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제주도 올레길

2015.08.29~30. 18-1코스(추자도)

동선(冬扇) 2015. 8. 28. 23:29

 

추자교 - 묵리 갈림길 - 신양항 - 몽돌해수욕장 - 신대산 전망대 - 돈대산 - 묵리 갈림길 - 추자교 -추자등대 - 위험지역 - 순효각 - 봉글레산 - 추자항

(산행 시간 : 7시간 30분)

 

 

 

 

2015.08.28

23:00 집에서 출발

참으로 오래만에 제법 무거운 배낭을 멨다.

진짜 오랜만인 듯하다.

여벌 옷 벌 개, 세면 도구, 이틀 먹을 간식, 2리터의 식수, 카메라, 혹 일출.일몰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백통렌즈 등...

그리고 요즘 읽고 있는 책 한권도 넣었다.

내가 탈 산악회 버스는 동래 어느 지점에 자정이 넘어서야 도착한단다.

하지만 난 지하철을 타고 왔으니 4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지금 지하철 역사 안에서 시간을 죽이며 잠시 폰으로 이 글을 적고 있다.

 

23:30 동래지하철역 도착

 

 

이 늦은 시간에도 지하철 안, 역사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치열한 삶의 모습인지 아니면 나처럼 방황하는 사람들인가!

어쨌던 왁자지껄해 시간을 죽여야하는 나로서는 다행이다.

지금의 내 모습은 동래 지하철 역사 안 만남의 장소에서, 등산복 차림에, 이어폰을 끼고 최복호가 진행하는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을 들으며

크다란 배낭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여기서도 조금 후면 버스 승차지점으로 가야겠지,

아마 버스를 타게 되면 그동안 너무도 산행에 참여하지 않은 미안한 마음에, 낯설은 사람들로 무척이나 어색할 것 같다.

 

다정한 그 모습..내게 돌아와..난 온통 그대 생각뿐이야.. 내게 돌아와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아름다운 노랫말이고, 감미로운 목소리다.

 

24:10 산행버스 승차

승차지점에 가니 낯선 분 여럿과 람스 산행대장님, 고니님이 계셨다. 예상대로 서먹한 느낌이다.

차에 오르니 지니님이 보인다. 반가운 얼굴이지만 그래서 서먹한 것은 마찬가지다.

 

산행대장님의 일정 안내가 깔끔하고 부드럽다.

일정이 빡빡하단다. 대장님의 일정 안내가 끝나고 취침시간이다. 어쨌던 잠을 자야한다.

 

 

2015.08.29

04:28 완도 전망대 주차장

뒤척이다, 억지로 눈은 감다, 몸을 비틀다,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이 시각이다.

그런데 채 10분도 되지 않아 첫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신이 나를 깨웠는지, 아니면 나의 동물적 감각인지 참으로 희안하다.

차는 멈춰섰고 불을 끄졌다 그야말로 암흑세계다. 또 자란다.

잠이 올 턱이 없다. 평소 집에 있어도 5시 20분이 기상시각인데 불편한 버스 안이고 그것도 5시가 다 된 시각에..

물론 코를 골며 자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잠 못드는 사람 몇몇이는 차에서 내려 어정거린다.

 

세월아 어디가느냐. 내 인생 여기에 두고..

마음은 그대로 인데..세월아 청춘아 가지를 말아라.

 

05:08 완도 전망대

 

 

 

 

 

 

 

07:48

해초에 황태를 넣은 맑은 국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그동안 완도에 도착해 완도 전망대에 올랐으나, 안개로 해돋이는 보지 못하고 중천에 뜬 해를 잠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해는 없다. 하지만 덥지 않아서 좋다.

추자도행 배가 9:20에 출발한단다. 아무래도 한시간은 죽쳐야한다. 그래서 간당간당한 휴대폰 밧데리도 충전할겸 대합실에 들러니

제주도, 청산도 등으로 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나 꿈을 꿔요. 내눈이 너무 즐거워 담아 두고 싶은거 달려가 꼭 안고 싶은 거...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놓을 수 없는거..

