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기 타

2015.08.08. (가족 나들이 - 호박소 근처)

동선(冬扇) 2015. 8. 9. 08:58

 

호박소주차장 - 야영지 - 삼양교 - 호박소 - 오천평바위 - 호박소 - 삼양교 - 야영지 - 용수골 - 야영지

 

 

05:50 집에서 출발

         참으로 오랜만에 아니 몇십 년 만에 온 가족(가족이라 해봐야 모두 4명)이 나들이를 나섰다.

         독일에서 공부를 하는 딸의 일시 귀국으로 이런 기회가 생긴 것이고,

         날씨가 무척이나 무더운 것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가끔 여름이면 가는 밀양 호박소 근처 계곡을 갔다.

 

         여름철이면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인산인해지만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호박소, 가지산 근처인 쇠점골이나 용수골은 그야말로 인가가 없는 청정지역이고,

         계곡이 깊어 햇볕이 들지 않는 곳이라 시원하기가 그지 없는 곳이다.

 

         물론 남들보다 더 좋은 장소를 가려면 조금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겠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인다면 충분히 좋은 장소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아침도 먹지 않고 일어나자마자 그곳으로 달려갔다.

 

         일반적으로 휴가가 끝나는 주말이고, 또 일찍 도착한 관계로 주차장도 여유가 많았다.

         무겁고 큰 구식 텐트를 비롯하여 야영물품들을 이고 지고 가끔 놀던 장소에 도착하니

         친절하게도 이전 야영을 한 사람들이 야영지를 잘 다듬어 놓고 종이 박스까지 깔아 놓았다.

         이런 행운이...

         하지만 자기가 머문 자리를 말끔하게 정리하지 않는 마음이 아쉽다.

     

         오래된 구식 텐트를 치고, 라면을 끓여 집에서 준비해 온 밥과 함께 간단하게 먹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아들은 이번 주 휴가 내내 강원도를 비롯해 돌아다니다, 그것도 모자라 오늘 새벽에 들어오더니

         아침밥도 귀찮은 듯 텐트 안에서 뻗었다.

       

08:55 호박소

         아침을 먹고 난 후,

         잠에 빠져있는 아들을 남겨 둔 채, 짝지랑 딸과 함께 호박소 쪽을 내려갔다.

         호박소 근처는 예전과는 달리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었고, 아예 접근조차 못하게 막아 놓았다.

         아마 작년까지만 해도 호박소에서 수많은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튜브를 타고 스릴있게 내려오는 모습들이 있었고,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짜릿함을 주었는데...

         물론 안전을 위한 조치겠지만 참으로 아쉬운 느낌이 든다.

 

09:25 오천평바위

         계곡의 바위가 엄청나게 넓고 길기 때문에 이름하여 오천평 바위다.

         오천평은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족히 천평은 넘을 듯 하다.

         이곳도 물이 좀 더 많고, 폭우가 있어 바위가 깨끗했더라면 아마도 100미터는 넘을 듯한 자연 스로프를 타는 사람들도 가득할텐데..

        

         그곳에서 잠시 머물다 다시 호박소를 거쳐, 텐트가 있는 야영지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이전 직장(은행)에 같이 근무를 했던 선배 한 분을 만나기도 했는데,

         그 분도 가족들을 비롯한 지인들과 함께 피서를 오신 모양이다.

 

 

         오랜만에 산을 걸은 딸이 피곤한 모양이다.

         아직도 자고 있는 아들과 함께 딸, 아내를 두고,

         난 카메라를 들고 슬리퍼를 신은 채 용수골 계곡을 올랐다.

 

         한참 오르니까 젊은 남녀 몇 명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해병대 출신인 듯한 한 젊은이가 바위에 오르더니 해병대의 절도있는 박수를 서너 번 치더니

         빙글돌며 다이빙을 한다. 젊음이 부러울 따름이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고, 가져간 오리고기, 소고기를 구워서 점심도 먹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계곡을 꽉 메우고 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아마 오호 4시쯤 되었을 때,

         갑자기 계곡이 어두워지는 듯 하더만, 빗방울이 비친다.

         그리고 나서 채 1분도 못되어 창대같은 소나기가 쏟아진다.

         미쳐 짐을 챙길 새도 없다.

 

          비를 맞으며 짐을 정리하고 집으로 향했다.

          피서를 위해 계곡으로 왔는데, 비가 기온을 급격하게 낮췄고, 비를 맞으면 이곳에 있을 이유도 없었다.

        

 

          딸에게 물으니 밀면을 먹고 싶단다.

          그래서 언양 맛집을 찾아보니 밀면집이 나온다.

          한참을 찾아서 가보니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다시 언양 시장통 안에 있는 유명한 곰탕집에서 곰탕 한 그릇을 먹고는 집으로 향했다.

          곰탕집은 여전히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밖에 나갔다오고 난 뒤, 뒷처리는 당연히 나의 몫이다.

          비에 젖은 텐트, 배낭 세 개, 가져간 물품들을 모두 세척하는데 또 한 땀을 흘렸다.

          하지만 정말로 오랜만에 한 잠시의 가족 나들이가 좋았다.

 

          갔다 오면서,

          앞으로 있을 나의 손주, 손녀를 위해서 반드시 계곡이 가까이 있는 시골에서 살아야겠다.

          그래서,  가끔이라도

          이 할아버지, 할머니집을 찾아 왔을 때,

          별을 볼 수 있게하고, 물놀이를 할 수 있게 해야겠다.

    살아가는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서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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