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ㄹ,ㅁ,ㅂ

2022.06.04. (변산반도 쇠뿔바위봉 코스)

동선(冬扇) 2022. 6. 5. 08:39

어수대탐방로 입구-쇠뿔바위봉-새재삼거리-투구봉-사두봉-중계교

(산행시간: 4시간 20분)

 

 

07:00 집 출발

        참으로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다. 산행으로 치면 작년 7월 중순 3일간에 걸쳐 쓰피픽스(한라산, 지리산, 설악산)를 한 이후 10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서는 거의 남해 집에서 집을 보수하거나, 채소를 가꾸거나, 밭 일을 한다고 산행은 커녕 산책다운 산책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산악회와 함께  산행을 해 본지는 6년도 더 넘은 듯하다. 이 산악회와의 인연은 내가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2005년)한 거의 초기부터다. 참으로 많이 다녔다.

 

        무거운 마음을 갖고 집을 나섰다. 산행에 필요한 준비는 어제 거의 다 해 두었다. 아침에 도시락만 준비해서 배낭에 넣으면 된다. 반찬도 어제 저녁에 다 준비를 해 두었다. 반찬이라고 해야 내가 처음으로 심은 상치와 오이가 전부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보다 좋은 거라 생각한다. 농약은 물론이고 거름도 안 준, 그야 말로 물과 정성으로만 키운 채소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5시에서 6시 사이에 닭장 문을 열어 두는데, 오늘은 산행을 하고 늦게 오기 때문에 집을 나서기 전에 닭들을 닭장에 가두어 두고 가야한다. 그런데  평소에도 말을 잘 안 듣던 닭 한 마리가 기억코 닭장에 들어가지 않고 나무 덤불 속에 숨어 버렸다.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 않아 네 마리만 닭장에 가두고는 집을 나선 것이다. 산행을 마치고 집에 왔을 때 달아나버린 닭 한 마리가 무사하기를 바랄 뿐...

 

07:40 섬진강 휴게소(순천방향) 도착

        산악회와 합류하기로 한 휴게소다. 8시 30분에 합류 하기로 했고, 집에서 휴게소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된단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아마 성격 탓도 있을 것이다. 휴게소에서 화장실도 가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공원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08:50 산악회와 합류

        오랜만에 타 보는 산행 버스다. 어떤 때는 산악회 책임을 맡아 맨 앞자리에도 타보고 했었던 대형 버스다. 오래전에 회원이 되어 아직까지 회원으로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참석자 명단에도 예전에 오랜 기간 동안 함께 산행을 한 몇 분도 계셨다.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다. 

        엊그제 산행 안내를 대충 보니, 코로나로 인해 버스 안에서 대화, 음식물 섭취 등이 금지되어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부산에서 장시간 오는데 참으로 많이 불편했을 듯 싶다. 

 

09:40 곡성기차마을 휴게소

11:20 유동쉼터

        산행을 하기 전, 평소같으면 다 같이 모여서 준비운동을 잠시 동안 하는데, 오늘은 이동 시간이 너무 길어 일정상 그것마져 생략한단다. 예전에 산행을 많이 했고, 또 무리하다시피한 산행도 해 봤지만 세월도 갔고, 또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라 혹 일행에 피해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하는 걱정도 있다. 

        오랜만에 잡아 보는 카메라다. 산행 준비를 하면서 밧데리 충전과 메모리는 챙겼는데, 오랜만에 카메라를 잡으니 조작 방법이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한참 동안 이것저것을 만져보다 그냥 있는 상태로 찍었다. (집에 와서 다음 날 이것을 작성하면서 카메라를 다시 보니 LOCK이 걸려 있어서 뭔가 조작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그것을 진작 알았다면 좀 더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거다.

11:34 산행 들머리(어수대 탐방로 입구)

11:49 이정표(쇠뿔바위 2.5, 청림마을 4.5)

12:20 무덤

13:16 쇠뿔바위 근처

(쇠뿔봉 - 동봉)

 

(쇠뿔바위 전망대)

(고래등 바위와 쇠뿔봉)

13:27 쇠뿔바위 이정표

13:29쇠뿔바위 전망대

(의상봉)

14:29 새재 삼거리, 이정표

14:45 투구봉

 

15:55 산행 날머리(중계교)

16:40 곰소염전마을식당

        젓갈 정식인가? 아무튼 9가지 젓갈이 나오는 밥상으로써 반찬도 여러가지 나왔다. 이 또한 오렌만에 접해 보는 일이다. 예전에는 시끌벅적하고 술도 많이 마시고 했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예전 같은 풍경은 앞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다. 

18:00 곰소 출발

        버스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산행 총무님께서 오랜만에 왔다고 한 마디 하라 하신다. 정말 오랜만에 참석한 사람으로서 미안한 맘 뿐인데, 핑계 아닌 핑계를 잠시 말하고, 어쨌던 오래 전부터 회원인 한 사람으로서 이 산악회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기만을 빌 뿐이다. 그리고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참석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20:50 집 도착

        산행을 하는 동안에도 온통 한 마리 닭 생각만 했다. 그 닭들의 초롱한 눈동자를 생각하면 참으로 귀엽다. 닭을 키

움으로해서 닭똥 냄새, 닭장 청소 등 여러 귀찮은 일도 많지만, 그래도 지금은 나에게 어쩌면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저녁 9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했다. 물론 깜깜한 밤이다. 하지만 마당 가장자리에 서 있는 두 개의 태양열 전원등

이 집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닭장으로 달려갔다. 네 마리의 닭들은 평행봉 위에 앉아서 인기척이 나자 작은 울음을

터뜨렸다. 난 후레쉬를 들고 닭을 찾아 나섰다. 그 닭이 숨었던 나무 덤불과 그 밖에 달들이 놀던 곳을 모두 찾아 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내일 아침, 다른 닭들을 풀어 놓았을 때 무사히 함께 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