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황사 - 부도전 - 대밭삼거리 - 불썬봉(달마산)근처 - 대밭삼거리 - 하숙골재 - 떡봉 - 도솔암 - 용담굴 - 편백나무숲(미왕사천년에 길) - 너덜지대 - 미황사
(산행시간 : 9시간)
03:30 집에서 출발
자꾸 미룰 수만은 없었다.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암자인 달마산 도솔암은 부산에서 참으로 먼 곳이라 가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쉽게 접근하기도 어렵다. 물론 도솔암만 보러 간다면 승용차를 이용하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솔암을 가면서 달마산 자체를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 사월초파일에 도솔암을 가려다 가지 못하고 마이산 탑사를 비롯하여 은수사, 금당사를 갔었다.
07:50 미황사주차장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침을 놓치는 바람에 미황사까지 왔는데도 식당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아침도 먹지 못했는데, 내 배당 안에는 쵸코파이 몇 개와 비스켓 몇 개, 사과, 바나다가 전부고,
날씨도 그리 더울 것 같지 않아서 식수도 500미리 한 병 뿐이다.
스님이 없는 암자가 어딨고, 물이 없는 암자가 어딨으랴.
08:08 미황사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인 대흥사의 말사란다. 1692년에 세운 사적비에 의하면 749년에 의조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한단다.
창건설화에 의하면, 소의 울음소리가 아름답고 금의인이 황금으로 번쩍거리던 것을 기리기 위해 미황사라고 했다고 한단다.
그 뒤의 사적은 알 수 없으나 1597년 정유재란 때 약탈과 방화로 큰 피해를 입었단다. 1601년에 중창하고, 1660년에 3창했단다. 현존 당우로는
대웅전(보물 제947호)· 응진당(보물 제1183호)· 오백나한전·명부전· 요사채 등이 있으며, 사적비와 여러 점의 부도가 전한단다.
08:35 토굴
미황사를 좌측에 두고 산길을 제법 올랐을 때, 이번 산행을 위해 준비해 온 안내지를 차에 두고 왔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차에 가기에는 귀찮은 일이라 그냥 나의 감을 믿기로 했는데, 오늘 내내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이곳은 이번 산행 코스에 있지도 않은 곳으로 20분 정도 헤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08:53 갈림길(도솔암 4, 대밭삼거리 0.8)
08:55 부도전
해남 달마산 미황사에는 스물 여섯 마리의 동물들이 살고 있단다.
오리 한 마리에 게가 다섯 마리, 거북이 여섯 마리, 거미 한 마리, 물고기 다섯. 호랑이 넷과 방아찧는 토끼, 사슴까지 무려 3백년 가까이 살고 있단다.
이 동물들은 부도전(浮屠殿)에 가면 만날 수 있는데, 미황사에는 총 34기의 부도와 탑비가 있고, 부도만 28기단다. 대웅전에서 남쪽으로 달마산을
향하여 난 길을 따라 5백 미터 쯤 올라가면 21기의 부도와 다섯기의 탑이 있는 부도전이 있단다. 이곳에서 다시 서쪽으로 1백 미터 쯤 되는 곳에 6기의
부도가 울울창창한 나무들에 싸여서 있는데, 조선시대 후기, 1700년경부터 세워졌단다. 스물 여섯 마리의 동물들은 바로 그 부도에 조각 되어 살고
있는데, 부도는 스님들의 사리나 유골을 넣어둔 성보란다.
09:40 대밭삼거리(달마산 1.2, 도솔암 2.9)
10:40 불썬봉(달마산) 200미터전
달마산은 해남군에서도 남단에 치우쳐 긴 암릉으로 솟은 산이란다. 두륜산과 대둔산을 거쳐 완도로 연결되는 13번 국도가 지나는 닭골재에 이른 산맥은
둔덕 같은 산릉을 넘어서면서 암릉으로 급격히 모습을 바꾼단다. 이 암릉은 봉화대가 있는 달마산 정상(불썬봉)을 거쳐 도솔봉(421m)까지 약8㎞에
거쳐 그 기세를 전혀 사그러트리지 않으며, 이어진 다음 땅끝에 솟은 사자봉(155m)에서야 갈무리하는 것이란다. 조선시대까지 이곳에 봉수대가
있었다. 하여 '불을 써는(써다는 켜다의 전남 방언) 봉'이라 해서 불썬봉이란다.
10:50 구멍 뚫린 나무
11:25 대밭삼거리
11:47 데크계단
11:50 갈림길(도솔암 2.8, 대밭삼거리 0.3, 달마산 1.6)
12:30 하숙골재
12:51 떡봉
14:18 도솔암 종무소
14:20 도솔암
달마산 도솔암
한반도 땅끝에 달마산이 있단다. 전남 해남에 있는 이 산을 보면 사람들이 이토록 빼어 난 산에 대해 이름조차 들어 본 적이 없다는 것에 놀라고,
금강산보다 화려한 산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 놀란단다. 석가모니가 편 불법의 28대 계승자인 달마 대사는 중국으로 건너가 선의 씨앗을 심어
선종의 초조가 되었단다. 그러나 달마는 모함을 받아 다섯번이나 독약을 받았는데, 여섯 번째는 스스로 독약을 받아 마시고 숨을 거든 뒤,
웅이산에 매장됐단다. 그를 장사지낸 뒤 3년째 되던 해에 달마가 짚신 한 짝을 지팡이에 꿰어 어깨에 메고 인도로 돌아가기 위해 파미르 공원을 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위나라의 왕이 달마의 무덤을 파보게 하였는데, 무덤 안에는 짚신 한 짝만 남아 있었다는 것이 달마의 전설이란다.