08:50 승선

09:20 완도항 출발

배가 움직인다. 넓은 객실 안에서 맥주 파티가 벌어졌다. 나도 한 잔을 마셨지만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참 많은 것을 생각케한다.

몇년 전, 산악회가 삐걱거릴 때 책임있는 사람들이 좀더 성의있게, 신속하게 제대로 대처했더라면...생각이 많아진다.

 

배가 움직인지 1시간이 지나는 시간이다.

난 그동안 휴대폰 충전도 할겸 배안에 있는 안마기에서 천 원의 혜택을 맛봤다.

다시 객실로 돌아왔을 때는 대부분 자고 있는 모습이다. 그저 객실안에 앉아만 있어도 배의 흔들림으로 몸이 춤을 춘다. 

 

더 이상 볼 수 없게 눈을 감는다.

자꾸 보고 싶어도 자꾸 눈물이나도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그대 잊어본다.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엔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에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11:25 추자도 도착

11:50 숙소도착 및 점심

 

12:40 숙소 출발, 산행 시작

추자도 숙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특별한 것 없는 정식이다.

필요없는 물건은 숙소에 두고 가벼운 것만 챙겨 길을 나선다. 혼자 다닐 때보다 활동에 대한 효율이 떨어진다.

 

12:48 추자교

13:00 추자교 삼거리, 산길 진입

13:22 묵리 갈림길

13:28 우물

13:46 묵리마을

 

인생은 스치는 바람이더라.

인생은 소리도 없이 가더라.

 

14:26 신양항, 신양마을

 

이제는 알겠어. 그녀가 내게는 얼마나 소중했는지...

 

14:40 모진이 몽돌해수욕장

몽돌해수욕장이 있다. 가족인 듯한 한 팀이 놀고 있다. 어린애들은 물놀이에 정신이 쏙 빠져있다.

우리 산행팀 일부도 옷을 입은채로 풍덩거린다. 어린이 시절이 그리운게다.

 

15:19 쉼터

15:40 신대산 전망대

16:05 예초리

16:22 엄바위 장승

16:24 학교가는 샛길

16:46 돈대산 정상

17:14 묵리 갈림길

17:32 추자교

 

 

 

 

 

 

 

 

 

 

 

 

 

 

 

 

 

 

 

 

 

 

 

 

 

 

 

 

 

 

 

 

 

 

 

 

 

 

 

 

 

 

 

 

 

 

 

 

18:00 숙소

죽을 맛이다.

물론 흙길도 있지만 포장도로가 많고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 둘레길은 늘 느끼는 것이지만 만만치 않다.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로 숙소에 도착해 대충 씻을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꿀맛이다.

 

이제 먹을 일만 남았다.

그런데 정말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는 날씬데 숙소의 위치가 그것을 허락치 않는다. 아쉬운 것중 하나다.

저녁으로 농어와 히라스가 회로 나왔고, 시원한 콩나물국, 톳나물 등 맛이 일품이다. 맥주 두 잔도 너무나 시원하다. 잠시후 바베큐도 있단다.

 

밖에서는 돼지고기 바베큐 파티가 열리고 있다.

오늘 산행이 힘들었는지 참석하지 않은 사람도 제법 있는 듯하다. 물론 나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피곤한 것도 있지만 배가 넘 불러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거다.

내일 산행은 5시 50분에 출발한단다.

산행을 서둘러 최소한 9시 전에 숙소로 와 9시 반까지 식사를 마쳐야 10시 40분 배를 탈 수 있고, 이 배를 못타면 하루 더 자야 한단다.

방에 누워 야구를 보고 있지만 일찍 자야겠다. 알람은 평소 내가 일어나는 5시 20분으로 맞췄다.

 

 

2018.08.30

05:20 기상

알람(05:20)이 울리기 2분전에 일어났다.

물 한 통과 카메라를 챙겨 밖을 나서니 벌써 나와 있는 사람도 있었다.

등대로 이어지는 끝도 없는 계단을 헉헉거리며 오르니 아직 해가 뜰 생각도 않고 있다.

