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ㅅ,ㅇ,ㅈ

주산지, 주왕산 (2020.10.31 : 나홀로)

동선(冬扇) 2020. 11. 1. 07:11

주산지 - 절골매표소 - 대문다리 - 가메봉 - 후리메기 삼거리 - 용연폭포 - 절구폭포 - 용추폭포 - 대전사 - 주왕산국립공원 사무소

(산행시간 : 6시간 30분)

 

03:15 집에서 출발

        가수 이용씨가 그토록 외치던 '시월의 마지막 밤'이다.

        물론 밤은 아니지만 밤처럼 어두우니까, 새벽도 밤인 것은 맞다.

        이런 새벽에 집을 나섰다. 

        어젯밤 늦게 결정한 것이라 이렇게 되고 말았다.

        원래 사전 계획에서는 오늘 아침에 출발해서 '주왕산'을 산행하고, 그 근처에서 1박을 한 뒤, 내일 새벽에

        주산지를 둘러보려 했으나, 일기를 보니 일요일 날씨가 흐리단다.

        그래서 일정을 수정, 새벽에 출발해 '주산지'를 먼저 들린 뒤, '주왕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 동안 진한 등산을 하지 않은 상태라 걱정이 앞섰다. 더군다나 짝지가 휴무일이 아니라 혼자 산행을

        한다는 게 이쯤의 나이에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만에 꾸려보는 등산 배낭에는,

        쵸코파이 두 개, 삶은 달걀 두 개, 삶은 고구마 1개, 양파즙 두 봉지, 새끼 밀감 4개, 단감 두 개, 사과 1개와

        패팅 두 개(반팔 포함), 벙거지 모자 1개, 버퍼 1개, 장갑 1켤레, 스틱  1개, 헤드렌튼 1개, 패트병 물 두 병과

        카메라 두 대....

 

        어젯밤 늦게 잠이 들었다. 

        등산계획을 늦게 잡았고, 등산 준비를 하느라 그리되었는데, 아마도 자정은 넘어서 잠이 들었을 테다.

        알람 시간은 02:30분을 맞추어 두었다. 그리 했으니 잠을 잔 시간은 두 시간이 채 되지 못했을 듯하다.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밥을 먹으려 밥통을 열었더니, 오늘따라 하필 밥통에 남아 있는 밥이 없다.

        그렇다고 다시 밥을 해 먹기는 시간도 없다.

        라면 두 개와 삶은 계란 한 개로 아침을 대신했다. 지금 자고 있는 짝지는 내가 산에 가는지도 모르고 있을거다.

        쪽지에 간단히 메모를 남기고 집을 나섰다.

        시월의 마지막 날 새벽은 바람과 함께 이렇게 시작되었다.

 

        부산과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 있는 산이라 가 본지가 꽤 오래 되었다.

        물론 그 중간에 초등하고 친구와 간단히 산책을 하느라 가 보긴 했지만, 정상적으로 등산을 한 것은

        8년 전 이맘 때인 2020.10.27. 이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갔었는데, 가을비가 촉촉히 내려 우의에 우산을 들고 산을 올랐던 기억이 있다. 

        비록 가을비가 산행을 방해하기도 했지만, 비로 인한 선명함은 더 고운 색깔을 가져다 주었다.

        그때 찍은 사진 한 장을 올려 본다.    

        집에서 이곳까지 오는 두 시간 반 남짓 동안 상당히 긴장을 했었다.

        깜깜한 새벽에다 익숙하지 않은 도로.....

        간간히 잠이 오기도 했지만 CD에서 나오는 신나는 음악이 긴장과 잠을 쫓아주는데는 그만이다. 

 

05:50 주산지 주차장 도착

        지금까지 이곳으로 오는 동안에는 내 앞에 가거나 내 뒤를 따르거나 하는 차들은 보지 못했다.

        혹 이 길이 아닌가 할 정도로 한산한 도로였는데, 주산지 주차장에 들어서니 수 많은 차들이 꽉 차 있었다.

