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自日記/農家 및 農地

농가(農家), 농지(農地) 다듬기(6) - (22.11.01 ~ 22.12.31)

동선(冬扇) 2022. 10. 27. 06:26
 

농가(農家), 농지(農地) 다듬기(1) - (21.10.12 ~ 22.02.28)

● 2021.10.12. - 부동산 매입 계약 - 소재지: 경남 남해군 서면 **리 000-0외 4필지, 대지 1018㎡(308평), 전 774㎡(234평), 총 1,792㎡(542평) - 매매가: 비공개 - 현재 상태: 사진 참조 ? 1980년 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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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農家), 농지(農地) 다듬기(2) - (22.03.01 ~ 22.04.30)

농가(農家), 농지(農地) 다듬기(1) - (21.10.12 ~ 22.02.28) 이어 https://blog.daum.net/dsgen/3557 ● 2022.03.01(남해) - 기름 보일러 철거, 대문 철거, 옷걸이 지지대 설치 등. - 오늘 새벽부터 봄비가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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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農家), 농지(農地) 다듬기(3) - (22.05.01 ~ 22.06.30)

농가(農家), 농지(農地) 다듬기(1) - (21.10.12 ~ 22.02.28) ● 2021.10.12. - 부동산 매입 계약 - 소재지: 경남 남해군 서면 **리 000-0외 4필지, 대지 1018㎡(308평), 전 774㎡(234평), 총 1,792㎡(542평) -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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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農家), 농지(農地) 다듬기(4) - (22.07.01 ~ 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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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農家), 농지(農地) 다듬기(5) - (22.09.01 ~ 22.10.31)
https://dsgen.tistory.com/3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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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31. 토. 남해 - 대청소, 해넘이 출타 등.

    - 올해 마지막 날 아침을 맞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7시 반쯤 마당으로 나가 운동, 집 주변 둘러보기 등 일상을 시작했다. 아침을 먹기 전에 특별한 일은 하지 않았다. 할 생각이 없었고 어제 '해넘이 목욕'을 한 것처럼 '헤넘이 대청소'를 할 생각이다. 대청소라 해 봤자 방 4개와 마루에 청소기를 돌리고, 책상, 책장, 식탁 등에 걸레질을 하고, 방에는 밀대로 닦는 것이 전부다. 청소를 해봤자 청소한 표가 나지 않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두번씩 대청소를 한다. 

    - 아침을 10시쯤 먹었다. 닭들과 좀 놀기도 하고, 책상 앞에 앉아 책도 보기도 하고, 새해 인사를 해야할 분들에게 SNS를 보내기도 하고...오늘 점심도 바게트와 우유, 계란, 커피 등으로 떼웠다. 점심을 먹고는 대청소를 했는데, 2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뭐 청소하는데 2시간이나 걸렸겠냐마는 아무튼 이것저것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 해넘이는 집에서 약 5분 정도 떨어져 있는 '화전마을' 해변에서 봤다. 그곳을 알고 간 것은 아닌데, 해가 지는 방향을 따라가다 보니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제법 큰 마을인 듯한데도 동네가 조용하다. 가끔 승용차나 오토바이 등이 지나갈 뿐이다. 방파제 쪽으로 가니 3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한 분이 낚시를 하고 계셨다. 바람이 많아서 그런지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단다. 

    -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해넘이를 봤다. 내일도 오늘같이 똑같은 해가 뜨고, 질 것이다. 한해가 가고 또 한해가 오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달력의 연도 숫자가 바뀌고, 그림이 바뀔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 인간들은 해가 바뀌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왜 그렇까? 그것이 익숙해 있기 때문일거다. 인간이 이렇게 정해 놓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렇게 호들갑 떨면서 민감하지 않았겠지. 아무튼 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이고, 몇 시간 후면 또 한해의 첫날이 된다. 그리고 나는 또 호들갑 떨며 새벽에 길을 나설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올 한해가 행복했기를 바래본다. 이 또한 마음 먹기 나름아닐까!

 

▣ 2022.12.30. 금. 남해 - 읍내 출타, 창고 뒤편 정리 및 무너진 돌담 쌓기 등.

    - 아침을 먹고 나서 읍내로 출타했다. 출타의 목적은 '해넘이 목욕'이다. 해넘이 목욕이라니? 참 이상한 표현이다. 겨울인 요즘도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샤워를 하지만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기는 뜸하다. 갑자기 해넘이 목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31일이라 '해넘이 대청소'를 해야할 듯하고, 또 오후에는 '해넘이 명소'를 찾아 해넘이를 봐야할 듯하다. 그래서 내일은 바깥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또 내년 초하루인 1일에는 '보리암' 일출을 보러 갈 생각이다. 

    - 해넘이 목욕을 하고 와 점심을 먹었는데, 오늘 점심은 읍내 뚜레주르에서 산 바게트와 삶은 계란, 커피 한 잔으로 떼웠다. 그래도 충분하다. 아침을 늦게 먹는 까닭이다. 점심을 먹고는 요즘 계속하고 있는 무너진 돌담을 쌓는 일을 했다. 창고 뒤에 무너진 돌로 인해 통로가 막혀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뚫었다. 무너진 돌로 돌담을 쌓았는데 그 위에 또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듯도 하다. 

    - 작업은 3시쯤 끝냈다. 완전한 마무리는 아니지만 오늘 일을 끝내버렸다. 4시 반쯤 군불을 지폈다. 군불을 지피기 위해 아궁이 앞에 앉아 '불멍'을 할 때가 무척이나 편안하다. 옛날 부모님들께서는 군불을 지피면서도 바삐 움직였을 거다. 잠시 앉아 불을 쬐지도 못하셨을 듯하다. 뭐가 그리 바빠셨을까? 참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 요즘 자주 어머님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고 안타깝거나 애처로운 모습은 보이시지 않는다. 그냥 일상 편안한 모습이다. 그래서 좋다. 

    - 올해가 단 하루 남았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다. 해도 그대로고, 달도 그대로고, 나도 그대로고, 너도 그대로고, 우리도 그대로고, 그들도 그대로다. 아침도 그대로고, 저녁도 그대로다. 모두가 그대로다. 단지 다른 것은 달력에 년도가 달라지고, 그림이 달라진다. 단지 그것 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하루 사이를 그토록 아쉬워할까? 다 마음먹기 나름이 아닐까?

 

▣ 2022.12.29. 목. 남해 - 무너진 돌담 쌓기 등.

    - 아침에 일어나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아침은 9시가 넘어서 먹었다. 오늘은 포근하기도 하고 바람도 없다. 아침을 먹고는 어제했던 일과 같은 무너진 돌담을 쌓는 일을 했다. 점심을 먹기 전에 두 시간 정도, 점심을 먹고 두 시간 정도 했다. 일을 한 시간은 4시간 남짓했지만 순전히 노가다 일이라 힘들었다. 그렇다고 이런 일은 해 본적도 없고, 하는 것을 본적도 없다. 그냥 감이다. 내가 해야할 일이고, 또 해보고 싶은 일이다. 물론 인부를 사서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해 볼 생각이다. 이곳이 내 놀이터니까. 

    - 무너저 내린 돌들을 일부 들어내고 밑에는 그 중 큰 돌을 단단하게 박고, 돌들이 무너지지 않게 돌을 어긋나게 놓으면서 어느 정도 원하는 모양으로 쌓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무거운 돌을 들어서 놓아야 하는 위험도 있다. 또 너무 크서 도저히 들 수 없는 것은 큰 화분을 놓거나,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 등으로 이용해야겠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일들을 잘 했을까? 필요하니까 할 수 있었을거다. 지금 나 역시 필요하니까 하는 것이다. 일을 하는 주위에 닭들이 서성거린다. 겨울이라 그런지 산속에도 먹을 게 별로 없나보다. 요즘은 주로 집 주위에서 서성인다. 내가 일을 하고 있는 곳에 와서 뒤집힌 흙속을 뒤지기도 한다. 매일 서너 개씩 알을 낳아 주는 착한 닭들이다. 

    - 오늘, 참으로 오랜만에, 아니 몇 년도 더 넘었을 것 같은, 띠 산악회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가끔 페이스북에서 소식을 접하고 있단다. 이렇게 살고 있는 내가 이상할 수도 있을 거다. 산에 다닐 때는 자주 만났던 친구인데 언제 또 볼 수 있을지....매년 이맘 때면 산악회 총회를 하고, 지금도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는 산악회다. 그때의 기억들이 아련하다. 

 

 

▣ 2022.12.28. 수. 남해 - 집 뒷편 정리, 짝지 배웅, 무너진 돌담 임시 복구 등.

    - 수도는 누수없이 정상적으로 나왔다. 아직 마무리 공사는 하지 않았다. 날씨도 전날에 비해서는 많이 풀린 듯하다. 어제 군불은 많이 지펴서 아침까지 식지 않고 뜨근한 바닥을 유지했다. 운동을 잠시하고 집 뒤편 정비 작업을 좀 했다. 아침은 9시가 넘어서 먹었다. 짝지가 12시 반쯤 가겠단다. 짝지는 이틀 밤을 자는 동안 온돌방에서 푹 쉬다 갔을 것 같다.

    - 짝지를 배웅해 주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는 집 뒤쪽과 유자나무 아랫쪽에 군데군데 무너져 있는 돌담을 조금 손봤다. 돌담을 예전의 모습처럼 하려면 여러명의 기술자가 해야 가능할 듯하다. 우선 조금 정리하는 수준으로 할 생각이다. 무너진 돌들을 조금 옮기는 수준이라할까. 무너진 돌 중에는 아주 커서 혼자 옮기기도 어려운 것들도 있다. 어쨌던 할 수 있는 만큼만 임시로 하는 것이다. 

    - 우리집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전원주택'이 아니다. 60년대 시절. 시골에서 살아던 사람이면 그때 집을 생각하면 비슷할 듯하다. 가끔 TV에서 볼 수 있는 집, 그대로다. 하지만 그때의 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전기가 들어와 있고, 상수도 시설이 되어 있고, 군불도 때지만 기름 보일러 있어 언제든지 따뜻한 방에 잘 수 있다. 잘 지어진 전원주택에서는 일주일, 한달 정도, 길게 잡으면 1년 정도는 재미있게 살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식상할 듯하다. 하지만 우리집은 적어도 3년~5년 정도는 바쁘게 살 수 있을 듯하다. 우리집은 내 놀이터다. 이런 놀이터가 어디 있을까!

 

▣ 2022.12.27. 화. 남해 - 상수도 누수 보수, 빨래, 돌담 정비, 장작 패기 등.

    -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어제 저녁부터 새는 상수도를 뜯었다. 수도관이 파손되었거나 터진것은 아니었다. 용도는 잘 모르겠지만 수도 파이프에 뚫어 놓은 작은 구멍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그래서 넓은 고무줄로 단단히 맨 후 테이프를 발라 더 이상 물이 새어 나오지 않게 조치했다. 완전한 마무리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날씨가 추워 시멘트 양생 시간이 필요하고 수도 파이프를 고정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빨래도 했다. 며칠 물이 나오지 않는 바람에 하지 못한 빨래를 해서 널었더니 엄청 많다. 

    - 아침을 먹고는 돌담 정리 작업을 했다. 계속 해오고 있는 작업이다. 창고 건물 뒤편 청소도 했다. 그때 짝지가 와서 그런지 이웃할머니께서 고구마도 삶아 오셨고, 시금치도 많이 뜯어 오셨다. 난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분에게 유자차를 내 드렸다. 오후에는 장작도 좀 팼다. 

    - 오늘 저녁에도 군불을 많이 땠다. 돌담을 정리하면서 나오는 것들과 굵은 장작을 제법 땠다. 아마 오늘 밤 온돌방은 뜨거울 정도가 될 듯하다. 군불에서 나온 숯으로 밤도 몇 개 구웠다. 어린 시절 시골 집에서 쇠화로에 밤을 구워 주시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마 50년도 더 되었을 듯하다. 그 이후 이렇게 구워 먹는 건 처음일 듯하다. 올해가 정말 며칠 남지 않았다. 

 

▣ 2022.12.26. 월. 부산 -> 남해 - 병원 진료, 일몰 구경, 남해 귀가 등.

    - 아침 7시쯤 집을 출발해서 병원에 잠시 들렀다. 병원에서 머문 시간은 불과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친구를 만나 스크린 골프 한 게임을 치고, 점심을 같이 먹었다. 그리고 집에 와 짝지랑 함께 남해 집으로 출발했는데, 일부러 일몰 시간을 맞춰 '이순신순국공원'에 도착했다. 그기서 일몰을 감상했는데 어쩌면 올해 마지막 일몰 구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 그리고 6시쯤 집에 도착했더니 며칠 동안 얼었던 수도가 풀려 있었고, 물도 콸콸 나왔지만, 수도 아랫부분이 터졌는지 계속해서 물 새는 소리가 들렀다. 오늘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고 내일 날이 밝으면 수도 아랫 부분을 깨고 파서 원인을 찾아 수리를 해야 할 듯하다. 

 

▣ 2022.12.25. 일. 남해 -> 부산 - 유자나무 밑 부근 정리, 부산 출타 등.

    - 오늘도 물이 나올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 이웃집에서 두 대야 정도 물을 퍼와 사용했다. 아침 밥은 생수로 평소보다 조금 많이 했다. 9시 반쯤 밥을 먹었는데, 점심은 부산으로 이동하면서 먹든지, 아니면 건너 뛰고 부산가서 저녁으로 먹을 생각이다. 오늘은 오전에 군불을 두 번이나 땠다. 집 주변을 정리하면서 나오는 칡넝쿨 잔해와 작은 나뭇가지들, 낙엽들을 모아 한 번 때고, 다시 모아지는 것으로 한 번 더 땠다. 하지만 오늘은 그 방에서 자지 않는다.

    - 남해에서 1시 반 정도에 출발했다. 닭들이 얼마전에 가두어 놓더니 또 가두어 놓는다고 울고 난리다. 그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잠시의 스트레스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일에 비하지는 못할거다. 그러나 저러나 물이 빨리 나와야 할 텐데....부산 오면서 얼었을 듯한 곳에 '메밀대'를 깔고 그 위에 마대자루를 덮어 놓았다. 아무튼 이런 노력들이 효과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혹 내가 없는 사이에 물이 나올지도 몰라 곳곳의 수도꼭지를 조금 열어 놓고 왔다. 

    - 내일도 아침 일찍 병원에 좀 갔다가 오후에 짝지랑 같이 남해에 갈텐데, 남해에 있는 동안 비록 12/31, 01/01이 아니지만 해넘이와 해맞이를 볼 생각이다. 기상을 감안할 때 내일 가면서 일몰(이순신순국기념공원)을 보고, 모레 아침에 일출(금산 보리암)을 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세상일이라는 게 맘 먹은대로 안될 경우도 허다하다. 

