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ㅊ,ㅋ,ㅌ

2019.11.23. (천성산 계곡) - 나홀로

동선(冬扇) 2019. 11. 23. 19:41


상구마을 - 내원사 일주문 - 합수머리 - 노전암 입구 - 상리천 - 짚북재 - 폭포 - 악우대 - 합수머리 - 내원사 일주문 - 상구마을

(산행 시간  4시간 40분)



07:20 집에서 출발

         오랜만에 혼자 집을 나섰다.

         이렇게 혼자 산행을 가본지도 꽤 오래된 듯 하다. 짝지는 오늘 근무하는 날이란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그렇다고 힘든 산행도 아니고, 처음가는 곳도 아닌 수십 번을 간 듯하고,  또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기도 하다.

         카메라 배낭에 카메라 두 대, 300미리리터 물 한병, 밀감 두 개, 요거트 한 개, 양파즙 한 봉지, 그리고 책 한 권......


08:10 내원사 계곡 들머리(상구마을)

         이맘때 쯤의 천성산 계곡, 내원사 계곡은 짙은 단풍으로 무척이나 아름답다.

         예년같으며 참으로 좋은 때이기도 하지만, 올해는 갑자기 추위가 닥친 것인지 단풍색깔이 예년같지가 않다.

         올해는 어디가나 단풍색깔이 별로다, 차를 타고 다녀보면 길가의 가로수들도 그렇고, 아파트 주위의 가로수들도 미처 단풍이들기 전에

         색이 바래고, 말라 떨어지는 현상이 많다.


08:35 내원사 일주문(입장료 2,000원)

         가을색이 곱지 않아서 그런지, 예년같으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시기인데, 사람들이 통 보이지 않는다.

         넓은 주차장에 등산객 몇 명이 산행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다.

         제법 나이가 든, 내 또래 쯤인가? 그런데 여자 한 분이 낯이 익다. 물론 아닐지도 모른다. 세월이 장장 4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난 80년 초, 첫 직장생활을 모은행 울산지점에서 시작을 했다. 그때는 지금과는 달리 '어음교환소'라는 것이 있어, 각 금융기관에서 수납한  

         타금융기관이 발행한 수표나 어음 등을 가져와 그곳에서 서로 교환을 하였고, 공과금도 한 금융기관에서 총괄하였는데,

         아마 그때 공과금을 담당했던 분 같다. 만약 내 기억이 맞다면 그 분은 '박 * 나'씨다.

         산행코스가 같다면 다시 스칠 때 물어볼 요랑이다. 하지만 내랑은 코스가 다른가 보다.

       

09:18 노전암 입구(한듬마을)

         한듬마을은 내 어릴적쯤에는 약 20가구 정도가 살았는 것 같은데, 지금은 아마 그때 사람으로는 한 분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그곳에 몇 사람이 살고 있지만 아마도 외지인인 듯하다.


10:15 이정표(짚북재 2.0, 노전암 2.0)

11:00 이정표(짚북재 0.4, 노전암 3.6)

11:24 짚북재

         천성산을 오르고,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쉬어가는 곳이고, 

         혹 점심시간이 이르거나, 이미 점심을 먹고 지나는 사람이라도 이곳에서는 반드시 쉬는 곳이다.

         그래서 늘 이곳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물론 계절에 따라 그 차이는 분명 있다. 그런데 오늘은 나이가 제법 있는 남녀 딱 두 사람 밖에 없었다.

 

         짚북재에 대한 얘기는

         어느 날 당나라 장안의 대찰인 운제사에 소반이 날아들었단다.

         소반이 절 마당에 둥둥 떠다니는 것을 신기하게 여겨,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법당 안에 모였던 사람들이 마당으로 쏟아져 나왔고,

         그 인원이 1천 명도 넘었단다.

         바로 그때 법당 대들보가 휘청대더니 법당이 순식간에 폭삭 내려앉았는데,

         절 마당에 떠다니는 소반을 구경하기 위해 법당 안에 모였던 사람들이 절 마당으로 나오는 바람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단다.

         그 소반에는 '해동원효 척판구중(해동의 원효가 소반을 날려 대중을 구하다)라고 씌여 있었단다.

         그래서 그들은 불가사의한 인물 원효를 찾아 동으로 동으로 가 발길을 멈춘 곳이 경남 양산 천성산이란다.

