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ㅊ,ㅋ,ㅌ

천성산 (2020.09.30) - 나홀로

동선(冬扇) 2020. 10. 2. 16:28

내원사주차장 - 합수머리 - 폭포 - 짚북재 - 상리천 계곡 - 합수머리 - 내원사주차장

(산행 시간 : 4시간)

 

08:30 집에서 출발

         오늘은 추석 명절 전날이다.

         이전 같아서면 아침 일찍 짝지랑 고향으로 가서, 짝지는 명절 제사를 준비하느라 바삐 움직였을 거고, 

         나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몇몇의 친구들과 등산을 하거나, 아니면 혼자서 천성산을 올랐을 거다.

         그런데 딱 일년 전 이맘 때, 작은 형님과 함께 계시던 어머님께서 101세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어머님께서는 작년 추석 명절 전전날 세상을 떠나셔서 급하게 그 다음 날 초상을 치렀다. 

 

         어머님의 제사도 이제 부산 큰형님 댁에서 모시기 때문에 명절 때마다 고향을 찾아오는 일도 없게 되었다. 

         그에 더하여 지금 세상이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을 하고 있는 현실이라, 

         매년 명절(구정과 추석)이면 명절 전날 6명의 고향 친구 및 아내들이 갖는 모임도 취소된 상태다. 

         그래서 특별히 할 일이 없는 나는 수시로, 명절 때면 오르는 이곳 천성산을 찾았다.

         준비물은 작은 배낭에 물 한 통, 카스*드 두 개, 사과 두 개, 카메라 두 대, 스틱 하 나가 전부다.

 

         아, 동반자도 있다. 

         오디오 북에서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기 살고 싶다' 의 부드러운 남자 목소리가 함께 한다. 

         이전에 읽었던 책인데 오디오로 들으니 더 그 내용이 와 닿는다.

         예전에 정신과 의사였던 '이근후 박사'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쓴 책이다.   

 

09:15 내원사주차장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몇 대의 자동차는 있지만 아마도 주차장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차이거나, 근처에 있는 익성암 또는

         노전암, 성불암과 관련된 차일지도 모른다.

         등산준비를 하고 있는데, 부부인 듯, 친구인 듯한 남녀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려 역시 등산 준비를 하고 있다.

 

09:40 합수머리

         노전암 쪽에서 내려 오는 물줄기와 성불암 쪽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합쳐지는 곳으로,

         천성산 공룡능선을 타려면 주로 이곳에서 시작한다. 

 

09:45 악우대

09:56 나무다리

10:05 아래 폭포

10:25 윗 폭포

         이곳까지 오는데도 지난 여름의 태풍과 폭우로 인한 흔적과 상처들이 곳곳에서 드러나 있다. 

         윗 폭포에서 아랫 폭포까지의 길이는 족히 100여 미터나 될 듯하다.

         물론 지금은 낙수량이 적어 실낱같이 약하지만 그 모습은 제법 그럴 듯하다. 

         물이 흘러내린다기 보다 가는 물줄기가 위로 치솟는다고 해야 할까?

 

11:05 짚북재

         짚북재는천성산을 오르고,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면 반드시 점심을 먹거나 쉬어가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인다. 물론 시대가 코로나19 시대이고, 또 시기가 명절 전날이라는

         것도 있지만. 지금까지 이곳을 수십 번 지나면서 아직까지 한 번도 이곳에 사람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곳 짚북재에 한 사람도 없다. 몇 마리의 까마귀만 울고 있다. 

         셀프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짚북재에 대한 얘기는

         어느 날 당나라 장안의 대찰인 운제사에 소반이 날아들었단다.

         소반이 절 마당에 둥둥 떠다니는 것을 신기하게 여겨,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법당 안에 모였던 사람들이

         마당으로 쏟아져 나왔고,  그 인원이 1천 명도 넘었단다.

         바로 그때 법당 대들보가 휘청대더니 법당이 순식간에 폭삭 내려앉았단다.

         절 마당에 떠다니는 소반을 구경하기 위해 법당 안에 모였던 사람들이 절 마당으로 나오는 바람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는데, 그 소반에는 '해동원효 척판구중(해동의 원효가 소반을 날려 대중을 구하다)라고 씌여

         있었단다.

         그래서 그들은 불가사의한 인물 원효를 찾아 동으로 동으로 가 발길을 멈춘 곳이 경남 양산 천성산이란다.

         그곳엔 운제사 대중들이 그토록 만나기를 고대했던 원효가 있었고, 젊은 날 의상과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오르려다 한밤중에 달게 마신 물이 해골 속에 담겨 있음을 보고 구역질을 하던 중 '일체 모든 법이 마음 안에

         있음(一切唯心造)'을 깨닫고 당나라행을 거둔 그 원효였단다. 

         원효는 당나라에서 온 1천 명의 제자들을 위해 천성산에 수많은 암자를 지었는데, 그래서 1천명의 대중들이

         입산을 했고, 그 가운데 988명이 이곳에서 도를 깨우쳤단다. 나머지 12명 가운데 8명이 가서 도를 이룬 곳을

         팔공산이라 하고, 4명이 가서 부처가 된 곳을 사불산이라고 한다는 전설이 있단다. 

         천성산은 1천명의 성인이 나왔다고 해서 천성산이란다. 

 

         원효는 당나라에서 온 1천 명의 제자들을 한곳에 수용하기가 힘들어 산내 암자 89곳에 분산시켰는데,

         이 때문에 원효는 설법을 하기 위해 고갯마루에 짚으로 큰 북을 설치해 울렸단다. 그곳이 바로 짚북재란다. 

         그런데 짚북재 대신 '집북재'라는 이름도 떠돈단다. 산길 곳곳에 설치된 119 푯말에도 '집북재'로 표기돼 있다.

         북을 설치해 사람들을 모았으니 '모을 집(集)'자를 쓰는 것이 일견 타당성이 있지만,

         이에 대해 양산시청은 "짚북재가 옳다"고 했는데, '짚으로 만든 북'에서 짚북재란 이름이 생겼다는 주장이란다

 

11:35 갈림길(천성산, 짚북재)

11:54 나무다리

12:03 나무다리

12:53 노전암 입구

         짚북재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도 사진에서 보듯이,

         지난 여름의 태풍과 폭우로 인한 흔적과 상처들이 수없이 보였다.

         예전처럼 등산인구가 많았을 때는 이에 대한 복구가 신속하게 이루어 질 수도 있겠지만.

         등산인구가 현격하게 줄었고,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많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13:08 합수머리

13:17 내원사주차장

         지금까지 고향을 지키고 있는 형님에게 연락을 했더니, 지인들과 운동을 하고 계신단다.

         그래서 바로 집으로 향했다. 

 

14:00 집 도착

 

(내원사 주차장)

 

(짚북재)

 

(익성암, 내원사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