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바위 일출 - 우제봉 둘레길(서자암, 우제봉 전망대 등, 55분 소요) - 신선대 - 바람의 언덕 - 공곶지
03:40 집에서 출발
이렇게 기막힌 우연은 없다. 명절 연휴에, 맑은 날씨에......
이런 기막힌 우연은 참으로 갖기 힘든 행운이다.
거제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을 보기 위해 몇 번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를 했었다.
우선 그곳은 부산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남짓을 가야하는 먼 곳이다.
또 해가 뜨는 위치는 계절에 따라 매우 빠르게 달라지기 때문에 사자바위 일출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감안해야만 한다.
그곳에서 해 뜨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일년에 단 며칠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시기가 3월과 10월 며칠 간이다.
올해 바로 그 시기가 추석 명절에 속해 있는 것이다. 날씨 또한 맑단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이 시기를 맞추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그렇다고 휴가를 낼 수도 없고, 설사 우연으로 주말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날씨가 따라 주어야 한다.
이곳의 일출 모습을 찍기 위해 근처에서 숙박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먼곳에서는 관광버스로 밤새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면 그곳에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수 십, 수 백명의 사람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난 몇 번의 시도에도 제대로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시기가 안맞았거나, 날씨가 바쳐주지 못했거나, 평일이라 아예 시도 조차 못했거나.........
05:45 해금강 주차장
오늘은 명절 다음 날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들이랑 명절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분명 많은 사람들은 없을 것으로 예상을 했다.
부산에서 3시 40분 정도에 출발을 해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 차들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아,
나같은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해금강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왠걸 차들이 엄청 많다.
희미하게 밝아 오는 주차장에는 많은 차들과 차박(차에서 숙박을 하는 것)하는 사람들,
주차장 인근에 텐트를 치고 휴일를 즐기는 사람들, 캠핑카들로 가득하다.
서둘러 해안가로 내려갔다.
06:20 일출
사자바위가 보이는 해안가에는 벌써 20여 명의 사람들이 카메라 삼각대를 놓고 진을 치고 있었다.
아마 단체로 어울려 온 사람들도 있고, 그저 호기심으로 온 젊은 남여들도 있는 듯하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은 사진을 전문으로 찍거나, 취미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일 거다.
카메라 렌즈의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내 렌즈가 가장 작다. 그래도 내 렌즈는 일명 '백통'으로 불리는 70~200mm인데도 말이다.
그래도 명절 다음 날이라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다행이다.
사자바위 근처, 위쪽으로 짙은 구름이 가득하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의 입에서 '오늘도 좋은 일출을 보기는 틀렸다' 고 하는 소리도 들린다.
일출이다!
멋진 일출이다.
내 카메라 삼각대가 지금의 자리에서 1미터만 더 오른 쪽으로 설치되었다면 더 좋았을 건데,
이정도의 자리를 잡은 것도 어디냐! 이 또한 행운이다.
이제 정확한 자리를 알아 두었으니, 만약 다음에 또 여기에 온다면 집에서 새벽 1시 정도에 출발해
몇 시간 전부터 대기를 해야 할 듯하다.
06:45 우제봉 둘레길 출발
해금강을 들릴 때면 거의 빠지지 않고 가는 코스다.
가벼운 산책 정도다. 물론 둘레길 전체 코스를 돌려면 힘든 곳도 많이 있지만,
우제봉만 오르려면 정말 가벼운 산책길이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며 충분하다.
우제봉 전망대에 오르면 해금강, 소병도, 대병도 등을 보는 풍광이 환상적으로 좋다.
우제봉 정상은 군사시설이 있어 정상에는 오르지 못하고, 정상 몇 십 미터 전에서 그만 두어야 한다.
하지만 정상에서 보는 것이나, 전망대에서 보는 것이나 별반 차이는 없다.
06:56 서자암
참으로 작은 암자다.
동해쪽으로 앉아 있어 해금강과 사자바위도 볼 수 있는 곳에 있다.
스님은 한 분 정도 계신 듯한데, 그 암자에 들릴 때마다 참으로 깔끔한 분으로 느껴진다.
암자로 가는 좁은 산길이 언제나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다.
짝지가 대웅전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 절을 하고 나오는 모양인데, 난 몇번이고 들렀지만 그냥 작은 마당에서
합장을 하는 정도다.
07:12 우제봉 전망대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정말 멋지다.