        이른 새벽인데 언제, 어디서 왔는지 모를 차들이 주차장과 도로에 주차공간이 없을 만큼 많았다.

 

06:30 주산지

        어두운 길을 약 20분 남짓 올라가니 주산지 주변에는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펼쳐놓은 카메라 삼각대가 늘어서 있었고, 이미 좋은 자리는 다 차지하고 있었다.

        그 분들의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주산지 주변 여러 곳을 다니며 나름 좋은 모습을 담으려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07:40 주산지 출발

08:10 주산지 주차장 도착

        주산지에서 내려와 몸도 좀 녹일겸 해서 커피 한 잔과 사과 파이 두 개을 샀다(6,500원)

        차 안에서 파이 하나와 커피를 마셨는데, 어느 곳의 커피 맛도 그기서 그기다. 

        가끔 커피가 맛있다는 느낀 받은 적도 있긴 하지만 커피가 맛이 있어서 마신 적은 별로 없다.

        그저 이럴 때는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게 내 몸에 대한 예의인 듯한 느낌 뿐...

         

08:45 절골.주산지 삼거리

        주산지 주차장에서 등산이 시작되는 '절골 매표소'까지는 약 1킬로미터 내외다. 

        그런데 이 시간임에도 벌써 주차장 들어가는 길은 이미 봉쇄란다. 

        그래서 절골과 주산지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농로에 차을 세웠다. 

        이미 그곳에도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다.

 

08:55 절골매표소

        8년 전쯤 왔던 곳으로 그때와 달라진 것이라고는 '코로나 19'의 영향에 의한 것 뿐이며,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찾는 모든 사람에게 열체크를 하고, 인적사항을 기록해야 통과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아예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된단다. 

        "예약을 하지 않고 왔다"니까 이른 시간이라 입장을 허락해 주지만 다음부터는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단다. 

 

10:20 대문다리

        이곳까지 오는데 제법 사람들이 보인다. 

        대부분 가족 단위, 직장 동료나 친구들 같은 이들도 대부분인 듯 하다. 이 또한 코로나 영향일 게다.

        예전처럼 산악회같은 많은 무리를 지어서 오는 사람들은 잘 안 보인다. 물론 있을 것이다.

        대문다리 입구에 몇몇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나도 그들을 배경으로 시간 체크용 사진을 

        한 장 찍었다.

 

11:32 이정표(대문다리 1.7, 가메봉 0.5)

11:49 이정표(가메봉 0.5, 왕거암 1.6)

12:06 가메봉(882)

        대문다리에서 가메봉까지 오는 1킬로미터 남짓한 코스는 참으로 힘이 들었다. 

        경사도 급하고 미끄럽기도 했다.

        두 대의 카메라를 가슴에 않은 채 올라오는 길은 코가 닿일 듯한 경사로, 더군다나 하산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있어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었는데, 땀에 젖은 마스크가 얼굴에 달라 붙어 숨을 들여 마시기가 힘들었다. 

        거대한 바위와 기암괴석이 주왕산의 상징인데, 가메봉 정상 역시 거대한 바위다. 

        정상에 올라서면 현기증을 느낄 정도의 아찔함을 연출한다. 

        정상에는 열명 남짓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는 의외다. 

        등산 인구가 줄긴 줄었구나 하고 또 한 번 느끼는 순간이다. 요즘은 코로나 19 역시 많은 영향이 있는 것은

        확실할 거다. 

        약 5~6년 전만해도 이 시기쯤 이곳에 왔다면 사람들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었을 텐데,

        등산인구가 그때보다 약 절반은 줄은 듯하고, 또 코로나19로 인해 그 절반에다 또 절반은 줄어 예전보다

        등산인구가 1/4정도로 줄었지 않나 하는 짐작이다. 

 

* 주왕산 국립공원*

1976년 우리나라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105.595㎢이란다. 보는 이를 한눈에 사로잡는 암봉과

깊고 수려한 계곡이 빚어내는 절경을 간직한 영남 제1의 명승지이란다. 주왕산(720.6m)을 중심으로 태행산(933.1m),

대둔산(905m), 명동재(875m), 왕거암(907.4m) 등의 산들이 말발굽형으로 자연성곽 같은 멋진 산세를 이루고 있으며,

7천만 년 전의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굳은 용결 응회암으로 이루어져 특색있는 경관을 이루고 있어 우리나라의 3대

암산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단다.

