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실 휴게소 - 기암전망대 - 병풍바위전망대 - 1712봉 - 윗세오름(1741) - 만세동산전망대 - 사제비동산 안내판 - 어리목 안내소
(산행 시간 : 4시간)
06:00 기상
오늘이 제주에서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한라산 산행을 해야겠다. 어제 올레길 마지막 구간을 할 때 휘몰아쳤던 눈보라가 한라산을 바꿔 놓았으면 좋겠다.
07:10 시외버스 터미널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날씨다.
날씨가 맑아서가 아니라, 이른 새벽이라 아직은 흐리고. 춥지만 바람만은 확연히 다르다.
어제의 바람은 사람을 날려버릴 정도로. 건물을 쓰러뜨릴 기세로 세찼는데 오늘은 거짓말처럼 조용하다.
내가 군 생활을 이곳 제주에서 했고, 또 이후 제법 여러 번 제주를 방문을 했는데도 어제와 같은 날씨는 기억에 없다.
바람은 새벽부터 하루 종일 거세게 불었고, 금방 이라도 뭔가를 쏟아 낼 것만 같았고, 또 간간히 세찬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느냐며 맑은 시야를 제공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바람은 하루 종일 나를 힘들게 했다.
이게 제주의 진정한 모습인가! 오늘은 너무나 다르다. 또 한편으로 신기하기도 하다.
한라산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08:00에 출발한단다.
이런 일정에도 끄떡없는 내 다리가 대견하다. 연속 4일의 강행군에도 말이다.
사람의 신체 중에 어디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겠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리다.
다리가 부실해 움직일 수 없다면 밝은 눈, 밝은 귀 모두 무슨 소용이 있을까?
08:00 시외버스 터미널 출발( ->영실 매표소, 2,800원, 740번 버스)
1100도로로 영실이나 어리목으로 가는 첫 차다. 08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있단다.
하절기에는 이른 아침부터 운행을 하는가 본데, 동절기에는 08시가 첫 차란다. 높은 고도로 운행이 어렵기 때문일 거다.
고도가 높아 갈수록 산에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날씨도 거짓말 처럼 맑다.
09:00 영실매표소 도착
09:15 영실휴게소 도착. 산행시작
영실매표소에서 산행들머리인 영실휴게소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 남짓의 찻길이다. 그래서 그곳까지 만 원의 힘을 빌렸다.
09:57 기암 전망대
09:59 1,500고지
10:01 병풍바위 전망대
11:01 윗세오름
오늘이 주중에 끼여 있는 공휴일이라 그런지 윗세오름에 사람이 별로 없다.
아마도 주말이 아니라 제주도 시민들 뿐이라서 그런가 보다.
주말이라면 이 좋은 날씨에, 이 좋은 풍경에 사람이 없을 수 없을 것인데, 역시 난 복 많은 사람인가 보다.
대피소 안도 널널하다. 역시 컵라면이 인기다. 빵 한 조각과 컵라면이 이렇게 잘 어울지는 몰랐다.
하루만 더 허락된다면 내일도 한라산을 오를텐데...
12:04 만세동산 전망대
12:15 1500고지
12:51 어리목 다리
13:00 어리목 주차장
4일 간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자연은 놀랍고 신비롭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한 날이다.
잔인할 정도로 난폭했던 어제의 날씨와는 달리, 오늘은 바람 한 점 없는 맑디맑은 날이었다. 그것도 새하얀 눈과 함께,
감사하고 감사한 날이다.
제주시내로 가는 버스가 지금의 기준으로 12:54에 있었고 14:14, 15:34분에 있단다.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 땀이 식어 춥기는 하지만 그래도 견딜만 하다.
그런데 버스가 올 시간(14:15)인데 오질 않는다. 이상해서 어리목 매표소 직원에게 물었더니 이곳까지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단다.
ㅎ..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까?
걸어서 10분쯤 거리에 있는 어리목 정류소에서 타야 한단다. 아침에 타고 온 버스가 영실매표소까지 왔듯이, 이곳도 당연히 이곳 매표소까지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란다. 당황스럽다.
또 다시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고 3만 원 이상하는 택시를 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양지 바른 곳에 쭈그리고 앉아 시간만 죽였다. 결국 하산한지 2시간 반만에 버스를 탔다.
어리목으로 하산을 해 제주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어리목 매표소가 아니라, 매표소에서 10분쯤 걸어내려와 차도를 건너지 않고
우측편에서 740번을 타면 된다.
15:34 어리목 출발( ->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 1,800원, 740번 버스)
버스 안이 만원이다. 아마도 이쪽으로 하산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 시간의 버스를 탈 것이다.
16:20 터미널 도착
숙소에 맡겨둔 짐을 찾아 다시 시외버스 터미널을 찾았다.
그곳에서 나흘 동안 같이 했던 몇 가지 옷을 갈아 입었다. 웃옷은 가끔 갈아 입고 다녔지만 바지는 나흘만에 갈아 입는다.
한라산 웟세오름에서 컵라면과 빵으로 떼워서 그런지 배도 고프다. 근처를 헤매다 찾은 곳이 손짜장 집이다.
18:00인 지금 곧 비행기가 이륙하려한다. 비행기 안에서 후배도 만났다.
힘든 나흘의 일정이었지만 지금 무척 만족스럽다. 이번 나흘간 여행은 제주올레길 종주기록을 블로그에 올릴 때 끝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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