그러나 땅끝의 이야기는 다르단다.
달마가 중국에서 인도로 가지않고 해남으로 왔다는 것인데, 이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역사의 기록 한토막이 있단다. 그것은 고려 때 무외 스님이 쓴
글인데, 지원 신사년일 1281년 겨울에 남송의 큰 배가 표류해 달마산 동쪽에 정박 했을 때, 달마산을 보고 달마대사가 상주할 땅이라며 그림을 그려
갔단다. 예전부터 땅끝 해남엔 중국 배들이 종종 표류해 왔는데, 산둥반도에서 배를 띄운 채 노를 젖지 않으면 해남에 이른다고 한단다.
달마산의 도솔봉을 가는 길의 기암괴석과 남해바다의 경치는 형용하기 힘든 절경이고, 산 아래는 초승달 같은 만사이로 보름 달 같은 바다들이 잠겨
있단다.
도솔암에는 스님도 보이지 않았고 물도 없었다.
14:25 용담굴
도솔암에서 내려오면 길 우측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용담굴이 있었다. 그 안에 제법 많은 양의 물이 고여 있었는데,
물이 귀한 달마산에서 사철 내내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는 게 신기하단다.
내가 산행안내지를 창겨가지 못했기 때문에 이곳도 아마 못보고 갈 뻔했는데,
물도 없이, 먹을 것도 없이, 다죽어갈 것 같아 보였는지, 도솔암 앞에서 만난 중년부부가 물 한 모금과 토마토 반조각을 나누어주었는데,
그것이 나에게는 생명수같은 존재였고, 그분들이 용담굴을 알려주셨다.
13:05 달마고도 이정표(편백나무숲, 마봉리 2, 도솔암 0.2)
이곳에서부터 나의 체력은 바닥이 낫다. 그렇다고 심한 오르막이 있는 곳도 아닌 산 허리에 나있는 달마고도 둘레길이다.
아마 아침도 먹고, 물도 마시고 정상적이 내 컨디션이라면 산행 시간을 한 두 시간은 줄일 수 있었을 거다.
난 이곳에서부터 산행종료지점인 미황사까지는 거의 탈진상태였다.
15:54 너들지대
16:40 미황사
미황사에 도착해서는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절 안에 있는 카페같은 공간이다. 그기서 난 팥빙수 한 그릇을 먹었다.
대밭삼거리, 불썬봉(달마산)근처에서 다시 대밭삼거리, 하숙골재, 떡봉, 도솔암까지는 바위능선이라 온전히 햇볕에 노출되었는데,
그때의 갈증은 이루 말을 다 못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산행을 할 수 있었는데, 이 또한 나의 복이라 믿는다.
참으로 힘든 하루였고, 어이없는 하루였다.
17:20 미황사 주차장
18:10 해남읍
어느 식당에서 백반 정식(8,000원)을 먹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밥과 마주했지만,
힘들어서 그런지 수 십 가지 반찬을 두고도 몇 숫가락을 먹지 못했다. 알람을 맞추고는 그늘 아래 차를 세우고 잠시 잠을 청했다.
20:20 해남읍 출발
24:10 집 도착
새벽 3시 반에 집을 나서서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물론 새벽에 집을 나서는 것, 힘겨워 하면서 산을 오르는 것, 쏟아지는 피로와 잠을 아이스크림으로 쫓으며 운전을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힘들고, 괴롭고, 피곤하지만 마음 한구석 남아 있던 숙제를 했다.
언제인지는 몰라도, TV에 젊은 스님 한 분과 할머니 한 분이 길동무가 되어 설악산 봉정암으로 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정겹고, 설악산의 경치가 너무 좋아 나도 한 번 봉정암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2005년 8월, 장마철이라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어느 날, 난 속초행 심야버스를 탔었다.
다음 날에도 비가 그치지 않아 산에 오르지 못하고 결국 하룻밤을 백담사에서 묵게 되었는데, 그때 나를 걱정해준 한 통의 전화를 난 잊지 못한다.
먼 옛날의 영화같은 얘기고, 그것이 지금까지 나를 산에 다니게 만든 계기다. 오늘이 659회 째다.
당시 난 산행이라고는 한 번도 제대로 해 본적이 없는 상태였다.
아마 그날도 새벽이었을 거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설악산이고, 산행조차도 해 본적 없는 내가 백담사에서 주먹밥 두 개를 얻어 산을 올랐던 것이다.
당초 목표는 봉정암이었는데,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겠느냐 싶어, 소청봉, 중청봉, 대청봉까지 갔었다.
백담사를 출발한지 다섯 시간만인데,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무모하고 무서운 행동이었다.
그냥 무작정 이정표만 보고 갔으니...
다시 중청, 소청, 봉정암을 거쳐 백담사로 내려오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백담사 앞에 50미터 정도되는 세심교를 건너면서 몇 번을 쉬었을 것이다.
그날 이후 오늘이 제일 힘들었다.
해남 달마산은 오늘로써 나와는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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