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ㄱ,ㄴ,ㄷ

2016.06.18. (금정산, 梵魚三奇 미션 : 나홀로)

동선(冬扇) 2016. 6. 18. 19:00

 

범어사 - 원효암입구 - 원효암 - 원효석대 - 의상대 - 북문 - 고당샘 - 금샘(암상금정) - 남근석 - 계명봉(599) - 자웅석계 - 계명암 - 범어사

(산행 시간 : 7시간)

 

 

 

07:00 집에서 출발

         당초 계획은 짝지랑 이 산행을 하기로 했었다.

         헌데, 짝지가 엊그제부터 장염으로 설사를 한단다.

         아침까지도 상태가 별로라 혼자 나섰다.

         산행 안내지에도 10km 정도에, 4시간 남짓 잡고 있어, 과일 몇 개, 쵸코파이 두 개, 요플레 두 개, 물 1리터 정도만 배낭에 넣었다.

 

07:20 90번 버스 종점 도착

         범어사행 버스(90번)가 출발지에 정차해 있었는데, 한참이 지나도 기사가 오질 않는다.

         다른 버스 기사님에게 물었더니 곧 출발 할 거란다.

         그런데 범어사행 버스는 아침 8시가 첫 차란다. 사전에 알았더라면 걸어갔을 걸....

 

08:00 90번 버스 출발

08:10 범어사 입구 도착

08:15 범어사

 

 

 범어사의 대웅전 왼편에 팔상전, 독성전, 나한전이 연달아 들어선 한 채의 건물이 있단다.

 이 중 독성전의 문살이 특히 눈길을 끄는데, 살을 비스듬히 댄 빗살과 수직으로 댄 날살을 엇갈리게 짠 문살 위에 매화를 조각해 덧붙인

 '소슬매화살문'이고, '소슬'이란 '도드라지다' '돋아나다'는 뜻이란다. 
 우리나라 불교에서만 숭상하는 신앙 대상인 나반존자를 모신 독성전의 문살은 범어사 경내 다른 전각들과 달리 매우 화려하단다.

         
08:31 원효암 들머리

08:41 원효암 갈림길

08:52 원효암 출입문

08:55 원효암

09:28 元曉石臺(원효석대, 미션 1지점)

 

        

원효석대는 범어사 부속 암자인 원효암 뒤편 20여 m 높이의 바위 위에 있는 납작하고 평평한 돌이란다.

한 사람이 족히 앉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인데, 누군가 일부러 가져와 얹어놓은 것 같단다.

원효(元曉·617~686) 대사가 좌선하던 곳이라는 전설이 내려온단다.

 

원효암에 들어서니 한 젊은 외국인 스님이 삼층 석탑 아래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계신다.

그 스님에게 산행안내지를 드리 밀면서 원효석대를 묻자, 절 바로 뒷편에 있는데, 매우 위험하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가보고 싶다니 조심해서 하라신다.

 

막상 찾고 보니 절 바로 뒷편이고 한 10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 같은 곳인데,

사람이 다닌 흔적도 없고, 입구도 찾을 수 없어 한참 동안 헤매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다시 암자로 오는데,

암자 입구에서 남자 두 분을 만났다.

원효석대를 물었더니 암자 바로 뒤쪽이라면서 너무 위험하단다. 그래서 가르쳐주기 싫은 표정을 짓는다.

할 수 없이 한 분이 절 입구에서 바로 올라가면 된다면서 조심하라신다. 그냥 무작정 나섰다.

정말 찾고 보니 가까운 곳이다. 원효석대를 보기 위해서는 제법 높은 바위를 올라야 하는데 위험하기는 하다.

두 사람 정도면 한 사람이 잡아주면 크게 위험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암튼 올랐다.
 

09:39 원효암 출입문

09:43 의상대

 

 

원효암으로 가기에 앞서 원효암 출입문에서 좌측에 있는 의상대를 지나쳤다. 안내지를 제대로 보지 않은 까닭이다.

그래서 원효석대를 보고 나서 의상대를 찾았다. 원효암 출입문에서 2~3분 거리다.

의상대에 올라서는 스님인지 등산을 온 분인지 떡하니 누워계신다.

어쩌면 참선중인 모습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다 마음을 선하게 가지면 그 순간만은 부처일 거다.

        

09:52 원효암 갈림길

10:00 북문등산로 진입

10:18 북문

         북문등산로에 집입해서 조금 오르는데, 원효암에서 본 젊은 외국인 스님이 내려오신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고 인사를 나눴다. 스님은 원효석대에 갔다 왔느냐고 물었고, 난 어렵게 찾았다고 했다.

         참으로 곱고 선한 얼굴을 가진 스님이시다.

 

10:47 고당샘

10:55 巖上金井(암상금정, 금샘, 미션 2지점)

 

 

우뚝 솟은 바위 위에 빗물 등 풍화 작용으로 작은 구멍이 뚫려 마르지 않는 샘처럼 늘 물이 고여 있다.

금빛 나는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깃든 곳으로,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성소란다.

 

요즘 등산인구가 많이 줄었는 듯 하다. 어느 산없이 넘쳐 났는데 요즘은 정상부근에도 많지 않다. 다른 분야에 사람들이 몰리 것인가.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도 남녀 두 사람이 올라 왔다 금방 내려 가버렸다.