한참을 기다리다 막 해가 오르기 시작할 무렵인데 일정상 그곳을 떠나야만 했다. 아쉬운 순간이다.

 

희미한 두 눈으로 날 반기며 넌 말했지..

마지막까지 하지 못한 말 혼자서 되뇌어었지..

 

 

 

 

 

 

 

 

 

 

 

 

 

 

 

 

 

 

 

 

 

 

 

 

 

 

 

 

 

 

 

 

 

 

 

 

 

 

 

 

 

 

 

 

 

 

 

 

 

 

 

 

 

 

 

 

 

 

 

 

 

08:20 숙소 도착

도착하자마자 얼른 씻고 조기구이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산행도 마쳤고 아침까지 먹고나니 뭔지는 모르지만 허전함이 밀려드는 까닭은 뭘까?

 

인생은 스치는 바람이더라.

인생은 소리도 없이 가더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오는 허전함일까?

아니면 체력이 예전함만 못한 것 때문일까?

뭣때문일까?

아니면 욕심들 때문일까?

 

서둘러서 그런지 숙소를 떠나기까지 한 30~40분 여유가 있단다.

애초 추자도 올레길을 쉽게 생각했었다. 작은 섬이기 때문이라서 그랬는데 역시 둘레길. 올레길은 쉽지 않다는 것 또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09:40 숙소 출발

대략 15분을 걸어 추자항에 도착했는데, 배가 10시 50분에 온단다. 또 50분 남짓 기다려야한다.

인생에 마냥 기다림의 연속인가 보다. 더운데 짜증도 났지만 어쩔 수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기다리 것 밖에 없다.

 

10:50 추자항 출발

배는 정시에 출발했다. 쾌속성 돌핀이다.

선실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지만 빠르긴 빠른 모양이다.

군데군데 가벼운 술판이 벌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잠에 빠졌다.

왠지 잠이 오질 않는다. 새벽에 일어나 산행도 해 피곤할 만도 한데 왜 그럴까.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치는데..

 

12:18 진도항 도착

진도항에 도착하자 산행버스가 대기하고 있어 바로 출발했다.

잠도 올 것 같이도 책을 펼쳤다. 몇십분 지나지 않아 진도대교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우럭매운탕을 먹었고, 진도대교 밑 산책길을 걸었다.

울들목 물쌀이 장난이 아니라 신기한 생각마저 든다.

출발한 차 안에서 진도홍주 대병이 나돌고 한 잔씩 마신다.

 

15:34

읽던 책도 끝냈다.

오는 동안 읽으면서 몇 번 잠들기도 했다.

이는 이틀 산헁에서 오는 피곤함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책의 내용이 현세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이해하기 힘든 상상적인 것 때문일 거다.

그래도 좋다.

비록 이해하기 힘든 것이고 또한 현세에 벗어나면 있을지도 모르지만.....

과연 지옥. 연옥. 천국은 있을까?  이를 경험하고 온 사람은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도, 우리도 이처럼 살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세상이다.

 

그대 메마른 바위를 스쳐간 고운 바람결

그대 내 빈가슴에 한등 타오르는 추억만 걸어놓고 어디로 가는가

그대 어둠 내린 힌뜰에 한그루 자작나무

그대 새벽하늘 울다 지친 길잃은 작은 별

그대 다시 돌아와 내 야윈 청춘의 이마 위에 그 고운 손 말없이 얹어 준다면

사랑하리라

사랑하리라

더 늦기전에..

 

18:30 부산 도착

드디어 이틀의 추자도 올레길이 끝나는 시점이다.

제주도 올레길은 이제 네 구간(18, 19, 20, 21) 남았다. 올해 안에 끝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날씨가 무척 더워 엉덩이에 땀띠가 났을 정도지만 맑아줘서 다행이었다.

추자도 올레길이 잘 마무리 된 것처럼 제주 올레길도 잘 끝냈으면 한다.

 

산행을 계획하고 이끌어 주신 분과 그 보조을 하신 분들을 비롯하여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