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ㅊ,ㅋ,ㅌ

2016.11.06. (천성산 : 초등학교 동기 친구들이랑)

동선(冬扇) 2016. 11. 6. 20:25

 

용연 다리 - 내원사 일주문(주차장) - 한듬마을(노전암) - 상리천계곡 - 내원사갈림길 - 짚북재 - 성불계곡폭포 - 내원사 일주문(주차장)

(산행시간 : 5시간)

 

 

 

08:00 집에서 출발

         오늘은 초등학교 동기생 모임이 있는 날이다.

         이 모임은 일년에 두 번(봄, 가을)한다. 초등학교 동기생들이라 해봐야 총 60명쯤이다.

         초등학교 입학시부터 6학년 졸업시까지 한 학급 밖에 없었던 아주 작은 시골학교였다.

         그런데 요즘은 인구와 가구수도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학생수 만큼은 줄어 학교의 존폐가 위협될 상황이란다.

         오늘 모임에 참석하는 친구들의 수는 20명 내외일 것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지도 43년 정도가 되나?

 

08:40 시골집 도착

         아직 시골집에 어머님이 형님과 함께 살고 계신다. 올해 97세시다.

         연세가 많으셔서 거동이 불편하시고, 귀가 잘 안들리시기는 하지만, 기억력이라든지 정신은 말짱하시다.

         심지어 밭에서 잔일도 보신다. 참으로 대단한 분이시다.

   

09:10 시골집 출발

         잠시 시골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모임장소로 출발했다.

         

09:20 ~ 09:50 계곡 걷기

         오늘 모임장소는 내원사 일주문 근처에 있는 내원사주차장이다. 집에서 걸어가면 20분 남짓쯤인 장소다.

         늘 그랬듯이 천성산을 찾을 때면 시골집에서 걸어간다.

         특히 계곡을 따라 걷는 것을 좋아한다. 구경거리가 많기 때문이고, 계곡을 걸으면 균형감각에 도움이 된다.

         물론 자갈길, 바위를 타고 넘는 조금 위험은 따르지만 말이다.

         그런데 계곡의 상태가 말이 아니다.

         얼마전 폭우가 이렇게 심한 상처를 남겼을 줄은 몰랐다. 어릴적 홍수 등, 물난리를 보기는 했지만 계곡의 상태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참으로 대단한 힘이다.

 

         아래의 사진은 내원사주차장과 내원사절 사이에 있는 진산교 다리 표석으로, 새다리가 놓여지면서 버렸던 것 같았다.

         그런데 이 표석이 그 다리로부터 약 2~3킬로 떨어진 곳에서 몇년전에 내가 발견한 것인데,

         이 죽어있는 표석을 살리고자 이것을 발견하고 얼마있다 형님과 함께 다시 찾아지만 그 크기와 무게가 엄청나 도저히 옮길 수 없어 포기를 했었다.

 

         이 표석이 궁금했다.

         그래서 그 표석이 있던 주위를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아마도 이번 폭우로 어디에 묻혀 버린 모양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원사주차장에 도착하니 친구 몇 명이 보인다.

         아마도 산행에 참여하는 친구들은 몇명되지 않을 것 같다.

 

10:25 내원사 일주문(주차장) 출발

         여덟 명의 친구들이 산행에 참여했다. 남자 셋, 여자 다섯명이다. 속닥한 인원수다

         참으로 오랜만인 친구들도 있다. 언뜻 알아보기 어렵기도 하다.

         그래도 초등학교 시절의 모습은 여전하다.

 

10:55 한듬마을, 노전암 입구

11:48 계곡다리

12:30 내원사갈림길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많이 들었다.

         이번 폭우로 인해 계곡의 형태는 완전히 바뀌어 버렸고, 등산로는 군데군데 찢겨져 나가 길조차 찾기 힘든 모습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멋진 계곡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거다.

 

12:51 짚북재

         짚북재를 알려면 우선 천성산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천성산의 유래는 다음과 같은 얘기가 전해지고 있단다. 

 

         어느 날 당나라 장안의 대찰인 운제사에 소반이 날아들었단다.

         소반이 절 마당에 둥둥 떠다니는 것을 신기하게 여겨,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법당 안에 모였던 사람들이 마당을 쏟아져 나왔고,

         그 인원이 1천 명은 넘었단다.

         바로 그때 법당 대들보가 휘청대더니 법당이 순식간에 폭삭 내려앉았는데,

         절 마당에 떠다니는 소반을 구경하기 위해 법당 안에 모였던 사람들이 절 마당으로 나오는 바람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단다.

         그 소반에는 '해동원효 척판구중-해동의 원효가 소반을 날려 대중을 구하다'라고 씌여 있었단다.

         그래서 그들은 불가사의한 인물 원효를 찾아 동으로 동으로 가 발길을 멈춘 곳이 경남 양산 천성산이란다.

         그곳엔 운제사 대중들이 그토록 만나기를 고대했던 원효가 있었고, 젊은 날 의상과 함게 당나라 유학길에 오르려다 한밤중에 달게 마신 물이

         해골 속에 담겨 있음을 보고 구역질을 하던 중 '일체 모든 법이 마음 안에 있음'을 깨닫고 당나라행을 거둔 그 원효였단다. 

         원효는 당나라에서 온 1천 명의 제자들을 위해 천성산에 수많은 암자를 지었는데, 그래서 1천명의 대중들이 입산을 했고,

         그 가운데 988명이 이곳에서 도를 깨우쳤단다. 나머지 12명 가운데 8명이 가서 도를 이룬 곳을 팔공산이라 하고,

         4명이 가서 부처가 된 곳을 사불산이라고 한다는 전설이 있단다.  천성산은 1천명의 성인이 나왔다고 해서 천성산이란다. 

 

         원효는 당나라에서 온 1천 명의 제자들을 한곳에 수용하기가 힘들어 산내 암자 89곳에 분산시켰단다.

         이 때문에 원효는 설법을 하기 위해 고갯마루에 짚으로 큰 북을 설치해 울렸는데, 그곳이 바로 짚북재란다. 

         그런데 짚북재 대신 '집북재'라는 이름도 떠돈단다. 산길 곳곳에 설치된 119 푯말에도 '집북재'로 표기돼 있다.

         북을 설치해 사람들을 모았으니 '모을 집(集)'자를 쓰는 것이 일견 타당성이 있지만,  이에 대해 양산시청은 "짚북재가 옳다"고 했단다.

         '짚으로 만든 북'에서 짚북재란 이름이 생겼다는 주장이란다. 

 

14:20 성불계곡폭포

15:00 내원사 일주문(주차장)

         여덟 명의 친구와 많이 웃고, 많이 즐거워했던 산행이었다.

         초등학교 친구란 이래서 좋은 것 같다. 비록 폭우로 인해 안타까움이 더한 산행이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마 산행 후 모임 장소에 가면 더 많은 친구들이 모일 것이다.

         또 웃고 즐거운 시간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