사진 한 장 부탁할 사람도 없다. 바위에 간신히 카메라를 놓고 타이머를 맞췄다.

 

11:46 고당샘

         산행 안내지에는 '금샘에선 오른쪽으로 하산한다. 5분쯤 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3분쯤 걸으면 높이가 2m 넘는 늘씬한 바위를 만난다.

         보기 드문 남근석이다. 이 바위를 구경한 뒤 갈림길로 되돌아나와 오른쪽으로 나아간다.' 라고 적혀져 있는데,

         난 이 남근석을 찾기 위해 금샘에서 내려와 약 1시간 남짓을 돌아 다니고 있지만 찾지 못하고, 다시 고당샘까지 왔다.

 

         고당샘 주위에서 점심을 먹고 계시는 제법 머리가 쉰 어른 분들에게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물어봐도 남근석을 모르신단다.

         지금까지 금정산을, 고당봉을, 금샘을 수 십번 왔다갔다는데도 모르신단다. 다시 또 금샘으로 향했다.

 

12:37 남근석

 

 

이것이 남근석이다.

난 이것을 찾기 위해 무려 두 시간을 헤맸다. 그것도 예전에 같이 산행을 다녔던 산행고수 분에게 전화를 하고 나서 말이다.

안내지에는 금샘에서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는다는데...(파란 점선 부분에서 왔다갔다 헤맸다)

 

찾고 나서 짐작을 해 보건데, 이 남근석이 있는 곳은 현재 휴식년제 등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라

자세히 안내를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내 짐작이 맞다면 이런 남근석이 있지만 지금은 가볼 수 없다고 하거나, 아예 안내를 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

 

         이 미션을 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오늘 두 시간 가량을 헤맨 경험으로 안내를 하자면

 

         - 위 금샘 사진을 본 상태에서 뒤로 돌아, 두 시 방향에 있는 밧줄을 타고 내려와

         - 오른쪽으로 약 3~5분 정도 내려오면 출입금지를 표시하는 줄이 처져있는 좁은 갈림길이 나온다.

            그기에는 '정상(고당)가는길'이라는 빨간색 표지판이 나무에 걸려 있다.

         - 그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1~2분 가면, 또 '정상(고당)가는길'이란 표지판이 있고,

            그 표지판에서 10미터 앞 좌측을 보면 출입금지를 표시하는 줄 아래에 사람들이 다니던 등산로가 살짝 보인다.

         - 그 길을 따라 약 150~200미터 내려가다 보면 우측에 개 또는 고양이, 곰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고,  

            그 바위를 지나 20~30미터쯤 우측에 남근석이 있다. 희미한 등산로 우측에 있어 주의해서 찾아야 한다.

 

난 이 바위를 찾기 위해 무려 두 시간을 헤맸다. 이렇게 해서 남근석을 찾았다고 하니 누가 "왜 찾는데?" 한다.

내 것이니까, 나 니까. 대답이 되었을까?

 

12:52 임도

13:31 계명봉 사거리

14:13 계명봉(599)

         드디어 계명봉에 올라서고 이제는 하산 길이다.

         이미 가져간 간식은 다 떨어진지 오래다. 그래도 하산길이라 조금은 낫다.

         계명봉 사거리에서 계명봉까지 약 30~40분은 정말 힘들었다. 아마도 근래와서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거짓말 보태지 않고 10~20미터마다 멈추어 서야만 했다.

 

         이렇게 하산길도 힘드는 것은 나이 탓일테지.

         이제 오르기 보다 내려오는 것을 더 잘 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하면 인생의 내리막 길을 잘 내려 올 수 있을까?

         위를 봐야 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발 아래를 더 잘 살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개를 더 쑥여야 할 것이다.

 

14:37 갈림길

14:47 雌雄石鷄(자웅석계, 미션 3지점)

 

 

계명암 경내에 들어서기 전 벼랑가에 자웅석계 중 홀로 남은 수탉 바위가 있단다.

범어사와 주변 부속 암자들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단다. 조망이 좋은 만큼 범어사 스님들에게 새벽을 알리려 한 닭이 울기에도 최적의 장소란다.

        

자웅석계는 또 다른 범어사의 부속 암자인 계명암 왼쪽 벼랑 위에 있는 닭 모양의 작은 바위로, 
678년(신라 문무왕 18) 범어사를 창건한 의상(義湘·625∼702) 대사가 절에 주석할 때 한 쌍의 닭이 계명봉 기슭에서 새벽마다 홰치며 울었는데,

그 닭들이 돌로 변한 자리에 암자를 지었다고 한단다. 자웅석계 중 암탉 바위는 일본인들이 부숴 버려 수탉 바위만 남았다고 전해진단다.

 

14:49 계명암

         한 스님이 좌선을 하고 계신다. 언제부터 저렇게 좌선을 하고 계시는 걸까?

         계명암 일주문을 나서면서 마지막으로 손을 모았다. 죽을 것 같이 힘든 산행이었지만 그래도 무사함을 전했다.

         계명암에서 범어사로 하산 하는 길은 끝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길이다.

         계단을 내려 밟을 때마다 뜻도 모르고, 평소에 하지 않았던 '나무관세음보살'을 수없이 외었다.

 

15:15 범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