         그곳엔 운제사 대중들이 그토록 만나기를 고대했던 원효가 있었고, 젊은 날 의상과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오르려다 한밤중에 달게 마신 물이

         해골 속에 담겨 있음을 보고 구역질을 하던 중 '일체 모든 법이 마음 안에 있음'을 깨닫고 당나라행을 거둔 그 원효였단다. 

         원효는 당나라에서 온 1천 명의 제자들을 위해 천성산에 수많은 암자를 지었는데, 그래서 1천명의 대중들이 입산을 했고,

         그 가운데 988명이 이곳에서 도를 깨우쳤단다. 나머지 12명 가운데 8명이 가서 도를 이룬 곳을 팔공산이라 하고,

         4명이 가서 부처가 된 곳을 사불산이라고 한다는 전설이 있단다.  천성산은 1천명의 성인이 나왔다고 해서 천성산이란다. 

 

         원효는 당나라에서 온 1천 명의 제자들을 한곳에 수용하기가 힘들어 산내 암자 89곳에 분산시켰는데,

         이 때문에 원효는 설법을 하기 위해 고갯마루에 짚으로 큰 북을 설치해 울렸단다. 그곳이 바로 짚북재란다. 

         그런데 짚북재 대신 '집북재'라는 이름도 떠돈단다. 산길 곳곳에 설치된 119 푯말에도 '집북재'로 표기돼 있다.

         북을 설치해 사람들을 모았으니 '모을 집(集)'자를 쓰는 것이 일견 타당성이 있지만,  이에 대해 양산시청은 "짚북재가 옳다"고 했는데,

         '짚으로 만든 북'에서 짚북재란 이름이 생겼다는 주장이란다. 


11:47 이정표(성불암 0.8)

11:58 폭포

         이 폭포는 별도의 이름이 없다. 폭포 인근에 '성불암'이라는 아주 작은 암자가 하나 있어, 난 이 폭포를 '성불폭포'라 부른다.

   이 폭포는 2단으로 길이가 족히 100미터는 될 듯한데, 가는 물줄기가 애초롭게 날아오르는 여인네의 옷고름 같다고나 할까.


12:06 나무다리

12:19 악우대

12:23 합수머리

12:36 내원사 일주문

13:05 내원사 계곡 날머리(상구마을)

13:10 찻집

         점심을 가져가지도 않았다.

         가끔 이곳을 찾을 때면 들리곤 하는 작은 카페에 들렀다. 빵 한 조각과 아메리카노 한 잔, 그리고 푸른 하늘과 맑은 물소리, 잔잔한 음악,

         잠시 펼친 책 한 면....

         그런데 잠시 후 4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스님 한 분과 여성 한 분이 들어와 옆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더니

         온통 나누는 애기가 먹는 얘기 그것도 '소고기'에 관한 얘기다.

         '어디 가면 맛이 있고, 어디 갔더니 맛이 형편없고, 어디 가니 비싸고, 어디에 가면 싸고, 횡성 한우가 좋고.....

         약 2~30분 동안 소고기 애기가 끝이 없다. 물론 소고기 얘기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스님'이라서 거슬리는 거다.

         요즘 스님들은 소고기를 즐겨 먹나보다. 아니면 스님은 소고기를 먹지 않는데, '중'은 소고기를 먹는가?



14:00 형님과 만남(스크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어머님께서 형님과 함께 살고 계셨다.

         하지만 몇 달 전에 어머님께서는 101세의 연세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물론 이곳에 형님이 살고 계시고,또 내 고향이기도 하지만

         어머님께서 계실 때보다 자주 들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온김에 골프를 좋아하시는 형님과 스크린을 한 겜 하기로 했다. 형님은 나보다 12살이나 많으신데 워낙 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이라

         가끔 스크린을 하면 내가 지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내가 졌다.



17:00 집 도착

         참으로 오랜만에 산책아닌 산행, 산행아닌 산책을 했다.

         물론 일찍 나서기는 했지만 산행을 시작해 집북재까지 갈 때까지 만난 사람이라고 해야 3명 정도, 정말 한적한 산행이었다.

         예전에는 산행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산악회를 멀리 하고, 가끔 같이 다니던 산친구의 사정, 또 내 체력 등 여러 가지로 뜸했다.

         이렇게 또 가끔 혼자 다니다 보면 예전같지는 않겠지만 자주 가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