 

▣ 2022.12.24. 토. 남해 - 창고 뒷편 정리 등.

    - 꽁꽁 얼은 수도가 나올 생각을 안한다. 오늘 밥을 짓거나 음식을 하는데 필요한 물은 있는 생수로 충분하다. 하지만 허드레물은 할 수 없이 이웃집 신세를 져야할 듯하다. 그래서 물을 최소한으로 사용했다. 오늘 아침은 어제 이웃집에서 준 팥죽으로 먹었다. 아침을 먹고 수도물이 나올 수 있도록 녹여보려 했지만 아마 땅속이 얼었는지 아무리해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 오늘 낮에는 바깥 화장실 뒤쪽에 정리를 좀 했다. 그 부분은 여러 해 동안 칡넝쿨, 칡 잎사귀들이 썩어 쌓여 있던 것들을 일부 걷어냈다. 그렇게 걷어 낸 것들은 집 뒤편에 있는 밭에 거름으로 뿌렸다. 앞으로 이렇게 뿌려지는 것들도 많을 듯하다. 오늘 군불은 집 주변을 청소하며서 나온 낙엽들로 땠다. 오늘도 뜨근뜨근하게 잠자리가 되겠다. 

    - 오늘은 성탄절 이브다. 남해에서 혼자 보내는 이 밤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내일 또 부산으로 가야할 일이 있다. 부산갔다오는 동안 수도물이 콸콸 나와야 할텐데.

 

▣ 2022.12.23. 금. 부산 -> 남해 - 병원 진료, 친구 만남, 남해 귀가 등.

    - 아침 8시 반에 병원 진료가 예약되어 있다. 그래서 7시쯤 집을 나서서 8시쯤 병원에 도착했더니 기다리지 않고 바로 조치가 이루어졌다. 오랜만에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점심을 먹잔다. 친구를 만나 그동안의 얘기를 좀 나누고 이른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복국을 먹었는데 쓱 잘하는 집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예전에 다녔던 직장 근처인 중앙동에 있는 복국집을 다음에 소개시켜 주기로 했다.  

    - 2시쯤 부산에서 남해로 출발했다. 오는 도중에 휴대폰으로 집에 설치되어 있는 CCTV를 봤더니 새벽에 눈이 제법 왔는 모양이다. 아침까지는 마당에 눈이 소복히 쌓였는데, 오후에는 마당에 눈이 없었다. 햇볕이 잘 드는 집이라 다 녹은 모양이다. 어제는 무척이나 추웠던 날인데 닭들이 고생을 많이 했을 듯하다. 물도 꽁꽁 얼었고, 집 안팎으로 수도가 다 얼어있었다. 날씨가 계속 춥다는데 빨리 녹아야 할텐데...이럴 때 온돌방이 제역할을 한다. 군불을 많이 땠다. 이동 난로에도 숯을 많이 담았다. 방이 뜨겁다 뜨거워..

    - 저녁때 이웃에서 팥죽을  두 그릇이나 주셨다. 마침 물도 나오지 않아 뭐했는데 팥죽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다행이 집에 생수가 제법 많이 있어 며칠 물이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밥을 해 먹는데는 문제가 없을 듯하고, 또 며칠 있으면 부산에 가야할 일이 있다. 올해 마지막 부산 출타가 될 듯하다.

 

▣ 2022.12.22. 목. 남해 -> 부산 - 아랫채 지붕 수리, 부산 출타 등.

    - 형님들과 아침을 먹고 나서 즉시 많이 손상되어 있는 아랫채 지붕 일부를 수리하는 작업을 했다. 나 역시 이런 일은 처음이지만 형님들 또한 경험해 보시지 못한 일들이다. 어제 형님들께 내가 생각하는 것을 설명한 바 있고, 형님들도 의견을 제시한 것들이 있어 서둘러 작업을 시작했지만 손상된 부분을 실제로 뜯고 들여다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난관이 많아 제대로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리모델링을 해야하는 곳이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는 셋이서 부산으로 향했다.

    - 12시가 조금 넘어서 부산으로 향했는데, 이때부터는 기온이 제법 내려가는 느낌이다. 오늘부터 내일 저녁 때까지 닭들은 또 좁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 안스러운 생각이 든다. 사상에서 누나 한 분을 더 모시고 큰 형님 댁으로 가서 제사를 모셨다. 어릴적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아주 추운 겨울날이었다. 그날 핸드볼 선수였던 내가 시합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떠나 보냈다. 그리고 50여 년이 지났다. 세월은 이렇게 빠르게 흘렀다. 앞으로 남은 세월도 그럴 것이다. 

 

▣ 2022.12.21. 수. 남해 - 손님 마중, 창고 용마루 올리기, 시금치 캐기 등.

    - 오늘 아침에는 평소 일정을 생략하고 손님 맞이를 위한 준비를 했다. 준비라 해야 밥을 좀 더 많이 하고, 된장찌게를 만들고, 무우국을 끓이고, 메밀묵을 만드는 것이다. 11시쯤 집을 나서야 하니 그 전에 다 해두어야 한다. 맛있게야 하겠나 마는 그래도 나름 정성을 들여서 했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새벽부터 왔는지는 모르지만 비가 살짝 내린다. 그래서 형님들께 비가 와서 작업을 못할 것 같으니 놀다가자고 말씀드렸다. 

    - 이미 칠순을 넘기신 형님 두 분이 오셨다. 오시자마자 내가 사전에 사진으로 보냈던 곳을 살펴보셨다. 우리집 유자로 내가 한 달쯤 전에 만든 유자청을 대접했다. 그리고 셋 이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맛이야 있었을까 마는 그래도 다 드셨다. 비도 그쳤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는 바로 창고의 스레이트 지붕 용마루 작업을 시작했는데 셋이서 힘을 합쳤더니 별 어려움없이 깔끔하게 마쳤다. 그리고 내일 부산으로 가져갈 시금치를 캤다. 비가 와서 오히려 시금치 캐기는 더 쉬웠다. 

    - 저녁은 '장독 화덕'에 삼겹살로 먹었다. 이렇게 구운 삼겹살이 어찌나 맛있던지 엄첨 많이 먹었다. 내일 아침 먹고 또 한 번을 작업을 해야한다. 어쩌면 오늘 작업보다 더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 작업을 마치면 부산으로 가야하는데, 아버지 제사가 내일이다. 그래서 형님 두 분과 함께 간다. 

 

▣ 2022.12.20. 화. 남해 - 창고 정리 및 창고 지붕 수리 준비 등.

    - 오늘 아침은 많이 포근하다. 그래도 영하 3도는 되는 모양이다. 내일 형님 두 분이 오신다. 형님들께서도 나이가 70세를 훌쩍 넘으신 분들이다. 가능하면 집을 나 혼자 수리하려고 하지만 도저히 혼자할 수 없는 경우에는 도움을 청한다. 이번에도 나 혼자서는 수 없는 일이 있어서다. 

    - 아침을 먹고 바로 창고 정리에 들어갔다. 어제부터 창고를 정리하게 된 이유가 형님들과 함께 해야할 일들을 위한 기초작업이었다. 창고 지붕을 수리하는 것이라 창고 안에 사다리를 놓고 해야하는 작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중요하고 힘든 일을 했다. 혼자하기는 참 힘든 일이었다. 그 작업을 다하고 났더니 오후 3시 정도가 되었는데, 점심은 달걀 한 개로 떼웠다. 내일 하고자 하는 일이 내가 생각한 대로 잘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내일 형님들께서 오시면 메밀묵도 좀 하고, 된장찌게랑 무우국을 끓여야겠다. 

 

▣ 2022.12.19. 월. 남해 - 대나무 정리, 창고 정리 등.

    - 오늘 아침 기온이 -6도 나온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이다. 그런데 별로 춥다는 느낌이 안든다. 바람 한 점도 없는 까닭이다. 찬물로 세수를 하거나, 쌀을 씻거나 할 경우 손이 시린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따뜻한 느낌이다. 자정 쯤에 시작한 월드컵 축구 결승전(프랑스 : 아르헨티나)을 보는 듯 마는 듯 했지만 굉장한 경기였다. 결승 다운 최고의 팀 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승부차기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했지만 나에게는 그것은 별 중요하지도 않고 그 경기 자체가 대단했다.

    - 오늘 아침에는 8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당연히 월드컵 결승전 때문이다. 두터운 외투를 입은 채 아침 운동을 마치고, 밥을 먹고나니 10시 정도가 되었다. 달달한 믹스 커피를 한 잔하고는 아랫채 뒷 편에 있는 창고 정리를 시작했다. 그 창고 안에는 앞집에서 가져다 놓은 대나무, 집 뒤에 밭을 정리하면서 나온 칡넝쿨, 아카시아나무 잔가지들이 쌓여 있었고, 아직 한 번도 정리하지 못한 곳이다. 그 대나무들 중 사용을 다한 것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군불용 땔감으로 사용된다. 대나무들 중 아직 괜찮은 것들은 나중 또 용도가 있을 듯하여 보관할 생각이다.

    - 창고 공간 중 한 곳을 정리하고 나니 맘이 좀 시원하다. 해야지 하면서 그럴 시간이나 여건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번에 좀 정리하고 지붕을 좀 보수한 후 용마루를 올려 올리는 등 건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야겠다. 5시쯤 일을 마치고, 군불을 듬뿍 땠다. 방이 제대로 뜨끈뜨끈하다. 

 

▣ 2022.12.18. 일. 남해 - 평범한 일상 등.

    - 어제부터 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오늘이 어제보다 더 기온이 낮단다. 하지만 바람이 어제보다는 영 잦다. 그래서 한결 낫다. 오늘은 날씨도 춥고 휴일이기도 해서 특별한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날씨가 맑을 듯하여 아침 일찍 빨래를 했다. 빨래를 해서 빨래줄에 널자마자 꽁꽁 얼었다.

    - 점심도 평소대로 해 먹었다. 어제 집에서 가져온 반찬들과 아침에 끓인 무우국과 함께 먹었다. 날씨가 춥긴해도 햇볕이 있어 빨래도 마르긴 마르나 보다. 저녁 때쯤 빨래 중 얇은 것들은 걷었고, 두꺼운 것들은 처마 밑으로 옮겼다. 내일 한 번 더 말려서 걷어야겠지.

    - 오늘 저녁도 군불을 많이 지폈다. 또 이동 화로에 숯불도 많이 넣었다. 저녁부터는 바람이 하나도 불지 않아 오히려 낮보다 더 포근한 듯 하다. 오늘 닭장 안에도 '왕겨'를 보충해 주었다. 오늘은 월드컵 축구 결승전을 보고 잘까?

 

▣ 2022.12.17. 토. 부산 -> 남해 - 결혼식 참석, 남해로 귀가, 군불 지피기 등.

    - 왠지 부산 집이 어색한 느낌이 든다. 9시 조금 넘어서 창원으로 향했다. 10시 20분 정도 식장에 도착했더니 주차장에도 여유가 있었다. 오랜만에 초등학교 친구들을 제법 만났다. 이제는 이런 경조사가 아니면 만나기 어렵다. 젊었을 때는 시도때도 없이 만났던 친구들인데....나이든 태가 난다. 반 도사 같은 나의 모습을 보고 알아보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긴 머리에 모자도 썼고, 수염이 긴데다가 마스크까지 했으니 못알아 보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점심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얘기들이 주로 건강문제가 아니었을까 한다. 친구들과는 1시가 조금 넘어서 헤어졌다.

    - 남해로 오는 동안에 눈발이 날리기도 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닭장으로 달려가 스트레스가 만땅일 듯한 닭들을 내 보냈다. 그리고 집에서 가져온 여러가지 물건들을 정리하고...5시쯤에 군불을 지폈는데, 오늘은 조금 많은 양의 나무를 넣었다. 그리고 숯불을 이동식 화로에 넣어 마루에 두었다. 훈기를 돌게하고 손을 녹이는데는 큰 역할을 한다. 

 

▣ 2022.12.16. 금. 남해 -> 부산 - 부산 출타 등.

    - 내일 초등학교 친구 자녀 결혼식이 있어 부산으로 왔다. 결혼 식장은 창원이라 내일 아침에 창원으로 가 참석하고는 바로 남해로 올 갈 생각이다. 부산 집에 가져갈 것들도 좀 있다. 가져갈 것이라 해봤자 한 달전쯤에 만들어 놓은 모과청, 유자청과 무우, 달걀, 시금치 등이다. 가서 가져와야 할 것들도 있다. 겨울 옷 조금과 반찬 등일테다. 

    - 참으로 오랜만에 하는 부산 나들이다. 올해가 몇 일 남지 않았는데, 그래도 두 서너 번은 왔다갔다 해야 할 듯하다. 이렇게 집을 비울 때면 닭들에게 미안하다. 먹이와 물을 공급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늘 밖에서 살다시피하는 닭들에게 좁은 닭장 안에 가두어 둬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 수 없다. 다른 짐승에게 해를 당하게 하지는 말아야지  

 

▣ 2022.12.15. 목. 남해 - 닭장 급수 시설, 유자나무 밑 돌담 정리 등.

    - 오늘이 매우 춥다고 하지만 바람 한 점 없어 봄날같다. 근데 춥기 추웠는지 마당에 있는 양재기에 얼음이 두껍게 얼었다. 올해 들어 가장 단단하게 언 듯하다. 바람이 없으면 이렇게 따뜻하다. 오늘 아침도 8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새벽에 시청한 월드컵 때문인데, 지난 번 우승국인 프랑스와 이번 대회 첫 번째 4강에 입성한 모로코와의 경기다. 두 팀 다 잘한 경기였다. 하지만 프랑스에 '음바페'라는 선수가 있어 모로코를 이긴 것 같다. 

    - 이번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의 '호날두', 아르헨티나의 '메시', 프랑스의 '음바페'가 가장 뛰어난 선수로 알려져 있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호날두는 스피드가 뛰어나고 남들의 도움을 받아 골을 넣는 결정력은 탁월한 듯 하다. 그에 반해 메시는  골을 넣을 수 있는 찬스도 스스로 만들고 골 결정력도 뛰어나다. 음바페는 젊은 사람으로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력이 좋다. 이런 저런 것을 감안한다면 제일 뛰어난 선수는 메시고, 음바페, 호날두 순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쨌던 축구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 기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고 전체적인 융합이 첫 번째다.

