참히 꺾였단다. 여동생은 엄청 실망했지만 그녀는 그냥 계속 했단다.
조금 더 자라서 연필로 글짜를 쓰기 시작했을 땐 종이 위에 흔적을 남긴 그 회색 막대가 연필 전체를 관통하는지 궁금해 연필깍이 안에 넣은 보고 돌려보곤 했단다. 예상이 맞았단다. 그 뒤엔 곧 펜을 쓰기 시작했단다. 펜을 분해하자 훨씬 흥미로운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단다. 어린 시절 크레파스는 그녀에게 실망을 안겼지만, 만년필과 볼펜에서는 나사산이 파인 두껑이 있었고 거기에 가느다란 잉크 카트리지와 나선형 용수철이 연결돼 있었단다.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 혼자 물건을 해체하곤 했는데, 다른 사람이 그럴 때에도 옆에서 참견하기 일쑤였단다. 인도에서 자라는 동안 텔레비전 화면에 검은 선이 그어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그것을 분해하는 모습을 봤단다. 텔레비전 내부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훗날 물리학 학위를 받은 뒤에야 그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단다. 사실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한 건 우주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고 싶어서였단다. 학창시저리 끝나갈 무렵 원자물리학과 입자물리학에 매료되었단다. 한때 더 이상 쪼갤 수 없다고 여겼던 원자가 전자, 양성자, 중성자로 이뤄져 있다는 게 밝혀지고, 이것들이 '물질의 기본 요소'라는 전당에 오르는 듯했지만 머잖아 쿼크라는 더 작은 요소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에 그녀의 마음을 쏙 빼앗겼단다. 이해를 하든 못하든 당시 그녀는 사물이 무엇으로 구성되고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보는 데에 푹 빠져 있었단다.
복잡한 사물은 더 작고 단순한 것들로 이뤄져 있단다. 우주의 구성 요소도, 살이 있는 생명체도, 인간의 발명품도 마찬가지란다. 그녀는 꽤 운이 좋아서 사물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어린시절의 호기심을 업으로 삼을 수 있었단다.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기계와 건물.일상 속 물건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중심부에 위치한 요소들에 끝없는 매력을 느꼈단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감정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란다. 그럴 써 내려간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란다.
엔지니어링은 어머어마한 분야지만 뛰어난 업적 중 일부는 규모가 작거나 무척 단순한 형태란다. 우리 주변의 모든 인공물에는 기본 구성 요소가 들어 있고, 이것들이 아니었다면 모든 복잡한 기계는 존재할 수 없었을 거란다. 언뜻 재미없이 보일 수도 있단다. 작고, 때론 숨겨져 있단다. 하지만 전부 공학적으로 놀라운 위업에 해당한단다. 그 안에는 수천 년까진 아니더라도 최소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매혹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단다. 르네상스 시대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복잡한 기계의 기초가 되는 여섯 가지 '단순 기계'를 정의했단다. 지렛대, 바퀴와 축, 도르래, 빗면, 쐐기, 나사란다. 하지만 이건 너무 구식인 데다 그녀가 보기엔 충분한 설명도 아니기 때문엥 이 중 몇 개를 빼고 다른 걸 추가해서 현대 세계의 기초라고 생각하는 일곱 가지 사물을 소개하기로 했단다. 이 사물들은 근본 원리와 그것이 적용된 엔지니어리 분야, 그리고 이를 통해 가능해진 규모 면면을 살펴보면, 이 일곱 가지 사물에는 무척 광범위한 혁신이 내포돼 있단다.
못, 바퀴, 스프링, 자석, 렌즈, 끈, 펌프. 그녀가 고른 이 일곱 가지 사물은 다양한 반복과 형태를 거쳤고, 앞으로도 게속 변화할 경이로운 발명품이란다. 이 사물들은 처음 등장한 이후 계속 진화하고 때론 서로 다른 순서로 결합되기도 했단다. 발명과 혁신이라는 연속적인 나비효과를 통해 인류는 점점 더 복잡한 기계를 만들어냈단다. 일곱 가지 사물 전부가 감동을 주었고 이 세상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단다. 이것들이 없다면 인류의 삶을 이해하기 어려울 거란다. 이 사물들은 기술을 창조하고 변화시켰으며 또한 역사, 사회, 정치 및 권력 구조, 생물학, 커뮤니케이션, 교통, 예술, 문화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단다.
세계적인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 영국에서 1차 봉쇄령이 내려진 시기에 이 일곱 가지 사물을 골랐단다. 집에 갇힌 그녀가 가진 소품들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물들을 의식의 흐름대로 둘러보면서 상상으로(때로 물리적으로) 물건을분해하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살폈단다. 다시 보니 볼펜은 스프링과 나사, 회전하는 구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었단다. 아기 이유식을 만들 때 쓴 믹서기는 기어로 돌아갔고, 기어는 톱니바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단다. 모유 수유를 할 때는 유축기 덕분에 남편도 딸아이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었단다. 훗날 그녀의 딸로 자라난 배아를 만들기 위해 거쳐야 했던 체외수정 과정과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연구는 전부 세포 크기로 볼 수 있게 해주는 렌즈 덕분에 가능했단다. 잠깐 산책을 할 때 착용하거나 의료진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마스크는 수많은 섬유조직을 얽어 짠 천으로 만든 것이란다. 가족과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전화 스피커를 만들려면 자석이 있어야 하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이더넷 소켓도 마찬가지란다.