 

        이정표(가메봉 0.7, 대전사 6.0)

        이정표(가메봉 1.5, 절구폭포 2.4, 대전사 5.2)

13:27 후리메기 삼거리

        들머리든 날머리든 단풍이 좋고 그곳과 가까운 곳에는 사람들이 많다. 

        등산을 왔다기 보다는 그냥 나들이를 온 사람들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13:55 갈림길.이정표(용연폭포 0.3, 대전사 3.1)

14:00 용연폭포

14:25 절구폭포

14:40 용추폭포

15:00 대전사

        폭포 근처와 대전사 주위는 사람들이 엄청나다.

        하이힐을 신은 사람도 있고,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유모차에서 막대사탕을 빨고 있는 

        어린 아이도 보인다. 

        간간히 등산배낭을 맨 사람들도 보이기는 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15:12 주왕산국립공원 사무소, 주차장

        넓디 넓은 주차장은 빈틈이 없다. 주차장 뿐만 아니라 약 1키로미터 되는 도로 양쪽에 차들이 늘어서 있어

        늦게 온 사람들은 차를 두고 2킬로미터를 걸어야 대전사 입구에 갈 수 있고, 또 구경을 하고 차로 돌아가려면

        또 다시 2킬로미터를 걸어야 한다.

        더구나 청송은 '사과'로 유명한 곳이라 나들이 온 사람들이 무거운 사과 봉지나 사과 박스를 들고 가는 모습이

        힘들어 보이기도 한데, 또 그런 것이 작은 행복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자판기에서 사과 주스 한 봉지를 사 먹었다.(1,000원)

 

16:22 주왕산 출발

        주산지로 가는 버스가 16:20분에 있단다. 

        한 시간 남짓 기다려야 하는데, 화장실에 가서 좀 씻고, 짐도 다시 정리하고 하다 보니 시간이 후떡 간다.

        차 올 시간이 다 되어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버스가 제시간에 오느냐?" 물었더니

        "버스가 이곳까지 안온다"고 하면서 "이곳에서 약 2~300미터 아래 쪽 임시정류소가 있다"단다.

        배낭을 메고 카메라 두 대를 안고 뭐 빠지게 뛰었다. 

        겨우 차를 탈 수 있었는데, 그 차도 절골근처에 차가 밀려서 한 1킬로 미터 전에 하차를 시켰준다.

        또 밀려있는 차들 사이로 걸어야만 했다. 

        이런게 사는 거지.....

        이렇게라도 산에 다닐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거지.

 

        또 하나! 

        자신감을 좀 얻었다. 진한 산행을 그만 둔지 제법 시간이 흘렀다. 오늘 등산을 하면서 포기하면 어쩌나, 

        포기할 상황이 오면 어쩌나, 과연 등산할 체력이나 될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런데 예전보다는 좀 느리기는 했을 테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등산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준

        좋은 시간이었다. 

        감사하다. 

 

17:00 절골, 주산지 삼거리

19:10 경주IC 휴게소

        지난 밤 잠을 두 시간 정도 밖에 자지 못하고 한 일정이라 내려오는 동안 잠이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었다.

        만약 잠이 오면 길가 어디든 차 안에서 잘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초저녁이라 그런지 잠은 오지 않았다. 이 또한 감사하다. 

        오랜 동안 힘들었던 차도 식힐 겸해서 잠시 차를 멈췄다. 사과 하나를 깎아 먹었다. 

        별도로 점심을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가져간 간식거리중 쵸코파이 2개, 감 1개 등,

        몇 가지가 남았다. 

        이번 등산에서 도로비 등 빼고 별로로 지출한 돈은 7,500원뿐이네......ㅎ

 

20:10 집 도착 

 

(이하 주산지)

 

(이하 주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