    - 아침을 먹고 나서 닭장에 급수시설을 설치했는데, 이것은 내가 집을 비울 때 닭장 안의 물이 얼어서 닭들이 물을 마시지 못할 것을 대비한 거다. 내가 있을 때는 닭장 안의 물이얼어도 다시 급수해 주면 되지만 내가 없을 때 물이 얼면 낭패다. 오늘도 닭장 안에 물이 꽁꽁 얼어 있었다. 그래서 수도에 호스를 연결해 닭장 안의 물통에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도록 했다. 그렇게 설치해 놓으면 수도가 얼어서 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물론 이웃에 부탁을 하면 되겠지만 폐를 끼치는 일이다. 

    - 닭장에 급수시설을 하고 난 후, 담장 정리 작업을 했다. 오늘도 거의 이 일을 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유자나무 밑에 돌담과 본채 뒷 편 돌담을 정리하고, 청소도 했다. 이런 일은 끝이 있는 일이 아니라 수시로 해야 할 듯하고, 밭일이 없는 요즘이 적기인 듯하다. 주말에 초등친구 집에 경사가 있어, 내일 부산 갔다가 다음 날 참석하고 바로 이곳으로 와야겠다. 

 

▣ 2022.12.14. 수. 남해 - 아랫채 뒤편 돌담 정리 등.

    - 오늘 아침에는 좀 늦게 일어났다. 8시 반쯤 일어났는데, 새벽에 월드컵 축구 4강 전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의 경기를 봤다. '리오널 메시'는 환상적인 축구를 하는 선수라는 것을 또 한 번 실감케 했다. 오늘은 추운 날씨란다. 그런데 어제보다 바람이 덜 하다. 조금 춥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할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고 부산보다는 훨씬 덜하다. 오늘 양말을 한 가득 빨아서 널었는데 널 때 손이 무척이나 시렸다. 오늘도 지금 며칠 째 계속해 오는 집 뒷편 돌담 정리 작업을 했다. 거의 하루종일 그 일만 한 듯하다. 

    - 한 두달 전 이웃 분들과 점심을 먹었는데, 연말도 다 되어가고 해서 내가 점심을 사겠다고 전화를 했더니만 부담 갖지 말고 다음에 한 번 연락하시겠단다. 이 추운 날씨에 앞집 사모님과 친구분이 부산에서 오셔서 시금치 작업을 하고 계신다.

    - 점심은 두 시가 넘어서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오전에 돌담을 정리하면서 나온 칡넝쿨 등을 수거하고 주변을 청소했다. 수거한 것들은 오늘 저녁에 군불을 땔 때 사용된다. 돌담도 정리하고, 군불도 때고 어쩌면 '일거양득'인 셈이다. 만약 온돌부엌이 없었다면 그 많은 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고민했을 듯하다. 오랜기간을 두면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겠지만 매년 나오는 것을 쌓아 놓는 것도 마땅치 않을 것 같다. 암튼 추운 오늘도 뜨끈한 온돌방이 될 듯하다. 

 

▣ 2022.12.13. 화. 남해 - 아랫채 뒤편 돌담 정리 등.

    - 오늘도 흐리다. 기온도 어제보다는 내린 듯 하다. 무엇보다도 바람이 세다. 바람만 없다면 무척 따뜻한 곳은 맞는 듯하다. 9시쯤 아침을 먹고나서 어제에 이어 집 뒤편 돌담을 정리했다. 정리한 면적이 조금씩 넓혀지는 셈이다. 두 시간 가량 작업을 하고, 지붕 등을 좀 수리할 때가 있어 읍내 건재상에서 굵은 각목 4개, 시멘트 블록 5장, 스레이트 용마루 20개, 숯불 쓰레받기 등 여러 종류를 사왔다. 용마루가 생각보다 비쌌는데 1개에 5,000원, 총 16만 원 정도 지불했다. 

    - 2시쯤 점심을 먹고 오전에 하던 작업을 이어서 했고, 그기에서 나온 칡넝쿨, 낙엽 등이 두 마대 정도 되었는데, 오늘 군불로 한 마대를 땠다. 그리고 군불에서 나온 숯을 이동식 화로에 넣었더니 마루에 훈기가 돌았다. 남은 올해 중 부산에 몇 번 들러야 할 일이 있다. 경조사, 제사, 병원 진료차 가는 것인데 닭들이 걱정이다. 모이야 듬뿍 주고 가면 되지만 겨울이라 닭들이 먹는 물이 얼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된다. 하루 정도 물을 먹지 못한다고 어찌되지야 않겠지?

 

▣ 2022.12.12. 월. 남해 - 아랫채 뒤편 돌담 정리 등.

    - 오늘도 날씨가 흐리기는 하지만 어제처럼 포근한 날이다. 창고 지붕과 본채, 아랫채, 창고 뒤쪽 돌담을 뒤덮고 있었던 칡넝쿨 제거 1차 작업은 엊그제 마무리 했다. 내가 생각하는 2차 작업으로 돌담의 본래 모습을 되찾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군데군데 무너진 곳도 제법 있다. 이런 모든 것을 어느 정도 마무리 하려면 올 겨울은 지나야 할 듯하다. 이 계절이 아니면 하기 힘든 작업이고, 또 할 시간도 마땅치 않을 듯하다. 

    - 오늘 점심은 2시 정도에 먹었다. 오후에는 비 같지 않은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 한다. 오늘 돌담 정리 작업을 하면서 나온 묵은 칡넝쿨, 생칡넝쿨, 이름모를 식물 덩쿨들을 모았더니 한 바지게 쯤 되었다. 이것들도 좋은 땔감이 된다. 오늘은 이것만 때도 방이 따뜻할 듯 하다. 그것들을 때면서 중간에 큰 장작을 몇 개 넣어 숯으로 만들어 이동식 화로에도 넣었더니 마루에도 훈기가 돈다. 

    - 12월도 어느새 중순이다. 옛날 같으면 한라산이나 설악산, 지리산 등의 겨울 등산을 계획하고 있었을 텐데....그런 산들을 이제 올라갈 수나 있을까? 그래도 내 스스로는 남들보다는 많이 다녔다 생각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 더 많이 갔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도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뭐든 간절히 하고 싶다면 그냥 하는 거다. 그 순간이 지나면 영원히 못할지도 모른다. 한해를 막바지에 두고 내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무엇을 못했을까? 올해 해넘이는 '이순신 순국공원'에서, 내년 새해 일출은 보리암 일출이 되겠지?

 

▣ 2022.12.11. 일. 남해 - 산책(남파랑길 46코스 일부), 집 주변 청소 등.

    - 포근한 일요일 아침이다. 산책이나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작업복을 입은 그대로 물 한 통과 밀감 서너 개, 사탕 서너 개와 스틱 하나를 들고 집을 나섰다. 남파랑길 46코스는 '이순신호국길'로 우리집에서 5백 미터쯤 떨어진 농협중현지점 하나로마트에서 시작되어, 일전에 갔던 이순신순국공원을 거쳐 노량선착장까지 약 16킬로미터나 되는 코스다. 그 코스가 우리집에서 불과 1백 미터 옆을 스치며 지나간다. 나는 오늘 집에서 11시 20분쯤 출발해 이정표(우물, 정포마을)까지 갔다왔는데, 집에 오니 13시 10분 정도가 되었으니 왕복 약 2시간 채 못한 산책이었다.  

   - 산책을 하고 집에 왔더니 어제 메밀묵을 담아 드렸던 그릇 두 개가 돌아와 있었는데, 한 그릇에 생굴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어제 김치도 주셨는데 굴까지.....어제 지붕을 청소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낙엽, 나뭇가지 등을 청소하고, 그것으로 또 불을 땠다. 이웃에서 주신 굴로는 된장찌게에도 넣고, 밥을 할 때도 조금 넣어서 하고, 살짝 삶아서도 먹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굴은 남자들한데 참 좋다지? 

 

 

▣ 2022.12.10. 토. 남해 - 지붕 청소, 메밀묵 만들기 등.

    - 어제가 주말이고 오늘, 내일이 휴일이라 그래서 마을이 조금 활기차다. 더구나 요즘은 김장철이라 고향집을 찾은 가족들이 제법 오시나 보다. 아이들 소리도 들린다. 난 어제 아랫채 뒤쪽 칡넝쿨 1차 작업을 마치고, 오늘은 그 칡넝쿨들이 뒤덮고 있던 창고 지붕들을 청소했다. 그곳의 지붕에는 오랜 기간 동안 방치되어 있어 부분적으로는 칡나무 잎바리 등이 섞어서 거름 상태를 지나 흙처럼 덮여 있는 곳도 있다. 내년 봄부터는 칡넝쿨이 번지지 않도록 자주자주 잘라주는 일을 많이 해야 할 듯하다. 

    - 오후 늦게쯤은 이웃 두 집에서 김장김치를 한 봉지씩 주셨다. 한 포기 정도는 들어 있는 듯하다. 여러 집에서 주어서 매일 한 집씩 돌아가면서 먹어야겠다. 난 오늘 메밀묵을 조금했다. 우리집에서 제일 큰 남비에 했는데, 메밀가루 한 컵과 다섯 컵의 물을 넣으면 거의 만땅이다. 이것을 네 집으로 나누니 밥 공기에 꽉 차지 않을 정도로 양이 적었다. 그래도 할머님들께서는 혼자 살면서 이런 것도 다 했냐면서 칭찬해 주신다. 오늘도 부엌에서 불을 좀 땠다. 날씨가 따뜻해 난방을 위해 땐 것이 아니라 낙엽을 태우기 위해 땠다. 그래도 따뜻한 온기가 좋다. 

    - 오늘 유자차를 처음 시식을 했는데, 우리집 유자를 따서 11월 16일에 내가 직접 담은 것이다. 유자속은 믹서기로 갈아서 채 썰은 유자껍질과 함께 섞어 만들었는데, 유자의 새콤한 맛과 향이 참으로 좋았다. 추울 때 가끔 마셔야겠다. 그때쯤 만들은 '모과'청은 좀 더 숙성시킨 뒤 맛 보아야겠다. 

 

▣ 2022.12.09. 금. 남해 - 칡넝쿨 제거 및 집 주변 정리 등.

    - 9시쯤 아침을 먹고 어제에 이어 거의 하루 종일 칡넝쿨 제거 작업을 비롯하여 집 주변 정리를 했다. 집 뒤편의 칡넝쿨 제거 작업 중 내가 생각하는 1차는 끝난 듯하다. 이제는 그곳을 좀 더 깔끔히 정리하면서 제 모습을 찾아가는 것인데, 깔끔하게 해 봤자 거기서 거기 일 듯하다. 뒤쪽 언덕 곳곳이 무너진 곳도 있다.그것을 보수하는 것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 거의 하루 종일 그 일만 한 듯하다.

    - 저녁 때쯤 되어서 건너 편 할머니댁에서 김치를 담았다고 한 봉지를 가져다 주셨다. 저녁을 먹으면서 그것을 먹었는데 참 맛이 좋았다. 또 이웃에서 찌짐도 주셨다. 주변에 이웃의 신세를 많이 진다. 나도 내일 메밀묵을 해서 앞에 했을 때 드리지 못한 할머니 댁에 조금씩 드려야겠다. 오늘 새벽에 마당에 나갔더니 구름 속에서 달이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고, 광양의 화려한 불빛이 좋았다. 

 

▣ 2022.12.08. 목. 남해 - 칡넝쿨 제거 및 집 주변 정리 등.

    - 아침 시작이 늦은 요즘이다. 7시 반이나 거의 8시 되야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아침의 시작은 손을 씻고, 입을 행구고, 세수를 하고, 밖으로 나가 대문을 열고, 체조를 하는 것이다. 요즘을 그렇게 하고 나면 8시 반 정도가 되고, 아침을 지어 먹으면 거의 10시가 된다. 그래서 점심은 간단히 해결하거나 2시가 넘어서 먹는 경우가 많다. 

    - 오늘은 참 포근하다. 아침을 먹고 나서 또 집 뒤편 쪽 칡넝쿨을 제거 했다. 마음먹고 한 일이라 땀을 흘리면서 성과가 있을 정도로 했다. 그것을 하면서 걷어지는 칡넝쿨과 낙엽들은 말려서 불쏘시개로 이용하면 된다. 한 차례 칡넝쿨을 걷어내고 정리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예전에 창고나 동물 막사로 사용했을 듯한 건물에는 현재 스레이트 용마루가 없는데, 용마루를 올려야 하나? 아니면 나중에 지붕을 새로 얹어야 하나? 고민을 해봐야 할 듯하다. 

    - 점심은 두 시가 넘어서 먹었다. 하루 한 끼는 밥을 할 때 콩, 옥수수, 땅콩, 고구마, 감자 등을 넣어서 한다. 어떤 경우는 떡을 넣어서 할 때도 있다. 그것들을 별도의 간식으로 하지 않고 그냥 밥을 할 때 넣어서 먹는 것이 난 편하다. 마을에 요즘은 김장을 하는 시기인가 보다. 다들 김장하는 일들을 하고 계신다. 우리 부모님도 그랬듯이 아마 자식들을 위한 김장일 거다. 

 

▣ 2022.12.07. 수. 남해 - 칡넝쿨 제거 및 낙엽 태우기, 이동식 화로 가동 등.

    - 오늘도 아침을 먹고 아랫채 뒤쪽 칡넝쿨 작업을 좀 했다. 워낙 넝쿨들이 많이 엉켜 있어 작업하는데 쉽지가 않다. 또 집 뒤쪽의 지대가 어떤 형태인지 알 수 없어 작업하기가 더 더디다. 낙엽들은 걷어내고 걷어내도 바람만 불면 또 쌓인다. 오늘도 꽉꽉 눌러 한 소쿠리를 담아 부엌에 갔다 두었다. 저녁 때쯤 군불겸 태워야겠다. 

    - 시골에는 소소한 일들이 많다. 해도 되고 안해도 별 문제없는 일들, 해도 표도 나지 않는 일들이 많다. 더구나 오랫동안 비어 있어 손봐야할 곳이 한두군데가 아닌 우리 집은 더욱 더 그렇다. 저녁에 해가 지고 나서는 낙엽도 태울 겸해서 군불을 좀 지폈는데, 그기서 타고 남은 장작 숯을 엊그제 만든 '이동식 화로'에 넣어서 마루에 가져다 놓아 보았다. 충분히 화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듯하다. 군불을 땔 때마다 그렇게 해야겠다. 그 화로에서 밤을 구워 먹거나, 떡을 녹혀 먹어도 될 듯하다. 철망을 그기에 맞게 잘라 놓아야겠다. 

 

▣ 2022.12.06. 화. 남해 - 집 주변 청소 및 낙엽 태우기 등.