굴착기, 고층 건물, 공장, 터널, 전력망, 자동차, 인공위성 등 더 크고 복잡한 물건들에 대해 계속 생각했지만, 언제나 이 일곱 가지 기초 혁신으로 돌아오곤 했단다. 조각들을 이어 붙이려면 못이 필요하단다. 회전하는 무언가도 필요한데 그게 바퀴란다. 동력도 필요하고 동력을 저장하는 기술인 배터리도 필요하단다. 물론 더 근본으로 들어가면 스프링이 있단다. 자력(그리고 전력)은 멀리서도 사물을 조정할 수 있게 해준단다. 렌즈의 빛의 경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해준단다. 끈을 이용하면 유연하면서도 튼튼한 소재를 만들 수 있단다. 마실 물을 퍼 올리기 위해 펌프를 만든단다.
이 일곱 가지 공학적 위업은 실패와 반복을 통해 발견되거나 발명되었단다. 무언가가 필요할 때 재료와 모양과 형태를 바꿔가면서 될 때까지 시도해보는 과정말이다. 예를 들자면 건물, 다리, 공장, 트랙터, 자동차, 전화기, 자물쇠, 손목시계, 세탁기 등 금속 조각들을 이어 붙여야 하는 대부분의 물건들은 못, 나사, 리벳, 볼트가 고정하고 있단다. 못은 원래 나무조각을 잇는 데 쓰였단다. 더 튼튼한 배와 가구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개념이었단다. 나중에 나사가 등장해 못이 더 큰 힘을 지탱할 수 있게 됐지만, 만들기는 훨씬 더 어려웠단다. 그 뒤 얇은 금속판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못과 나사는 더 이상 유용하지 않았고, 리벳이 발명되었단다. 작은 리벳으로 냄비를 만들다가 점차 더 크고 강한 리벳으로 금속판이나 선박, 교량을 이어 붙였단다. 그 뒤 기술자들은 리벳과 나사를 합쳐 더 튼튼하고 설치하기 쉬운 볼트를 발명했단다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그녀가 구조 엔지니어로서 6년 동안 몸담았던 프로젝트인 런던의 더 샤드 빌딩을 안정적이고 견고하게 고정하고 있는 것도 바로 볼트란다.
하지만 그 모든 진화가 본래의 못이 쓸모없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란다. 실제로 못과 그것의 어려 '형제'들이 나사, 리벳, 볼트와 함께 조합돼 가장 알맞은 목적을 위해 쓰이고 있단다. 그리고 바로 이런 식으로 디자인이 혁신된단다. 인류는 몇 세기 동안 어떤 기술을 사용하다가 새로운 재료나 공정을 발명하면 기존 기술을 그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했단다. 반대의 경우도 있단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튼튼한 섬유인 '케블라'를 우연히 발명하고 나서 활용할 방도를 찾는 식이란다. 방탄조끼가 그 예란다. 이런 발명품 중 일부는 바퀴처럼 매우 비숫한 디자인으로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개발됐지만 펌프처럼 모양이 매우 다른 발명품도 있단다. 그래서 이런 발명품들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탄생하고 변화하고 진화하면서 본래 목적을 훨씬 뛰어넘어 예상치 못하게 응용되고 뜻밖의 영향을 미치기도 했단다.
흔히 엔지니어린을 이질적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물질과 복잡한 기술이 어우러져 있는 분야라고 여기지만, 사실 핵심은 사람이란다. 만드는 사람들, 필요로 하고 사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때로 무심코 기여하는 사람들이란다. 닐 암스트롱이 입은 우주복의 실밥이 터질까 봐 걱정하는 델라웨어주의 재봉사, 자기 손에 전류를 흘려 보낸 의사, 현미경으로 자신의 정자를 관찰한 가게 주인,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들이란다. 또 전파를 발생시켜 부총독의 몸을 통과하게 한 인도의 박식가, 실수인 줄 알았는데 실은 놀라운 것을 발명한 이민자 가정의 여성 화학자,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 이슬람 학자, 깨진 접시 때문에 속상해하던 주부도 그에 해당한단다. 수 세기 동안 엔지니어링 특히 서구의 부유하고 교육받은 사람들과 남성들이 지배해왔단다. 이 책에 소개한 이야기와 발명품, 혁신가들은 전 세게 여러 지역과 여러 시대에서 골랐단다. 그리고 감춰지거나 인정받지 못한, 엔지니어링 분야의 소수자들이 기여한 바도 포함했단다. 주로 업적이 문서화되지 않았거나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거나(못했거나) 허가받지 못해서 사라지곤 하던 이야기들이란다.
그녀는 엔지니어링이 과학과 디자인와 역사의 만남이라는 사실을 펼쳐 보이려고 한단다. 이는 인간의 필요와 창의성에 관한 이야기이며, 문제를 찾고 이전엔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란다. 또한 우리 삶을 더 낫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반대로 발명품을 책임감 있게 쓰지 않으면 사회에 파괴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는 이야기란다. 가장 기초적인 엔지니어링이 어떻게 모두의 일상과 인간성에 불가분의 관계로 연걸되는지 설명하고자 했단다. 독자들이 어린 시절의 호기심을 다시 일깨우고 점점 더 복잡해지는 엔지니어링의 블랙박스를 조사함으로써이 세계의 구성 요소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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