해금강을 가는 사람들은 꼭 이곳에 가보기를 권한다. 빠른 걸음이면 20분이면 충분하다.
07:40 해금강 주차장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굴해장국'을 시켜 먹었는데, 아침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밥이 설익어 술밥이다.
몇 가지 반찬이 나왔는데 보기보다 맛이 있었다. 물론 아침 6시쯤 아침을 먹는 나로서는 늦은 아침이다.
08:23 신선대
이곳 주위에 신선대를 비롯해 바람에 언덕 등 유명한 곳이 모여 있다.
신선대의 넓은 바위 아랫 쪽에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워낙 평편한 곳이라 별 위험도 없어
낚시하기에 더 없이 좋을 듯한데, 고기가 잘 잡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09:00 바람에 언덕
바람의 언덕에 바람이 없다. 아마 오늘만 없는 듯하다.
바람 대신 날파리인지, 하루살이인지 모르지만 날벌레가 사람들을 괴롭힌다.
산행을 비롯하여 몇 번을 왔었는데 바람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풍차의 날개는 힘차게 돌아가는 것을 보니 동력으로 돌리나 보다.
10:08 공곶이주차장
거제에 나들이를 오면 자주 들리는 곳이다.
우연히 알게된 곳인데 매력적인 곳이다. 이곳은 주로 수선화가 피는 5월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아마 그때는 사람들의 꼬리를 물고 다녀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10:20 동백나무 터널
나는 수선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곳의 매력에 빠진 것은 동백나무 터널 때문이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30도 정도, 약 100미터 경사길이 너무나 멋지기 때문이다.
동백나무는 사철나무라 사시사철 푸르기 때문에 어느 계절에 오더라도 동백나무 터널을 볼 수 있다.
두 사람 정도 비켜갈 수 있는 좁디좁고, 높이도 키가 큰 사람은 허리를 숙여야 할 정도의 동백나무 터널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고, 늘 그곳에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경사가 있어 그 터널을 왕복하면 제법 땀을 흘려야 한다.
10:33 농장
지금은 노란 수선화가 없는 시기라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런데도 추석 연휴를 이용한 가족 단위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이곳 농장의 주인인 할어버지, 할머니의 연세는 아마도 80대 후반 일 거다.
이제 연로하셔서 그런지 몇 년 전에 왔을 때보다 관리가 아무래도 낯선 듯하다. 당연한 일일테다.
아마 머지않아 그분들을 뵐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다 허물어져가는 집의 돌담 앞에 무인 가게가 있다. 무인가게라 헤봤자 낡은 나무판자 위에
아주 큰 마늘쫑 같은 수선화 뿌리를 담은 광주리, 돈을 넣을 수 있도록 구멍을 뚫은 종이박스,
'1뿌리(뭐라 적혀있었는데 기억이 안나네) 1,000원'이라 적어 놓은 것이 전부다.
2천 원을 넣고 두 어 뿌리를 가져왔다.
보통 그곳에 들릴 때면
'공곶이 주차장에서 동백나물 터널을 내려와서 해안가를 돌아 다른 쪽으로 다시 공곶이 주차장'으로 되돌아
가는데, 이번에는 동백나무 터널을 왕복해서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그렇게 한 이유는 수선화 뿌리를 사기 위함도 있었지만, 동백나무 터널을 다시 올라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백나무 터널은 나에게 매력적이다.
아,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전에 이곳 공곶이에 왔을 때 들려본 카페 '공곶이 이야기'에 들러기 위해서다.
11:05 공곶이 이야기 카페
30대 중후반? 40대? 정도의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인데, 여주인장의 예술적인 솜씨가 상당한 듯하다.
작은 카페인데 외.내부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아 참으로 예쁘다. 또 카페에서 바라보는 바다 또한 환상적인
풍경을 제공한다.
그기서 우리는 망고 스무드와 와플 한 개를 먹었다.
12:00 공곶이주차장
이렇게 아침 일찍 출발해서 어디를 들리면 시간적 여유가 있어 좋다.
무엇보다도 요즘 같은 시절에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아서 좋고, 뜨거운 오후를 피할 수 있어 좋고,
일찍 집에 갈 수 있어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예전보다는 이런 일들이 훨씬 줄었지만 코로나19의 면역을 위해서라도 좀 더 나서야 할 듯 하다.
14:20 집 도착
(우제봉 둘레길 시작)
(우제봉)
(신선대)
(바람의 언덕)
(공곶이 주차장)
(동백나무 터널)
(공곶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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