    - 집 주변에 나무들과 칡넝쿨이 많아서 요즘은 집 주변에 낙엽들이 엄청 쌓인다. 오늘은 이 낙엽들을 모아 온돌 부엌 아궁이에 넣어 태울 생각이다. 낙엽들을 태울 때에는 무척이나 조심해야 한다. 혹 바람에 날릴 수 있으니 부엌 문과 부엌 창문을 모두 닫고 굴뚝 환풍기를 틀고 태워야 한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차원에서 군불을 땔 때도 큰 물조리에 물을 채워 옆에 두고 땐다. 

    - 오늘 아침에는 밖에 있는 대야의 물이 제법 얼었다. 기온도 영하라는데 체감온도는 그 보다 높다. 바람이 없으면 이곳은 부산보다 훨씬 따뜻한 것 같다. 가끔 세찬 바람이 불기도 하지만 오늘 정도면 겨울날씨 같지는 않다. 저녁 때쯤 되었을 때 이웃집에서 감 몇 개를 가져다 놓으셨고, 또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시는 할머니 한 분이 '파래' 반찬과 고구마를 한 봉지 가져오셨다. 

    -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닭들도 알을 제대로 낳지 않고 어떤 경우는 네 개, 어떤 경우는 세 개, 어떤 경우는 두 개, 한 개를 낳을 때도 있고, 낳지 않을 때도 있다. 겨울에는 밖에서 먹을 게 없고 단지 사료만 먹기 때문일까? 오늘 카톡으로 '국민신문고'에서 제안에 대한 접수 통지가 왔다. 예전부터 사회문제, 생활 아이디어 등 국민 제안을 제법 해 왔다. 그렇다고 채택이 되거나 한 것은 아닌데, 내가 생각하기도 참 좋은 아이디어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의 기술로는 이룰 수 없는 것도 있다 생각한다. 아무튼 이런 것도 하나의 사회참여가 아닐까 한다. 

 

▣ 2022.12.05. 월. 남해 - 이동식 화로 만들기 마무리, 집 주변 칡넝쿨 제거 등.

    - 엊그제부터 말썽을 부리던 컴퓨터가 옆으로 눕혀 놓은 채 부팅을 했더니 작동이 된다. 그래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데 또 언제 말썽을 부릴지 모르겠다. 그래서 우선 필요한 자료를 몽땅 '이동식 디스크'에 백업해 놓았다. 아침을 먹고는 어제부터 만들고 있는 이동식 화로를 마무리하고 다른 볼 일도 좀 있고 해서 읍내에 나갔다 왔다. 집에 와서 시멘트 블록 5개를 '알루미늄 쿠킹 호일'로 감쌌는데, 이것은 화로의 맨 아래쪽의 받침대로 사용될 것이다. 그 위에 큰 알루미늄 쟁반을 놓고, 쟁반 위에 화로가 놓일 것이다. 

    - 점심을 먹고는 집 뒤쪽 칡넝쿨 제거 작업을 좀 했다. 이 작업은 하루이틀 해서 될 일이 아니라 조금씩 겨울 내내 해야 할 것 같다. 아랫채는 집이 비어 있을 때 용마루가 부실해 누수로 인해 지붕 자체가 많이 상해 있어, 지금 어디서 어떻게 손을 봐야할지 난감하다. 뭐 그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급할 것은 없다. 언젠가는 해야겠지만.

    - 월드컵 축구 16강 전이 자정에 일본의 경기가 있고, 내일 새벽 4시에 한국 대 브라질 경기가 있다. 일본 경기를 좀 보다 자고, 4시쯤 다시 일어나 우리나라 경기를 볼 생각인데 맘대로 될지....아무튼 지금은 출근에 대한 부담은 없어 낮에 잠을 자도 된다. 16강전이 쉽지는 않겠지만 월드컵 축구를 계속 볼 수 있기를 바란다. 

 

▣ 2022.12.04. 일. 남해 - 컴퓨터 수리, 이동식 화로 만들기 등.

    - 어제 조금 일찍 잠드는 바람에 5시쯤 일어났다. 아직 날이 새기는 두 시간도 넘게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책상 앞에 앉았다. 이것 저것 검색도 하고, 책도 좀 보고.....그런데 어제 저녁에 한 차례 말썽을 부렸던 컴퓨터가 오늘 아침에도 부팅이 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래서 전에 한 번 들렀던 컴퓨터 수리 사무실에 전화를 했더니 일요일인데도 오후 2시쯤 오면 된단다. 

    - 오늘도 마을이 조용하다. 날씨도 그리 춥지는 않다. 일요일도 동네 노인회관에는 문을 여나 보다. 건너편 할머니 두 분께서 나들이를 가시는 모양이다. 특별히 한 일은 없지만 이것저것 했다. 점심을 먹고 조금있다가 컴퓨터 본체를 들고 읍내로 나갔다. 사장님께서 접속을 해보시더니 특별한 문제는 없단다. 그런 현상이 생기면 전원을 껐다켜는 수 밖에 없고, 그래도 안된다면 컴을 바꾸는 것이 나을 거란다. 아무튼 지금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 집에 와서 컴을 제자리에 다시 설치하고, 집에 있는 것들로 해서 마루나 방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동 가능한 화로'를 만들기로 했다. 만든다고 하니까 거창한 것 같지만 그냥 갖다 붙이는 수준이다. 닭들의 물통으로 사용하던 폐 주전자와 얼마전에 춘천 누나가 가져 온 큰 스텐 물통으로 만들기로 했다. 폐 주전자에 몇 개의 구멍을 뚫어 공기가 잘 통하게 하고 그 안에 군불을 지피면 나오는 숯덩어리를 넣고, 그것을 적화 벽돌 두 개를 넣은 큰 스텐 물통에 넣어 사용할 것이다. 또 그 난로의 받침대로는 둥글고 큰 알루미늄 쟁반을 사용하면 될 듯하다. 쟁반 밑에는 마루 바닥에 열이 전달되지 않도록 나무나 벽돌을 놓을 것이다. 뜨거운 숯이 담겨지는 주전자 두껑으로는 차를 담은 주전자나 물을 담은 스텐 냉면 그릇 등을 올려 놓으면 습도 조절도 가능하여 가끔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을 듯하다. 예전에 시골에는 방안에서 사용하는 '화로'가 있었다. 

 

▣ 2022.12.03. 토. 남해 - 월드컵 시청, 메밀묵 만들기 등.

    - 오늘 새벽 2시까지 월드컵 축구 중계 방송을 봤다. 16강 출전이 어려울 것 같더니만 극적으로 '포르투갈' 전에서 승리를 함으로써 이루어 냈다. 선수들이 끝까지 잘 싸워 주었고, 국민의 한결같은 응원 덕분에 이룬 성과가 아닐까 한다. 축구 중계 방송을 보느라 이렇게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고 있었던 것은 올해들어 처음인데, 혹시 그 후 잠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쉽게 잠이 든 모양이다. 기상도 7시 반쯤에 했다. 

    - 어쨌던 요즘 아침을 먹고 나면 9시는 넘는다. 또 이럭저럭하다보면 점심시간이 확 다가와 있다. 오늘 점심은 어제 지인이 사 주신 '떡'으로 대신했다. 별로 간식을 좋아하지 않아 간식으로 먹을 것 같은 것도 끼니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떡과 삶은 계란, 우유, 밀감 등 여러가지를 먹었다. 

    - 오늘 날씨는 매우 흐리다. 그래서 그런지 날이 차가운 느낌도 든다. 크게 할 일이 없는 요즘이라 '메밀묵'을 조금 만들기로 했다. 큰 남비가 없어 많은 양을 만들지는 못한다. 우리집에 있는 가장 큰 남비로는 메밀가루 한 컵 반 정도 끓일 수 있다. 여기에 물을 5배 정도 넣어야 하니...남비에 가득 끓여도 몇 집으로 나누니 밥공기 4개 정도 나왔다. 한 개는 내 몫으로 남기고 이웃 할머니 세 분 댁에 한 그릇이 드렸다. 맛만 볼 수 있을 양이다. 다음에 한 번 더 해서 다른 세 분 댁에도 드려야겠다. 

 

▣ 2022.12.02. 금. 남해 - 빨래, 읍내 출타, 주민등록 전입 등.

    - 어제에 이어 오늘도 추운 날씨다. 그런데 다행히 바람이 없어서 낮에는 봄같은 날씨가 될 듯하다. 아침에 집 주변을 한 바퀴 도는데, 얼마 전부터 싹이 올라 온 '완두콩' 밭에 서리가 내려 땅에 얼음이 얼어 있었다. 아침에 빨래를 해 마당에 한 가득 널어 놓고, 11시쯤 읍내에 나가 우선 철물점에 들러 '슬레이트 못'을 좀 샀다. 그리고 지인을 만나 간단한 점심을 먹고 헤여졌는데, 밀감 한 박스와 여러가지 물건을 사 주었다.

    - 집에 오늘 길에 면사무소에 들러 전입 신고를 했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어 오다 오늘에서야 했는데, 또 다른 이유가 생겨서 해버렸다. 집에 와서는 닭들을 점검하고, 빨래를 걷고, 이것 저것 하다 보니 어둠이 내린다. 그때 이웃집에서 김장을 했는지 김치를 좀 가져오셨다. 그 김치로 인해 작은 헤프닝도 있었단다. 오늘도 군불을 조금 땠다. 마늘도 조금 깠다. 오늘은 맞은 편 집에도 불이 켜졌다. 아주 오랜만에 불이 켜졌는데, 아마 어디 멀리 갔다 오셨나보다. 한동안 불이 꺼져있던 집에 불이 환하니 한결 보기 좋다. 그리고 오늘 저녁 12시에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16강을 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단 한 판의 승부가 있다. 상대팀은 '호날두' 있는 '포르투갈'이다. 보고 자느냐 자고 다시 일어나 보느냐가 문제로다.

 

▣ 2022.12.01. 목. 남해 - 장작 쪼개기 등.

    - 올해 겨울 들어 가장 춥단다. 그런데 낮에는 바람이 없어서 그리 추운 것 같지가 않았다. 아침에는 아카시아나무 장작을 좀 팼다. 그리고는 소소한 일 외에는 별로 하지 않았다. 점심 시간쯤 되어서는 앞집 김사장님 댁에서 국수를 먹었다. 얼마전에 우리집에서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그래서 초정해 주신 모양이다. 엄청 큰 그릇에 많이 먹었다. 

    - 벌써 12월이다. 달력도 달랑 한 장 남았다. 남해와 인연을 맺은지도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흐른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을 했다. 겨울만 잘 지나가면 또 조금은 달라지겠지. 이렇게 살아도 한 세상, 저렇게 살아도 한 세상 단지 바램은 사는 동안 만큼은 건강한 정신으로 몸도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더 절실한 바램이 있을까? 저녁 무렵에는 군불을 좀 많이 지폈다. 군불이 지펴지는 아궁이 앞에서 한가롭게 마늘을 까는 내 모습이 조금은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난 지금 참으로 행복하다. 

 

▣ 2022.11.30. 수. 남해 - 무우 뽑아 보관 하기, 닭장 보온 작업 등.

    - 내일은 엄청 춥단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을 먹자마다 무우를 뽑았다. 김장을 하고 남은 무우가 40여 개가 되는 듯하다. 무우를 뽑아서 싹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잘라 상태가 좋은 잎들은 시래기로 만들 생각이다. 집에 있는 제일 큰 장독에 넣었더니 희안하게도 적당하다. 무우 잎은 깨끗이 씻어 새로 설치한 빨래줄에 널어 놓았다. 이렇게 무우 보관 작업을 하고 나니 2시가 넘었는데, 아침에 부산에서 오신 김사장님 사모님께 작은 무우 몇 개를 드렸더니 구운 계란과 호두과자를 주셨다. 또 그것으로 점심을 떼웠다. 

    - 점심을 먹고는 닭장 안에 추울 때 들어가서 자라고 작은 닭장 하나를 넣어 주었다. 그러기는 했지만 그 안에 들어가 잘지는 알 수 없다. 아마 좀 익수해지면 들어가 잘지도 모르겠다. 저녁 늦게 한 번 가봐야겠다. 밖에서 자고 있다면 그 안으로 밀어 넣어 보려 한다. 자고 안자고는 닭들 문제다. 

    - 군불을 때면서 마늘을 까고 있는데 이웃 할머니가 전갱이 등 생선 몇 마리를 가지고 오셨다. 걸음도 제대로 못 걸으시면서. 또 이웃 사모님께서 장어국을 한 그릇 주신다. 오늘 저녁은 생선 구이와 장어국으로 먹어야겠다. 또 하루가 간다. 아니 하루라기보다 한 달이 간다. 곧 일년도 간다. 세월은 거침없이 달린다. 

 

▣ 2022.11.29. 화. 남해 - 지붕 보수, 마늘 까기 등.

    - 어제 밤의 바람은 태풍급을 능가했다. 온나라가 떠들석 했던 지난 태풍 '힌남노' 때보다 어제가 더 강했던 것 같이 느껴졌다. 스레이트 지붕이 들썩 거리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는데, 지붕이 날아갈까봐 겁이 덜컥 나기도 했다. 그렇게 강한 바람이 반복적으로 불었다.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지붕 상태를 점검했더니, 스레이트 지붕을 한 지가 워낙 오래 되어 스레이트 지붕을 고정시키는 못들이 싹아 아예 없어진 것, 못 대가리가 닳아 없어진 것, 못 대가리와 스레이트 사이의 고무가 싹아 없어진 것, 못이 불쑥 쏫아 있는 것 등, 그런 바람에 지붕이 날아가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그래서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지만 앞집에 가서 사다리를 가져 와 못을 새로 박거나 교체하거나 해서 지붕을 조금 보수했다. 

    - 아침을 10시쯤 먹었다. 그래서 점심은 홍시, 우유, 천마차, 밀감 등으로 떼웠다. 요즘은 5시만 되면 어둑해지니까 저녁을 일찍 먹게 된다. 비가 오후까지 왔다갔다 했다. 그렇게 불던 바람도 아침부터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내일부터는 기온이 급강하 한단다. 채소 밭에 있는 무우를 뽑아야 할 듯하다. 뽑은 무우는 한 개씩 신문지에 싸서, 비닐 봉투에 각각 넣어 봉하고, 큰 장독에 큰 비닐 봉투를 넣어 그 속에 무우를 보관해야 할 듯하다. 물론 김장김치처럼 땅에 묻으면 제일 좋겠지만 필요할 때 꺼내는 것이 번거로울 듯하다. 

