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영남알프스 둘레길

2011.03.13. (영남 알프스 둘레길 5코스 : 나홀로)

동선(冬扇) 2011. 3. 13. 21:30

 

박달(괘밭)마을 - 무명폭포 - 전망대 - 상목골재 - 상목골 당산나무 - 동편마을 - 폐광입구 - 아부터재 - 재궁마을 - 산수마을 - 심천마을 노거수 나무

(산행시간 : 4시간 40분)

 

 

어제 오랜만에 토요일 산악회에 참여하여 운문산 등자방 능선을 산행했다.

산행시간도 제법 길었고, 험난한 길도 일부 있어 몸이 조금 피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늘 영남 알프스 둘레길을 가기로 했다.

오늘 가지 않으면 미루어 질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영남 알프스 둘레길이 800리를 잇는단다.

800리면 320Km이고, 한 구간을 약 15Km 정도로 하고, 총 25회 내지 28회로 나눈다니, 한 달에 한 번을 간다면 2년, 한 달에 두 번을 간다고 해도 1년이 걸리는 대장정 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루면 얼마나 많은 기간 동안 해야할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나선 것이다.

 

경주에서 들머리 박달리까지 가는 버스가 오전 08:20, 11:10 두차례 밖에 없단다.

할 수 없이 11:10분 차를 타기 위해서 9시가 넘어 집을 나선 것이다.

 

09:10 집에서 출발

09:50 노포동 터미널 출발(고속버스: 4,500원)

10:45 경주 터미널 도착

11:10 경주 터미널 출발

          들머리로 가는 시골 버스 안에서 배낭 무게도 줄이겸해서 가지고 간 양파즙 한 봉지와 사과 한 개를 깎아 먹었다.

11:51 박달리(괘밭) 도착, 5구간 시작점

          날씨가 넘무 좋다. 하지만 완전하게 맑은 날씨는 아니다. 어제처럼 날씨는 좋지만 운무가 있어 맑지는 않다.

          우연히 임도를 걷다 내 그림자를 발견했다.

          맞다.

          내가 산행을 하던, 밥을 먹던, 잠을 자던, 책을 보던, 길을 걷던...................

          내 마음이 슬프던, 기쁘던, 즐겁던, 우울하던, 웃던, 울던.........................

          늘 내 곁에 붙어 다니는 내 그림자를 지금까지 잊고 있었다.

          남의 사진을 찍어 주고, 가끔 내 사진도 찍지만 진작 늘, 항상 함께하는 내 그림자의 존재는 잊고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미안스럽다.

          그래서 난 그자리에 서서 내 그림자를 찍었다.

          그리고 오늘은 내 사진을 찍지 않기로 했다. 물론 혼자 다니기 때문에 내 사진을 찍기는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오늘도 아마 이 길을 걸으면서 한 사람도 못만날지 모른다.

 12:34 무명폭포(13m)

12:45 전망대

12:52 상목골재

12:54 산내마을 숯불가마(찜질방)

          찜질방을 멀리 보면서 걷다 베어 쌓여있는 아름들이 참나무들을 보았다.

          이렇게 굵고 좋은 참나무들이 과연 어디서 나올까? 우리나라 산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숲이 우거져 있는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것일까?

          우리가 산행을 할 때 산에는 쓸모없는 잡목들만 무성하고 이렇게 크고 굵은 나무들을 본적이 별로 없는데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런 나무들이 산에 그대로 자라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간들은 이런 좋은 나무들을 일부러 태워서 그것을 좋아라 하고 있으니....

 

          숯불가마를 상목골마을로 내려가는 도중에 난 귀를 의심했다.

          수백 아니 수천마리의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벌써 개구리가 이렇게 울 시기가 아닌데, 혹시나 병아리 소리인지 아무리 둘러 봐도 농장은

          없다.

          조금 더 내려 오니 농부 한 사람이 아카시아 나무를 베고 있어,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 그제서야 그 분도 소리에 난다는 것을 인식한 모양이다.

          개구리 소리라고 했다. 한 여름도 아닌데 한 두 마리가 아니 수백 수천마리의 개구리 소리를 듣게 되다니.....

          마을 안으로 들어오니 작은 개천에 수많은 개구리들을 볼 수 있었다.

13:10 표고버섯밭

13:16 상목골 당산나무

          상목골 당산나무에서 동편마을까지 약 한시간 넘게는 왠간한 산행 못지 않았다.

          작지만 마른 계곡에 낙엽들이 무릎만큼이나 쌓여 도무지 발 밑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길이다.

          경사도 급하고, 또 오래전에 묵은 듯하여 길도 제대로 없었고, 시그널이 붙어 있지 않았다면 도저히 길을 찾기 힘든 구간이다. 

14:31 동편마을

          동편마을에서 폐광 입구까지는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라 시멘트길, 아스팔트길, 921번 도로 등으로 연결된 길이다.

15:00 폐광 입구

          재를 넘는 산길로 작은 계곡을 따라 가기도 했고, 묵은 임도, 묵은 산길이 낙엽에 묻혀 있는 길이다.

15:30 아무터재

          아무터재에서 재궁마을로 내려가는 산길은 측면 경사가 심하고, 또 묵은 길에다 낙엽이 무릅이상으로 쌓여 힘든 길이다.

15:51 잘려진 오동나무

16:08 재궁마을

16:15 산수마을 노거수 나무

16:31 심천마을 당산나무, 5구간 끝지점

 

오늘도 한 구간을 마쳤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구간에는 걷기 싫은 길도 있었지만 5코스는 그래도 반 정도는 힘겨운 산길이었다. 특히 사람이 전혀 다닌 것 같지 않은 묵은 길이라 걷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안내 시그널이 없다면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이다.

오늘도 몇 군데는 제법 섬찟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디티재를 넘어 내려올 때 화전민의 집터 흔적이 있는 곳에서는 무서움마져 들었다.

더구나 낙엽들이 많이 쌓여 무릎까지 푹푹빠지는 길이라 더욱 더.....

역시 오늘도 산행중에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누가 이런 길을 혼자 걸을 것인가? 아마도 진작 이런 길이라고 알았더라면 나도 혼자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이것에 감사해야지.

 

산행을 마치니 오후 4시 반쯤 되었다.

버스를 타려면 한 시간 반은 기다려야 한다. 당산나무 근처에서 논에 일을 하고 계시는 노부부에게 이것 저것을 물으니 연세가 많으신 탓에 잘 알아 듣지

못하신다.

할 수 없지 지나가는 차를 잡아 타야지 생각하는 차에 승용차 한 대가 멀리 보인다.

절을 꾸벅하며 손을 들었다.

한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4 ~ 5살 되는 아이 둘을 데리고 목욕탕에 간다면서 세워주신다.

40분 정도를 달려 건천까지 데려 주신다. 고마운 분이다.

건천에서 버스를 타고 경주 터미널로 와 6시발 부산행 고속버스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