    - 지난 해 겨울부터 이곳에 와 있었으니까 겨울을 한 번 겪어 본 셈이다. 그 때는 방안에 텐트를 치고 생활했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호텔은 못되어도 모텔은 된다. 먹고 자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다만 화장실이 좀 불편할 뿐이다. 이 모든 것 마음먹기 나름이 아닐까? 호텔은 모든 것이 편리하고 좋지만 시골집에는 느낄 수 있는 낭만은 없다. 온갖 새소리에 잠을 깨고, 아름다운 별빛 속에서 잠이 든다. 이런 곳이 이곳이다. 이웃집 유자나무 밑에 떨어진 유자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비를 맞은 담쟁이 잎들도 시간의 끝을 잡고 있네.

 

▣ 2022.11.28. 월. 남해 - 유자청 만들기 등.

    - 오후 3시쯤부터 비가 제법 세차게 내린다. 그렇다가도 금새 잦아지고....또 가을비처럼 내리기도 한다.  모처럼 비가 내린다. 가을 가뭄이 심했고 초겨울인 지금도 가뭄이 심하다.

    - 오늘은 9시쯤 아침을 먹고 바로 어제 다듬어 놓은 유자껍질 채 썰기를 시작했다. 70여 개의 유자껍질을 썰어야 하는데 초보자인 사람이 썰기는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다. 오늘만 하면 유자청 만들기는 끝이 난다. 이 집에 와서 과실 청을 만든 것은 비파청은 큰 병 3개, 작은 병 1개, 비파주는 큰 병 2개, 모과청은 큰 병 2개, 유자청은 큰 병 7개, 작은 병 6개다. 처음 만들어 본 것들이지만 누구보다도 정성껏 만들었다. 

    - 유자청을 만드느라 점심은 2시쯤 먹었다. 유자청 큰 병 한 개를 양산 후배에게 보냈는데, 스치로폴 박스가 크서 그 공간을 메꾸기 위해 무우도 두 개 넣었다. 가끔 식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보내주는 후배다. 택배는 마을 농협에서 취급하는데 1시 반쯤 갔더니만 택배 접수를 재촉한다. 곧 물건을 싣고 가는 차가 떠날 예정이란다. 그리고 또 내일부터는 '파업'으로 택배가 중단된다고 한다. 때마침 온 것이다. 

    - 오늘은 군불을 좀 지펴야겠다. 비도 오고 또 '가나'와의 월드컵 축구가 있다. 그것도 봐야하고....커피도 마셔야 할 것 같고, 졸릴 때를 대비해 사 본 기억이 언제인지 생각도 안나는 사탕도 사 두었다. 따뜻한 '메리골드차'가 몸에 퍼진다.  

 

 

▣ 2022.11.27. 일. 남해 - 손님 배웅, 유자청 만들기 등.

    - 손님들이 아침을 일찍 드시고 가셨다. 남해에 가볼 때가 많으시단다. 참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잘 맞는 부부도 드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손님들이 가시고 난 9시 정도부터 어제 딴 유자로 청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청을 만들 유자가 70여 개다. 이를 베이킹소다와 식초로 깨끗이 씻고, 물기를 닦고, 자르고, 속을 빼내고, 속에서 씨도 빼내고, 그 속에서 즙을 짜는 것 까지 했는데 하루 종일 걸렸다. 내일 껍질을 채로 썰어 설탕을 섞은 후 병에 담으면 끝이난다. 아마 내일도 거의 이 일로 보낼 듯하다. 

    - 오늘 저녁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 약 17년 전 내가 산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주었던 '설악산 봉점암'에 관한 방송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 방송을 보고 나도 한 번 봉정암에 가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해 8월 24일 설악산을 갔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 백번의 산행을 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새삼 사무치게 생각난다. 또 다시 한번이라도 갈 수 있을려나!!

2005. 5.15 https://www.youtube.com/watch?v=KoeO5k5N66g 설악산 봉정암

 

▣ 2022.11.26. 토. 남해 - 손님 맞이, 유자 따기, 화덕에 고기 굽기, 메밀묵 만들기 등.

    - 손님들이 오전 10시 반에서 11시쯤 도착할 듯하다. 오늘 손님은 부부 한 쌍이 오시는데 남자가 한 2년 전 같이 일했던 동료다. 같이 일을 할 때도 늘 아내 자랑을 했었다. 정말로 그런 듯 했다. 처음 오는 집이고 모든 것이 불편한 이런 시골집에 와서도 전혀 망설임이나 부담없이 음식이나 일들을 시원하게 하신다.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덕분에 집 주인인 나는 손님을 치른 게 아니고 대접을 받는다는 기분이 든다. 

    - 점심은 손님이 준비해 오신 생굴 떡국을 먹었다. 떡국거리와 생굴을 사가지고 오셔서 우리 집 주방에서 직접 끓여 주신다. 맛있게 먹었다. 또 설겆이는 직장 동료였던 남편이 다 하신다. 지금껏 그렇게 하면서 살아왔단다. 직장에서도 늘 재미를 주시던 분인데 여전하다. 점심을 먹고는 유자를 땄다. 높은 곳에 달려 있던 것이라 4미터 대나무 장대를 가지고 털어서 땄다. 그 부부는 떨어진 유자를 주웠는데, 다 털고 적당히 나누어 가져가시게 했다. 그리고 시금치도 필요한 만큼 캐 가시라고 했다. 무우도 세 개 가져가셨다. 

    - 장독 화덕에 불을 피워 손님들이 사가지고 온 삼겹살을 걸쳐 놓고, 세 명이서 메밀묵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메밀가루 한 컵 반에 물 5컵 정도를 넣고 쑤었는데, 용기에 비해 양이 좀 많은 듯 했지만, 세 명이 만들어서 그런지 제대로 만들어진 듯 했다. 만든 묵의 양은 큰 그릇 두 개를 채웠다. 저녁도 손님들이 지었다. 여자 분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신단다. 된장찌게도 끓이시고, 배추겉절이도 만드신다. 표고목에 달려 있는 버섯 한 개도 따 넣으셨다. 저녁은 훈제 삼겹살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 커피도 마시고, 메리골드 차도 마시고 저녁을 먹고 9시까지 웃고 떠들다 9시 정도 되어서 여자 분은 온돌방에 들어가셔 주무셨다. 아마 이런 방에는 처음 경험하셨을 듯하다. 남자 둘이는 그리고 한 시간 쯤 뒤에 큰 방에 들어가 11시쯤 잠을 청했다. 이런 시골 집에서 이런 경험을 처음일 듯 한데도 너무 좋아하신다. 남자분도 늘 이런 생활을 꿈꾼다고 하셨던 분이다. 다음에는 두 부부가 함께 갖는 시간을 마련해야 할 듯하다. 

 
 

 

▣ 2022.11.25. 금. 남해 - 읍내 출타, 마늘 까기 등.

    - 오전에 읍내 나갈 일이 좀 있다. 요즘은 낮에 일을 보려면 아침에 서둘러야 한다. 아침 시작이 늦기 때문에 그렇다. 간단한 운동을 하고 집 주변을 한 바퀴 도는데, 뒷 밭에 심어 놓은 늦은 시금치의 싹이 이제 올라 오고 있었다. 아침 밥을 급하게 먹고 설겆이도 못한 채 읍내로 나갔다. 읍내에 가서 볼 일도 보고 '전복리조또'라는 이태리 음식도 처음으로 먹어 보았다. 피자도 아닌 것이, 스파게티도 아닌 것이 밥에 전복을 좀 넣은 스파게티 같은 음식이었다. 난 뭐든 잘 먹어서 그런지 처음 먹어 보는 것인데도 무척이나 맛있었다.

    - 두 시가 조금 넘어서 집으로 왔다. 닭들은 멀리 잘 나가지 않는다. 아마 계절적으로 나가 봤자 먹을 것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신변에 위협을 느껴서 그런지 유자나무 근처에서 지내는 편이 많다. 오늘은 알을 세 개 낳았다. 내일 옛 직장 동료 내외가 우리집에 온단다. 와서 유자도 좀 따고, 시금치도 좀 캘 수 있을 듯하다. 자고 갈지도 모르겠단다. 어쩌면 이런 시골에서 하룻밤 자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거다. 손님이 온다고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지만 하지도 않는다. 이미 알고 오는 사람들이고 불편함은 당연하다. 그래도 하룻밤 낭만은 있지 않을까!

    - 이웃 분들이 주신 마늘이 김장을 하고도 제법 많이 남았다. 그래서 틈만 있으면 까서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다. 그냥 보관하면 다 먹기 전에 상할 것 같아서 군불을 떼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여유가 생길 때 조금씩 까 놓는다. 

▣ 2022.11.24. 목. 남해 - 배추 시래기 엮기, 잔디  속 잡초 제거 등.

    - 요즘은 아침 먹기 전에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오늘도 마찬가진데, 7시 조금 넘어서 밖으로 나와 간단히 운동을 하고, 닭장 문을 열어 주고, 집 주변을 한 바퀴 돌고는 밥을 지어 먹었다. 아침을 먹고는 또 잠시 스윙 연습을 하고, 채반에 말리고 있던 배추 시래기를 엮기로 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는 고추 노끈으로 엮었다. 

    - 오늘 점심은 집 마당에서 먹었다. 그것도 이웃 분들과 함께 먹었는데, 얼마 전 우리 집에 형제들이 올 때 가져 온 '춘천 닭갈비'를 구워 먹었다. 봄날 같은 날씨가 가능한 일이었는데 이렇게 먹는 게 이런 곳에 사는 맛이 아닐까 한다. 

요즘은 유자를 따는 시기다. 유자를 따서 청을 만들거나, 유자로 수익을 올리는 분들도 계실 거다. 점심을 먹고도 특별한 일은 하지 않았다. 잔디 밭 속에 잡초를 좀 뽑았는데, 메일 수확을 할 때 떨어진 씨앗들이 잔디 속에서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참으로 우끼는 일이다. 

 

▣ 2022.11.23. 수. 남해 - 택배 보내기, 유자청 만들기 준비등.

    - 어제 밤에 비가 살짝 내린 듯하다. 얼마 전에 심어 놓은 완두콩도 싹이 조금씩 보였다. 그곳이 메밀을 심었던 곳이라 계절을 잃은 메밀싹도 조금씩 보였다. 겨울이 이렇게 따뜻해도 되나 싶다.

    - 아침을 먹고는 어제 포장해 놓은 택배 물건을 보냈다. 마을 입구 농협에서 택배를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 걸어서 몇 분이면 농협이 있다. 택배 요금은 20Kg인가? 아무튼 그 이하는 한 개에 4,500원이란다. 택배를 보내고 난 후에는 어제하던 유자청 만들기 작업을 했다. 유자 속에서 즙을 짜내고, 껍질을 채 썰고, 그것들을 설탕에 버무르고...작을 꿀병 5개에 담았다. 그중 2개는 전직 동료 2명에게 보냈다. 오늘도 종일 유자청과 관련된 일을 한 듯하다. 아직 나무에 달려 있는 것들도 따서 청을 담아야 할텐데...

 

 

▣ 2022.11.22. 화. 남해 - 유자청 만들기 준비, 읍내 출타 등.

    - 아침 일정을 소화하고 앞집 김사장님 집에 가서 사다리를 가지고 와 유자를 땄다. 김사장님은 주말에만 오시기 때문에 지금은 그 댁에는 아무도 없다. 유자나무가 높아서 또 유자나무에는 탱자나무보다 더 크고 강한 가시가 있기 때문에 나무에 올라가서 유자를 따는 것은 불가능하다. 긴 장대로 털어서 따도 되지만 유자 꼭지가 있는 채로 따려니까 힘이 든다. 장대로 털어서 유자를 따면 유자청을 만들 때 혹 꼭지부분에 물이 들어갈까하는 염려에서다. 높은 사다리에 올라가 조심조심 딴 유자가 약 60개였는데, 그랬더니 아침을 10시쯤 먹었다. 

    - 읍내에 나가 꿀병 작은 것 5개와 스티로폴 박스 6개를 사왔다. 스티로폴 박스는 멀리 있거나 만날 수 없는 사람에게 보낼 때 사용할 거다. 2시가 넘어서야 점심을 해 먹었다. 그 후 유자를 다듬고, 세척하고, 자르고, 속과 씨를 분리하는 작업까지 마치니 6시가 넘었다. 저녁은 간단하게 떼웠다. 내일은 껍질을 채로 썰고, 속에서 즙을 짜내고, 그것들을 설탕과 섞어 유자청을 만들 생각이다. 아마 꿀병 큰 것에 3~4병 정도 나올 듯하다. 유자 속에서 분리한 씨도 말리고 있다. 좋은지 나쁜지는 알 수 없지만 베게 같은 것을 만들어 한 번씩 베고 자야겠다. 마사지 효과는 있지 않을까 한다. 

    - 오늘은 모처럼 흐리고 살짝 비가 내렸다. 어둠이 짙어진 지금도 살짝 비가 내린다. 올해는 가뭄이 심했다. 오늘 비도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하루가 참으로 빨리 간다. 얼마 전에 우리 집에 왔다 간 춘천 누나에게 보낼 택배 물건을 포장했다. 보낼 물건이라해야 어제 만든 '유자청' 한 병과 올 7월에 만들어 놓은 '비파청' 한 병에 박스의 여유 공간을 메울 겸 해서 작은 배추 한 포기와 무우 한 포기가 전부다. 가족들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 2022.11.21. 월. 남해 - 쓰레기 배출, 택배(김치 등)보내기, 유자청 만들기 등.

    - 아침에 집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닭들 중 가장 우두머리 격인 '봄'을 데리고 뒷밭에 갔다. 뒷밭에는 마늘과 시금치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얼마전에 심은 완두콩도 싹이 막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씨앗을 뿌린 시금치는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봄'도 오랜만에 낯선 밭에 와서 그런지 잠시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풀을 뜯는다. 집으로 돌아와 엊그제 묶어 놓은 생활쓰레기를 배출 장소에 갔다 놓았다. 

    - 아침을 먹고는 마을 농협으로 가 김치를 택배로 보냈다. 그리고는 바로 유자를 한 50여 개 따서 유자청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었다. 10시쯤 유자를 따는 일부터 시작해, 건빵으로 점심을 대신하면서까지 했는데 저녁 6시 정도에 끝이났다.유자청 세 병을 만드는데 장장 8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유자를 따서 꼭지를 조금 남긴 채 다듬고, 베이킹소다와 소금, 식초로 세척하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내고, 꼭지를 제거하면서 적당하게 자르고, 껍질과 속을 분리하고, 속에서 씨를 다시 발라내고, 속의 즙을 짜고, 껍질을 채로 썰고, 즙과 껍질을 섞고, 다시 설탕과 골고루 섞어 병에 담는 작업이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마 채로 썰 때 손가락이 많이 아프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거다. 아직 따야할 유자가 많이 남아 있고, 청을 더 만들어야 한다. 

    - 유자청을 만드는 방법도 각자의 취향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나 보다. 당연한 일인 듯하다. 맨 처음 만들었던 것은 속을 믹서기에 갈아서 채로 썬 껍질과 섞어 만들었는데, 오늘은 속에서 즙만 짜서 껍질과 섞어 만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순전히 껍질만, 어떤 사람들은 씨만 제거한 속을 그대로 섞어 만든단다. 정답이 없는 취향의 문제인 듯하다. 월드컵이 오늘부터 시작되었다. 당분간 잠을 좀 설치는 경우가 있을 듯하다. 

 

▣ 2022.11.20. 일. 남해 - 김장독 묻기, 짝지 배웅 등.

    - 날씨가 흐리다. 김장을 하는 엊그제와 어제는 봄날같이 포근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이 또한 주어진 복이라 생각한다. 김장 김치를 어떻게 보관할까 고민하다. 그냥 시골스럽게 땅에 묻기로 했다. 지금이야 집집마다 김치냉장고가 다 있지만 어럴 때를 생각해 보면, 김치는 당연히 독에 넣어 땅에 묻었다. 어머님께서 먹던 김치가 다 떨어지면 그 거친 손으로 땅속에 묻혀 있는 김치를 꺼내셨다. 

    - 아침을 먹고 집 앞 밭 한가운데 김치독을 묻을 만큼 땅을 팠다. 밭의 부드러운 흙이야 한 2~30센티미터인데, 그 이상 깊이 들어가면 바위가 부서진 듯한 야문 상태다. 겨우 장독이 묻힐 만큼만 땅을 파서 장독을 넣고 그 속에 김치를 넣어 묻었다. 언제쯤 그 김치를 먹을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봄은 훨씬 지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방과 마루에 우풍을 방지하기 위해 커텐을 설치했다. 

    - 짝지는 2시 경에 부산으로 갔다. 우산을 씌지 않아도 될 만큼의 비가 왔다갔다 한다. 비가 참 오기 싫은 모양이다. 가을 가뭄이 심해서 배추가 질겼다. 그래도 단맛이 가득해 김치 맛이 참 좋다. 이제 서둘러야 할 일은 유자를 따서 청을 만드는 일인데, 유자 속을 믹서기에 갈지 말고 즙으로 짜서 넣어야겠다.그것이 더 깔끔할 듯하다. 

 

▣ 2022.11.19. 토. 남해 - 김장 하기, 이웃과 점심, 시금치 캐기, 모과청 만들기 등.

    - 아침부터 김장을 서둘렀다. 어제 저녁에 씻어서 물빼기를 해 놓은 배추에 물 빠짐이 적당한지 점검도 해보고, 김치를 담을 용기 등도 준비하고, 이웃과 함께 점심 먹을 때 필요한 '장독 화덕'도 준비하고....아침을 먹고는 바로 김장 작업을 시작했는데, 매년 여럿이서 많은 양의 김장을 하다보니 짝지랑 둘이라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12시 정도에 거의 김장은 끝냈다. 부산 집으로 택배로 보낼 것, 또 다른 곳에도 택배로 보낼 것, 여기서 먹을 것도 분리하여 담았고, 또 이웃 할머님들 댁에 아주 조금씩도 맛보게끔 봉투에 넣었다. 

    - 진작부터 '장독 화덕' 에는 삼겹살이 조금씩 익어갔다. 어김없이 12시 반 경에 밭에서 일하시던 김사장님 내외가 오셨다. 우리집 화덕을 보고 고기가 맛있겠다 하신다. 어제 만든 메밀묵도 한사발 내 놓았다. 반찬이라곤 오늘 담근 김치 뿐이다. 이렇게 김사장님 내외분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처음이다. 매번 맛있는 것, 농사 지은 것도 많이 주시는 분이시다. 얼마전 손님들이 오면서 가져 온 캔맥주가 몇 개 있어서 내 놓았더니 술은 전혀 안하신단다. 그래서 맥주는 따지도 않았다. 삼겸살과 점심을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다. 

    - 오후에는 짝지가 가져갈 시금치를 좀 뽑았다. 시금치가 소물게 심어져 있어 많이 솎아야 하는데 그냥 자라도록 나둬야겠다. 어제 김사장님이 주신 모과로 '모과청'을 만들기로 했다. 물론 유튜브를 보고 적당한 것을 따라하기로 했는데, 모과가 여간 야문 과실이라 꿀통 두 통 정도 채를 써는데 오른쪽 엄지가 무척이나 아팠다. 물집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한 통은 부산집에 가져 갈거고, 한 통은 여기 몫이다. 

▣ 2022.11.18. 금. 남해 - 짝지 마중, 김장 준비(배추 절임, 마늘까기, 절임 배추 씻어 물빼기 등), 메밀묵 만들기 등.

    - 짝지가 12시 쯤 터미널에 도착했다. 난 그 전에 읍내로 나가 필요한 물품도 사고, 메일도 쫌 빻았다. 짝지가 있는 동안 묵을 조금 만들어 먹고, 김치를 택배로 보낼 곳이 있어 그때 조금 넣어서 보낼까 한다. 또 다음주 정도에 동네 할머니들께도 묵을 맛보게 할 생각이다. 읍내에서 오면서 두꺼운 삼겹살도 좀 샀다. 내일 김장을 하는 동안에 '장독 화덕'에 그것을 구워 주말마다 오시는 김사장 내외와 점심을 먹을까 한다. 

    - 오늘 짝지가 온 뒤로 하루 종일 바빴다. 오자마자 배추를 갈라 절이고, 마늘을 까고, 겉절이를 골라 씻고, 군불을 떼고...그러고 있는데 김사장님께서 '모과'를 좀 가져오셨다. 이웃집 등에 모과가 주렁주렁 열렸는 것을 보고는 '모과차' 좀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 김치도 혼자서 담글 수 있을 듯하다. 어머니가 계실 때는 매년 수 백 포기의 배추로 형제들이 여럿 모여 담아왔기에 경험이 없다할 수 는 없다. 배추, 무우를 뽑아 씻고 절이고 무치고 하는 것은 할 수 있을 듯한데, 속은 아직 만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만 할 수 있다면 가능할 것도 같다. 다음에는 그것을 하는 방법이나 절차를 알아 두어야겠다.

    - 낮에 묵도 큰 사발에 두 그릇 정도 만들었다. 메밀가루 한 컵에 물 4와 1/2컵 정도 넣으면 딱 적당할 듯하다. 아주 잘 만들어졌다. 내일 김사장내외와 훈제 삼겹살과 함께 먹어야겠다. 오늘밤 10시 쯤에 절인 배추를 씻어 놓고 자야한다. 10시쯤 절임 배추를 씻어 물 빼기를 해 놓고 마무리 하니 11시 반 경이 되었다. 

 

▣ 2022.11.17. 목. 남해 - 김장 준비(배추, 무우 뽑아 다듬기, 배추 절임 장치 등), 배추 시레기 세척 등.

    - 오늘 아침에는 김장 채소중 배추와 무우를 좀 뽑았다. 배추는 2/3정도 뽑았고, 무우는 1/4정도 뽑았다. 농약을 일절 치지 않았기 때문에 배추 잎에는 벌레기 먹은 자국이 제법 많았고, 무우는 뿌리는 실하고 좋은데 잎은 별로였다. 무우는 아직 밭에 있는 것들이 훨씬 더 좋다. 

    - 아침을 먹고는 밭에서 뽑아온 배추와 무우를 다듬었는데, 배추는 김치로 사용할 부분만 남겨 놓고 시래기를 만들 것은 씻어서 놓았다. 내일 짝지가 오면 다듬어 놓은 배추를 반으로 또는 4등분 잘라 절일 것이다고, 무우는 다듬어 씻어 놓았기 때문에 속을 만들기 위해 채를 썰거나 배추 김치 속에 넣는 무우 김치로 이용할 것 같다.

    - 점심을 먹고도 김장관련 일을 했다. 채소를 다 다듬어 놓고는 배추를 절이는 통을 수도가 옆에 설치하여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고, 통의 높이도 높게하여 사용하고 난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집에 김치 냉장고가 없는데 김치독을 땅에 묻어야 하나, 아니면 바람이 잘 통하는 밖에 두어야 하나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김치를 담는 시기가 좀 이른 듯하다. 더군다나 따뜻한 지방이라 더 그렇다. 하지만 짝지의 휴무 등을 고려하다 보니 그렇다. 나중에 김치를  너무 일찍 담아서 맛이 별로라 생각된다면 내년에는 적당한 시기에 담을 생각이다.

 

▣ 2022.11.16. 수. 남해 - 장작 쪼개기, 유자청 만들기, 밭 잡초 제거 등.

    - 오늘 아침에는 평소와 같이 일정을 소화한 뒤, 감나무 장작을 팼다. 예전에 이 집에 커다란 감나무가 두 그루 있었던 모양인데 다 베어 놓았다. 이제 마른 상태가 되어 장작으로 쪼개어 올 겨울 추울 때 군불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외 이것저것 하다보니 오늘도 아침을 10시 정도에 먹었다.

    - 아침을 먹고는 유자를 여남 개 정도 땄다. 그 정도면 유자청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내가 유자청을 만드는 과정은 이랬다.

1. 유자를 딴다.

(유자를 물로 씻은 후, 물기를 없앨 때까지 꼭지를 따서는 안된다. 그곳을 통해 물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

2. 베이킹소다와 소금으로 유자 겉 면을 깨끗이 닦는다.

3. 유자를 식초물에 약 5분 간 담근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4. 물기를 뺀 후 마른 헝겊 등으로 물기를 완전히 닦아낸다.

5. 꼭지와 뒷 부분을 살짝 잘라낸 뒤 유자를 반 또는 네 등분을 자르고 속을 발라 낸다. 

6. 유자 껍질을 가늘게 채를 썬다.

7. 발란 낸 유자 속에서 씨를 뺀 후, 믹서기에 곱게 간다.

8. 채로 썬 유자 껍질과 믹서기로 간 유자 속을 같이 섞은 후, 이들과 설탕을 1:1로 넣고 골고루 섞는다.

9. 완성된 유자청을 병에 담는다. 

유자 열 개로 만든 유자청은 꿀병에 약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 스물 개 정도해야 한 병이 나올 듯하다. 올해 10병 정도는 줘야 할 곳이 있으니 유자 200개 이상은 따야할 듯 하다. 

    - 점심도 두 시가 넘어서 먹었다. 3시쯤 뒷 밭으로 나가 곡갱이로 잡초 제거를 좀 했는데, 시간 날 때마다. 땅이 부드러워질 때마다 조금씩 해야 할 듯하다. 

 

 

▣ 2022.11.15. 화. 남해 - 시금치 심기, 밭 잡초 제거 등.

    - 7시 정도 밖으로 나가 대문을 열고 하루를 시작했다. 늘 하는 일정을 소화하면서 오늘 아침에는 뒷 밭에 조금만 두둑을 만들었다. 시금치를 조금 더 심을 생각이다. 메밀을 수확한 자리에는 봄까지 어짜피 놀려야 하는 것이라 조금만 심을 것이다. 최근에도 심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상품으로 심는 사람들이다. 난 시험삼아 한 것이다. 이렇게 하고 나서 아침을 먹었더니 10시가 넘었다. 

    - 아침을 먹고는 시금치 씨앗을 뿌리고 흙을 살짝 덮은 후 물을 한차례 주었다. 그리고 봄에 심은 사과나무와 자두나무가 제법 자라서 '가지 늘어뜨리는 작업'도 했다. 그리고 늘 하는 것처럼 골프 스윙 연습장에서 잠시 운동을 했더니 12시다. 방에 들어와 책을 좀 보고 2시쯤 점심을 먹었다. 그 후에는 뒷 밭에 또 풀을 뽑았는데, 땅속에 큰 돌이 있어 곡갱이를 사용해도 빼낼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헤마'로 돌을 부수어 정리했다. 

    - 요며칠 사이 날씨가 상당히 포근했는데, 오늘은 제법 쌀쌀한 느낌이 든다. 코로나19나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니 누구나 좀 더 조심해야 할 듯하다. 어제부터 군불을 조금씩 지핀다. 꼭 난방을 위한 것은 아니고 없애야 할 것들과 정리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다. 하루가 진짜 빨리 간다. 



 

▣ 2022.11.14. 월. 남해 - 집 정리, 밭 잡초 제거 등.

    - 엊그제 손님이 왔다간 후유증이 좀 있는 듯하다. 맘에 대한 후유중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형제들이 모였었다. 이러한 시간들은 앞으로 점점 더 뜸해질 거고, 또 그 인원도 줄기 마련일 거다. 이것이 삶의 필연적 운명이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하면 맘이 찡해 오고 무거워진다.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 우리 형제들은 그리 넉넉한 삶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정은 있다고 믿는다. 60년 넘게 살아오면서 형제들간 다투는 일도 없었고, 본적도 없다. 성격상 살가운 정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우애는 깊은 편이다. 내가 막내니 맨 위 누나와는 20살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형제들 중에도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도 생긴다. 이번 우리집 방문에도 맨 큰 누나는 오시지 못했다. 건강문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인데 세월을 탓할 수 밖에.....

오전에 엊그제 춘천에서 오신 누나에게 전화를 했다. 중간 누나 집에서 하루 자고 지금 올라가고 있는 중이란다. 통화를 하면서 또 건강에 관한 얘기했다. 울컥해서 말이 더 이상 나올 것 같지 않아 서둘러 끊었다. 

    - 뒷 밭에 물을 공급했던 호스를 철거하고 괭이질을 하면서 잡초를 조금 뽑았다. 엊그제 잠시 내린 비가 밭을 조금 부드럽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완두콩을 심은 두둑 양쪽으로 풀을 뽑았는데, 많이 하지 않았다. 생활 쓰레기도 정리했다. 큰 쓰레기 봉투에 다 차지 않아서 다음 주 쯤 반출해야겠다. 주위에 너구리도 있나 보다. 오후 늦게 닭들을 살피려 유자나무 밑에 갔더니 너구리 한 마리와 닭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닭들이 덩치가 크고 숫자가 우세하다 보니 섣불리 덤비지 못하는 모양이다. 닭들도 밀리지 않았다. 내가 다가가니 너구리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계곡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또 보이면 혼을 내 줘야겠다. 

    - 손님들이 왔다간 뒤라 먹을 것이 풍성하다. 그런데 또 이웃집에서 떡을 좀 주신다. 저녁은 그것으로 떼워야 할 듯하다. 얼렸다 먹으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렇다. 엊그제 손님들이 놓고간 떡도 지금 냉동고에 꽁꽁 얼어있다. 밥을 지을 때 조금씩 넣어 먹어야겠다. 하루종일 우울 모드로 있었던 날이 되었다.

 

▣ 2022.11.12~13.토,일. 남해 - 손님 맞이 준비, 손님 맞이 등.

    - 저녁에 손님이 다섯 분 오신단다. 그 손님들은 우리 형제들인데, 춘천에 사시는 작은 누나 내외분과 부산과 양산에 사시는 형님 두 분, 밀양에 사시는 누나. 이렇게 다섯 분이 오신다. 가족들이기 때문에 부담은 전혀없다. 그래도 멀리 춘천에서 여기까지 오는 것은 남한의 거의 끝에서 끝이다.

    - 저녁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기에 비가 올 경우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생각했다. 최근에 만들어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장독 화로'도 꺼내서 시험해 보아야 하고, 2리터 짜리 페트병에 물을 채운 베개도 준비해 놓아야 하고, 메밀묵도 쑤어야 하고, 각종 채소도 데쳐 놓아 한다. 

    - 5시가 다 되어서 손님들이 도착했다. 이미 방에 군불을 지피면서 장독 화로에는 불을 담아 두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삼겹살이 아니고 곰장어고, 내일은 닭갈비란다. 춘천에서 오신 누님께서 공수해 오셨단다. 도착해서 조금 있으니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그래서 할 수 없이 마당에서 군불을 때는 부억으로 자리를 옯겼다. 좁지만 그래도 김장배추 절임용 통을 뒤집어 상으로 하고 나를 포함한 여섯 명이 앉아서 놀 수 있었다. 오랜만에 지난 날을 기억케 하는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다. 

    - 저녁을 먹고서는 안방에서 형님 두 분, 자형과 함께 고스톱을 쳤다. 이렇게 형제들이 고스톱을 친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예전에는 명절 전날 쯤 연례 행사로 했던 놀이다. 그 놀이는 12시가 넘어어야 끝이나고, 두 여자 분께서는 그 후에도 몇 시간 얘기를 주고 받으신 것 같다. 

    - 그리고 새벽을 맞았다. 다행이 비는 오지 않았고, 아침은 집에 있는 김치와 누나들이 가져 오신 반찬 등으로에 간단하게 먹었다. 아침을 먹은 후 다 같이 집 주위를 한 바퀴 돌았고, 뒤 밭에 가서는 지금 막 먹을 만하게 자라고 있는 시금치를 캘 수 있는 만큼 캐 가시라 했다. 그리고 또 막간을 이용해 고스톱을 조금 치고 점심을 먹었는데, 점심은 닭갈비로 맛있게 먹었다.

    - 참으로 오랜만에 이렇게 모였다. 어머님께서 살아 계실 때는 명절이면 그랬던 모습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가신다고 나서 나섰을 때 눈물이 핑돌고 목이 메었다. 세상사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서...또 멀지 않아 이런 시간이 있기를 바라고 그 시간들이 길었으면 하는 맘 간절하다. 

 

▣ 2022.11.11.금. 남해 - 집 내부 정리 등.

    - 날씨가 봄처럼 포근하다. 그래서 그런지 미세먼지가 많다는 예보다. 아침이나 일을 할 때면 대부분 마스크를 하는 편인데 더군다나 미세먼지가 많다니...여느 날보다 공기질이 좀 다르고 냄새도 좀 있는 듯하다. 아침에 닭장 문을 열어주자마자 닭 세 마리가 뛰쳐 나간다. 얼마나 급했던지 세 마리가 한꺼번에 알 낳는 자리에 들어갔다. 조금 있다 한 마리는 밀려나 밖에서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데 세 마리가 한꺼번에 한 자리에...

    - 아침을 먹고는 대파 세 개를 뽑았다. 깨끗이 씻어 다듬어 놓았는데, 내일 끓일 된장찌게에 넣을 예정이다. 표고버섯도 몇 개 따서 냉동실에 얼려 놓았는데, 내일 그것을 잊고 넣지 않을련지 모르겠다. 양말 세탁도 헸다. 양말은 일주일 정도치를 별도로 모았다가 양말만 세탁기를 돌린다. 내일부터 2~3일 날씨가 좋지 않다기에 세탁을 했는데 양말은 주로 등산할 때 신었던 양말이고 빵구가 난 것도 있다. 일할 때 신는 것이니 전혀 문제없다. 

    - 점심을 먹고는 마당, 온돌부엌 등 조금 정리한 것 외는 특별히 한 일은 없다. 내일은 아침을 하면서 말려 놓은 '옥수수 수염'으로 물을 끓여 놓을 것이고, 아침을 먹고는 '메밀묵'을 쑤어야 한다. 그리고 방 청소를 깨끗이 한 번 하고, 씻어 놓은 배추, 겨울추, 시금치를 데쳐 놓을 것이고, 된장찌게를 끓여 놓을 것이다. 아마 이불도 모자랄 것이다. 배개는 2리터 짜리 페트병에 물을 채워서 사용해야 할 듯하다. 가족들이니 무슨 부담이 있을까.

 

▣ 2022.11.10.목. 남해 - 시금치 다듬기, 메밀 및 고추 빻기, 메밀 가루 거르기 등.

    - 아침에 집 주변과 밭을 한 바퀴 돌면서 집 앞 채소밭에서 시금치를 좀 뽑았다. 주말에 오시는 손님에게 반찬으로 쓰려고 뽑았다. 지금 냉장고에는 당장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두 가지의 김치 뿐이다. 물론 마른 멸치, 팩 김 등도 있긴 하지만 반찬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김치 뿐이다. 주말에 손님이 오시더라도 지금 내가 먹는대로 내 놓을 것이다. 삼겹살이나 닭갈비 같은 것을 구워 먹겠지만 일부러 별도 반찬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물론 된장찌게 정도는 그날 끓여야 할 것이고. 오시는 손님 중 누나 두 분이 계시지만 그냥 내가 먹는 대로 내가 해서 대접할 생각이다. 배추, 겨울초, 시금치 데친 것과 함께.

    - 아침을 먹고 시금치를 깨끗이 씻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메밀 한 봉지와 여름 뜨거운 햇볕에 말린 고추, 해바라기 씨를 챙겨 읍내 방앗간으로 갔다. 메밀은 주말에 쑤어서 손님에게 맛 보일 것이고, 고추는 빻아 김장용을 쓰고, 해바라기 씨는 기름을 짤 생각이다. 근데 해바라기 씨는 양이 너무 작아 기름을 짤 수 없단다. 내년에 또 씨를 받아 보태서 짜야겠다. 메밀과 고추를 빻는데 생각보다 삯이 싸다. 4,000원 이란다. 

    - 메밀과 고추를 빻아 집으로 와서는 메밀 가루를 걸렀다. 일차로 둥근 프라스틱 채반으로 큰 껍질을 걸러 내고, 두 번째는 국수 등 면을 건져 씻을 때 사용하는 철망 채반으로 다시 걸렀고, 마지막으로는 마루의 샷시 방충망으로 사용했던 조각을 이용해 걸렀다. 그 망사 방충망은 작은 개미도 들어오지 못할 만큼 촘촘한 것인데 그것으로 메밀 가루를 거르니 진짜 부드러운 가루만 남았다. 

    - 점심을 먹고는 동네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에 가서 두부와 어묵을 좀 사왔다. 된장찌게 용으로 사용할 것인데, 동네에 작은 마트가 있어 필요하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 하지만 갈 일은 잘 없다. 읍내 나가는 길이 있을 때 구입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날이 참 좋다. 거름이나 비료를 주지 않아서 아직 시금치가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먹을 만큼은 되지 않을까 한다. 유자든 시금치든 따 가시라 해야겠다. 유자는 서리가 좀 맞은 뒤가 향이 좋다니 난 이번 달 말 정도에 딸 생각이다.

 

▣ 2022.11.09. 수. 남해 - 집앞 길 낙엽 쓸기, 배추잎 말리기, 김장 절임통 세척 등.

    - 아침 운동을 마치고 집앞 마을길에 떨어져 날리고 있는 낙엽을 쓸었다. 대나무 빗자루를 가지고 쓸었는데, 예전에 쓰던 것이라 끝이 다 닳아서 부드럽게 쓸리지 않았다. 봄에 앞집 밭에 죽순으로 나온 작은 대나무를 잘라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

    - 아침을 먹고는 집 앞 채소밭에서 농약을 치지 않아 그런지 진딧물 같은 것이 많이 붙어 있는 배추 두 포기를 뽑아 겉잎은 말리고, 속잎은 깨끗이 씻어 대쳐 먹을 수 있게 해 놓았다. 또 마늘도 좀 까 놓았고, 내일 시금치도 좀 뽑아서 씻어 놓을 생각이다. 또 읍내 나가서 고추도 갈고, 메밀도 갈아 와 주말에 오는 손님에게 메밀 묵이라도 맛보게 해야겠다. 김장도 이번 달에 할 수도 있어 잘라 놓은 저수조 통도 깨끗이 씻어 놓았다. 여기에 배추를 절이면 될 듯하다. 

    - 오늘은 특별히 한 일은 없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움직였다. 낮이 짧아서 시간이 금방 간다. 낮에 운동할 시간도 없이 움직이게 된다. 요즘 주위에는 시금치 수확으로 난리다.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시금치를 캐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을 듯 보인다. 난 아직 초보라서 그런지 앉아서 하는 일이 매우 서툴고 힘들다. 서서 하는 일은 어느 정도 해도 괜찮은데 앉아서는 그렇다. 그래도 요즘은 날씨가 좋아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나마 다행인 듯 하다.  

     

 

▣ 2022.11.08. 화. 남해 - 장작 쪼개기, 배출 쓰레기 정리, 마늘, 시금치밭 물주기 등.

    - 간단한 아침운동을 마치고 닭장 문을 열어 주었더니 닭 세 마리가 불이나케 쫓아 나간다. 제일 먼저 자리를 차지한 닭은 그 중 대빵인 '봄'이다. 이어 제일 덩치가 큰 '가을'과 뺀질이인 '겨울'이 차례를 기다리고 섰다. 참으로 우낀다. 닭들도 서열이 확실하다. 우리 인간도 덩치만 크다고 우두머리가 되거나 리더가 되거나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닭들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 아침을 먹고는 주말에 손님들이 오는 것도 준비할겸 해서 장작을 몇 개 쪼갰다. 이 집에 와서 장작 패기는 처음이다. 닭들도 처음 보는 모습이라 그런지 멀찌감치서 지켜보고 있다. 점심을 먹고는 그동안 모아 놓았던 생활쓰레기를 좀 정리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50리터 쓰레기 봉투에 담아 내 놓는다.

    - 얼마전에 당근 마켓을 통해 커텐 두 쪽을 구입했는데 주문했던 책과 같이 배달되어 왔다. 커텐은 요즘 같은 겨울에는 우풍 방지용으로 방 안쪽에 하나만 사용하면 될 듯하고, 여름에는 마루에 햇볕 차단용으로 둘 다 사용하면 될 듯하다. 오늘은 개기 월식이 있는 날이란다. 낮에 주로 듣는 라디오에서 그랬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설겆이도 미룬 채 그 모습들을 봤다. 

 

▣ 2022.11.07. 월. 남해 - 마늘, 시금치밭 물주기, 섬이정원 탐방 등.

    - 요즘 밤이 길어 잠을 자는 시간은 평소 때와  거의 같지만 깜깜한 새벽에 눈을 뜬다. 한 여름 같으면 밖이 훤했을 시간이지만 아직도 두 시간 정도 지나야 그럴 듯하다. 누워서 한참을 뒤척이다 책상 앞에 앉는다. 어쩌면 누워서 뒤척이는 것이 지루해 지거나 오히려 불편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몇 장 남지 않았다. 아마 오늘이나 내일 쯤이면 새로운 책이 도착할 것도 같다. 

    - 아침을 먹기 전에 늘 하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마늘과 시금치에 물을 듬뿍 주었다. 호스로 물을 주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 중의 하나다. 꽃밭에, 정원에 물을 주는 모습은 실제로 봐도, 영상으로 봐도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이다. 채소밭에 물을 주는 모습 역시 아름답다. 이런 모습들은 누구나 정겨워하고 그리워한다. 나 역시 그런 모습을 늘 그리워했을지도 모른다.

    - 오늘은 아침을 먹고 모처럼 짬을 내서 나들이를 했다. '섬이정원'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정원인 듯한데 정원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머리 속으로 어떠한 모습을 그려볼 것이다. 집에서 30분 남짓 걸렸다. 입장료도 있었다. 일반인은 5,000원, 남해 주민이면 1,500원이다. 당연 나는 1,500원으로 무인결재를 했다. 정원은 주로 나무와 꽃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지금 계절이면 최고의 모습은 아닐테다. 정원 안으로 들어섰을 때 나이가 나보다 좀 적은 듯한 4명의 여자들이 사진들을 찍으면서 연신 깔깔깔 웃어댔다. 정원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엿보인다. 계절적으로 꽃과 잎들이 무성한 봄이나 여름이 더 어울릴 듯하다. 

 

♣ 섬이정원 ♣

섬이정원은 보물섬 남해에 한려해상공원의 아름다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다랑이논의 오래된 돌담과 연못 그리고 생울타리에 다양한 초본과 억새들로 연출한 정형적이고 자연스러운 유럽식 정원이란다. 궁궐이 담과 문으로 독립적이면서 서로 연결되어 공간이 만들어 지듯이 다랑이논의 높낮이를 이용하여 9개의 작은 정원들이 방의 개념으로 분활돼 각 방마다 개성있는 모습을 하고있고 때로는 서로 어울려 다른 정경을 보여준단다.

 

    - 이번 주 주말에 형님, 누나들이 우리 집에 오신단다. 사람 사는 곳인데 좀 불편하면 어때. 반찬이 김치 밖에 없으면 어때. 화장실이 푸세식이면 어때.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고 지금 내가 일 년 정도 살고 있는데...야외 텐트보다는 낫지 않을까! 짝지가 왔다간지 제법 되어 만들어진 반찬은 거의 다 떨어졌다. 그래도 채소 밭에 반찬해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많다. 냉장고에 꽁꽁 얼어 있는 고기들도 있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청소도 하고, 군불 때 준비도 해놓고, 목요일이나 금요일 쯤 메밀을 좀 빻아서 '메밀묵'이라도 좀 쑤어야겠다. 한 그릇 정도의 묵을 두 번을 해봤다. 집에 있는 남비가 그리 크지 않아 많이 만들지 못할 듯하다. 맛만 보면 되지. 아니면 몇 번을 쑤어야 하나? 그냥 해보는 거다. 

 

▣ 2022.11.06. 일. 남해 - 메밀 말리기, 시금치밭 풀 뽑기, 메밀 대 정리 등.

    - 농촌에는 요즘이 가장 여유가 있을 듯하다. 초보자인 내가 보기에 그렇다. 여기에서 여유란 꼭 시간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도 그렇지만 계절, 즉 날씨도 포함된다. 하지만 시금치 농사를 하는 사람들은 지금부터 시금치를 수확하느라 바쁠지도...아무리 시간이 난다해도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우면 여유있다고 할 수 없을 듯하다. 

    - 초보인 나도 요즘은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집 주변을 청소하거나 꼭 수리해야 할 것들을 하는 것 외는 특별하지 않다. 앞으로 남아 있는 것은 곧 유자를 좀 따서 유자청을 만들 예정이고, 또 짝지랑 일정을 맞춰 김장을 하는 것이다. 뒷 밭에 심어 놓은 시금치가 제법 되기 때문에 어짜피 내가 다 먹을 수 없는 것이라 그것을 가끔 솎아 주는 것외는 밭에서 할 일은 없다. 그래도 뒷 밭에 왔다갔다 하면서 수많은 돌들을 조금씩 집 안으로 가져와 다음에 수리할 때 사용할 생각이다. 

    - 아침을 먹고는 마당에 해바라기 씨앗과 메밀을 널어 놓았고, 뒷 밭 시금치 밭에 가서 잔풀을 좀 뽑았다. 점심을 먹고는 또 메밀 묵을 한 사발 했다. 그래도 한 번 해봤다고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메일가루를 짤 때는 망사 방충망 조각을 이용했는데 왔다다. 엊그제 한 묵은 조금 된 듯해서 물을 조금 더 넣었다. 내일 먹어보면 알겠지. 그동안 마당에 단으로 묶어 세워 놓았던 메밀 대를 온돌 부엌에 쌓아 놓았다. 그리고 군불도 조금 지폈다. 조금 지폈기 때문에 새벽에는 전기장판을 이용해야 할 듯하다. 

    - 이웃집에서 또 떡, 과일, 갈치 등도 주셨고, 김장 때 사용하라며 마늘도 많이 주셨다. 난 겨우 해야 가끔 계란 몇 개씩 드리는 게 전부인데, 너무나 고마운 분들이시다. 기회가 되면 메밀 묵이나 한 번해서 맛보시게 해야겠다.

 

▣ 2022.11.05. 토. 남해 - 해바라기 씨앗, 메밀 세척 후 말리기 등.

    - 새벽 네 시가 조금 넘어 눈을 떴고, 6시 경 일어나 책상에 잠시 앉았다가 6시 50분 쯤 밖으로 나갔다. 앞집 김사장님은 벌써 밭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 참으로 부지런하신 분이다. 아침을 먹기 전에 이것저것 하다 7시 쯤 아침 밥을 하러 들어왔다. 

    - 아침을 먹고는 말려서 비닐봉지에 넣어 두었던 해바라기 씨앗과 메밀을 꺼내 쭉정이를 건져내고 깨끗이 씻어 마당에 널었다. 우리 집 메밀은 누구라도 요리해서 먹으면 될 수 있게끔 되어 있는 셈이다. 이 작업을 다 하고 났더니 2시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결국 점심은 두시 반쯤에 먹었다. 그 중간에 어제 한 그릇 남짓하게 쑤운 메밀 묵을 앞집 김사장님께 진짜 조금 가져갔더니 사모님과 사장님 누님도 와 계셨다. 그 집에서 맛있는 떡과 커피를 얻어 먹고 왔다. 그리고 또 '겨울추'를 한 뭉치 주셨다. 점심에 그것도 데쳐서 먹었다. 

    - 점심을 먹고는 수시로 마당에 널어 놓은 것들이 잘 마르게 헤집어 주었고, 아침에 해서 널어 놓았던 빨래들도 걷어 들였다. 그러고 나니 해 질 때가 되어 해바라기 씨앗과 메밀을 거두어 놓았다. 요즘은 해가 짧아 어영부영 하다 보면 하루가 간다. 유자 나무 밑에 설치해 놓은 골프 스윙 연습장도 어쩌다 보면 놓치게 된다. 막 저녁을 하려는 데 맞은 편 집 할머니께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세편' 떡을 조금 가지고 오셨다. 쫀득할 때 먹어라시는 말도 잊지 않으신다. 이렇게 다니시다 혹 넘어지시기나 하면 큰일인데.....덕분에 오늘 저녁은 세편 떡으로 떼웠다. 

 

▣ 2022.11.04. 금. 남해 - 메밀묵 만들기 등.

    - 요즘은 아침 먹기전에 특별한 일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야 할 일도 없거니와 낮에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운동을 마치고 닭장 문을 열어 주었더니 어제 알을 낳지 않은 닭 두 마리가 서로 먼저 알을 낳겠다고 뛰쳐 나간다.

먼저 자리를 차지한 닭 앞에 차례를 기다리고 서 있다. 오늘은 10시가 되기도 전에 네 마리 전부가 알을 낳았다.

    - 아침을 먹고는 어제 쭉정이를 골라내고 깨끗이 씻어 놓은 메밀을 가지고 묵을 만들기로 했다. 사용한 메밀의 양은 500CC고, 물은 800~900CC 필요하단다. 유튜브 등을 참고하여 내가 만들 메밀 묵의 절차는,

1. 메밀의 쭉정이를 고르고 깨끗이 씻는다.

2. 씻은 메밀을 건져 내어 팔팔 끓는 물에 부어 3분 정도 유지한다.

3. 뜨거운 물에서 건져 낸 메밀을 적당한 물과 함께 믹서기에 간다. 

- 하지만 유자청을 만들기 위해 구입한 믹서기가 작은 것이라 메밀을 갈 수 있는 수준이 못되었다. 믹서기에서 연기가 나고 메밀이 잘 갈아지지 않았다. 포기하고 버리려 하다가 '깨, 마늘' 등을 부수는 프라스틱 절구통에 빻기로 했다. 

4. 메밀을 절구통에 넣어 빻는다.

5. 빻은 메밀을 준비한 물과 채반 등을 이용하여 껍질을 걸러낸다.

6. 남비에 메밀 가루 물을 넣고 눟지 않게 저어면서 묵을 쑨다. 

7. 벽지 바를 때 묵이 풀처럼 되었을 때 불을 끄고 3~5분 뜸을 들인다.

8. 용기에 부어 식힌다.

이런 절차로 만들었다. 묵이 좀 된 듯하다. 아마도 묵 가루에 비해 물이 좀 적었던 모양이다. 어려웠던 절차는 메밀을 빻는 것인데 500CC 메밀을 빻는데 1시간이 걸렸다. 또 빻은 메밀을 채에 걸르는 일로 무척이나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도구도 시원치 않아 힘들었다. 작은 채반을 이용하기도 하고, 만두 등을 찔 때 찜통에 까는 헝겁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제일 도움이 되었다. 어릴적 어머님께서는 '삼베'를 이용해서 짜는 것도 본 듯하다. 

    - 메밀 묵을 만드는 데 오전 시간이 다 갔다. 그 덕분에 점심으로는 '삼계탕'을 먹었다. 일전에 짝지가 왔을 때 마트에서 사 온 팩 삼계탕이다. 점심을 먹고 오늘 낳은 달걀 네 개를 이웃집 할머님 댁에 갔다드렸다. 6가구 할머니댁 중 세 번째다. 오래 전에 한 차례 드렸고, 이번이 두 번째 인데 다음 주나 되어야 다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우리 닭들이 이웃 할머니 댁 마당에 놀고 있었다. 그래서 긴 장대를 들고 혼을 내 주었다. 아마 십겁했을 텐데, 요즘 '오냐 오냐' 해 주었더만 간이 배 밖에 나왔나 보다. 오늘 심하게 혼을 내 주었다. 지금 닭장 안에서 쫄쫄 굶고 있다. 주말에만 오시는 김사장님도 일찍 오셔서 열나게 일을 하고 계신다. 

 

 

▣ 2022.11.03. 목. 남해 - 완두콩 파종, 메밀묵 만들기 준비 등.

    - 아침에 집 주위와 밭을 한 바퀴 돌면서 시금치를 조금 솎았다. 집 앞 채소밭에도 시금치를 조금 심었는데, 집 뒤 밭에 심은 것보다 확실이 빨리 자랐다. 처음으로 몇 포기 솎았기 때문에 신고를 드렸다. 그 시금치를 그냥 살짝 데쳐서 된장에 찍어 먹었는데 시금치가 맛있다. 또 우리 시금치는 거름도, 비료도, 농약도 하지 않은 오리지널 유기농 시금치다. 그 시금치 밭에 물도 듬뿍 주었다. 밭 입구에 심은 '화살나무'에 빨간 단풍이 곱게 들었다.

    - 아침을 먹고는 어제 만들어 놓은 곳에 '완두콩'을 심었다. 총 78개 구멍에 심었는데, 완두콩은 추위에 강한 식물이라 이 가을에도 심는단다. 수확은 4월이나 5월 정도가 될 듯하다. 완두콩을 심고는 집 앞 도로에 떨어져 있는 낙엽을 좀 치웠다. 불을 땔만한 가지들은 집으로 가져와 부엌 안에 두었다. 

    - 점심을 먹고는 유튜브를 보면서 메밀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도 했다. 메일하면 우선 '묵'이 떠오르기에 일단 묵을 조금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많이 만들 것 같으면 방앗간에서 메밀을 갈아 와야 하겠지만 시범적으로 조금만 만들어 보려고 '믹서기'에 갈아서 하는 방법을 택했다. 유튜브에서 소개된 대로 500cc 정도만 가지고 해 보려한다. 그래서 오늘은 그 정도의 메밀을 깨끗이 씻어 놓았다. 내일 낮에 시도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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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02. 수. 남해 - 완두콩 두둑 만들기, 유자청 병 세척, 수확된 메밀 마무리 등.

    - 며칠 간 날씨가 너무 좋다. 가을이 아니라 오히려 봄이라 해도 될 듯한 날씨다. 계절적으로 보아 남해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면 가을 산을 찾아 정신없이 돌아 다녔을 때다. 그런데 얼마되지는 않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고 있다. 아침을 먹기 전에 완두콩 심을 곳을 좀 일구었다. 그리고 마늘과 시금치에 물도 좀 주었다.

    - 아침을 먹고서는 유자청을 만들면 담을 병을 베이킹소다, 식초 등으로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렸다. 다음 주 이전에는 따서 청을 만들어야 할 듯하다. 그래서 믹서기도 구입하는 등 준비는 다해 놓았다. 그리고 그동안 메밀을 털어 말리면서 알만 고르는 작업을 마무리 했다. 최종적으로 마무리 한 셈인데, 12.5킬로그램으로 이제 그것으로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만 남았다. 

    - 점심을 먹고도 완두콩을 심을 두둑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 작업을 끝내고 그곳에 물을 뿌려 땅을 부드럽게 해 주었고, 내일 완두콩을 파종할 생각이다. 읍내에 나가 파종할 완두콩도 사왔다. 읍내에 간 김에 방앗간에 가서 메밀을 빻는 것에 대해서도 물어 보았다. 껍찔 째 빻으면 가루의 색깔이 시커멓게 된단다. 그래서 묵이나 국수 등을 하면 검은 색을 띤단다. 하지만 껍질을 제외한 속으로만 무엇을 하려면 음식을 만들 때 절차가 복잡고 도구도 많이 필요하단다. 고민을 해봐야 할 듯하다. 집에 와서 군불도 좀 지폈다. 주말부터는 날씨가 제법 추워진다고 한다. 군불을 지필 날도 잦아질 듯하다.

 

▣ 2022.11.01. 화. 남해 - 메밀대 정리, 새 방지 그물 지지대 철거, 시금치 밭 풀 뽑기 등.

    - 즐거운 날이라도, 슬픈 날이라도 시간은 간다. 즐거운 날이라고 하루가 길어지지 않고, 슬픈 날이라 더 짧았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벌써 11월이다. 계절적으로는 가을이라 무척이나 좋은 계절이지만 곧 한 해가 저문다는 생각을 하면 마냥 좋은 계절이라고 할 수도 없다. 남해와 인연을 맺은 지 딱 만 1년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을 했고 나 역시 많이 변했다. 또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 

    - 오늘 아침도 역시나 같다. 단지 계절이니 만큼 시간적으로는 조금씩 달라졌다. 마당에 나와 대문을 열고, 나름 운동을 하고, 닭장 문을 열어 주고, 긴 대나무 작대기를 들고 집 주위와 밭을 한 바퀴 돈다. 오늘은 유자나무 밑에 있는 표고목에서 버섯을 4개나 땄다. 한 개만 김치찌게에 썰어 넣고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집 뒤에 있는 마늘 밭과 시금치 밭에 물도 듬뿍 주었다. 

    - 아침을 먹고는 메밀을 털고 마당에 널어 말리던 메밀대를 단으로 묶어 놓았다. 좀 더 마르면 군불을 지필 때 불쏘시개로 사용된다. 그것 말고도 불쏘시개로 사용될 것들이 아직 많다. 올겨울에 많이 없애지겠지만... 이웃집 할머니가 집 앞을 지나가시면서 "메밀 많이 했는교?" 하셔서 바가지에 조금 떠서 보여 드렸더니 "와! 메밀이 참 야물고 좋다" 하시면서 "메밀은 야물어야 한다" 며 칭찬을 해 주신다. 어제 뒷 밭에 다 마무리하지 못한 새 방지 그물 지지대를 다 철거해서 집으로 옯겨 놓았다. 앞집에서 가져다 놓은 대나무를 참으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 점심을 먹고는 시금치 밭에 또 올라 오는 작은 풀들을 핀셋으로 좀 뽑았다. 이웃 밭에 일하러 오신 할머니께서 메밀을 다 수확한 것을 보시더니 "또 뭐 심을 거냐?"고 물으신다. 봄까지 뭘 심을 생각이 없다고 했더니 할머니께서 "완두콩을 심지" 하신다. 완두콩은 11월에 심어도 된다신다. 그래서 한 번 검색해 보고 생각해 보겠다고 말씀 드렸다. 만약 완두콩을 심더라도 그 밭에 다 심을 생각은 없고 한 고랑 정도만 심을까 한다. 요즘은 금새 해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