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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2012.09.13) - 위화

동선(冬扇) 2012. 9. 12. 10:44

 

 

 

책소개

어제와 오늘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열 개의 단어

세계가 사랑하는 소설가 위화가 장편소설 『형제』 출간 이후 4년만에 에세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출간했다.『형제』에서 보여준 중국 사회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과 비판정신을 이 책에서는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는 『열 개 단어 속의 중국(十個詞彙中的中國)』이다. 저자는 인민, 영수(領水), 독서,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 홀유(忽悠) 등 열 개 단어 속에 중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다. 그간의 글에서 끊임없이 중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비판정신을 보여준 그에게 이 책은 "끊이지 않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당대 중국의 삶의 모습을 열 개의 단어 속에 축약하고자" 한 시도이며,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 굴지의 강대국으로 성장한 중국 사회의 "뿌리와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인 것이다.

2009년 미국 퍼모나 대학에서 당대 중국에 관한 강연을 위해 준비한 원고를 바탕으로 완성된 이 책은 현재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 아시아, 남아메리카 10여 개 국가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중국어판은 2011년 1월 타이완에서 출간되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현재까지 출간이 불가능한 상태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중국 정부 당국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불과 30여 년 만에 사회적, 경제적으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변화한 중국 사회의 이면에 감춰진 온갖 부조리를 목도하며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분노하면서도 위화는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깊은 연민과 단단한 연대의 의지를 내비친다. 모국의 고통의 자기 자신의 고통으로 치환하여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우리는 위화 문학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위화의 휴머니즘은 어쩌면 이 책에서 그 정점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위화의 문학세계로 좀더 깊이 들어가보려 하거나,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려 하는 독자 모두에게 이 책은 두로 소중한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 : 위화

余華 1960년 중국 저장성(浙江省)의 항저우(抗州)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마련해준 도서대출증을 이용해 매일 책을 읽으며 소년 시절을 보낸 그가 소설가로 나선 것은 1983년, 단편소설 「첫 번째 기숙사(第一宿舍)」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이후 「18세에 집을 나가 먼길을 가다(十八歲出門遠行)」,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世事如烟)」 등의 단편과 장편 『가랑비 속의 외침(在細雨中呼喊)』을 내놓으며 ‘중국 제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했다.

그러던 그는 두 번째 장편소설 『살아간다는 것(活着)』을 통해 작품 활동의 일대 전환을 꾀한다. 가파른 중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인간이 걸어가는 생의 역정을 그려낸 이 작품은 장이모 감독에 의해 영화화(국내에서는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어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위화 현상’을 일으키는 일련의 기폭제가 됐다.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장편 『허삼관 매혈기(許三觀 賣血記)』는 위화를 명실상부한 중국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하였다. 살아가기 위해 그야말로 목숨 건 매혈 여로를 걷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희비극이 교차하는 구조적 아이러니로 드러내면서 한층 정교하고 심화된 주제의식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형제』가 또 한 차례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밖에 수필집 『나는 나 자신을 믿을 수 있을까(我能否相信自己)』와 『고조(高潮)』가 있다.

또한 『4월 3일 사건』은 실험정신이 가득한 작품, 전통 서사를 추구한 작품, 알레고리를 밑바닥에 깔고 있는 작품까지, 색과 맛이 다른 내용물을 골고루 담은 일종의 총합이다. 그런 만큼 우리가 미처 접하지 못했던 위화의 새로운 작품 세계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

그의 소설집『무더운 여름』에 실린 여섯 작품은 위화가 1989년부터 1995년 사이에 쓴 소설들로, 초기 위화 작품에서 보이는 실험적인 경향과 그의 장편소설에서 드러나는 익살스럽고 서사 중심적인 경향이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형식적인 실험성을 보여주면서도 대화가 주를 이루고, 등장인물들의 면면에서 유머러스함이 배어나올 뿐만 아니라 그 소재가 일상에 밀착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평범한 인물들이 일상에서 겪을 법한 일들을 풍자적이면서도 세밀하게, 실험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려낸 ‘일상의 소묘’와도 같다는 평을 듣는다.

1998년 이탈리아의 그린차네 카보우르 문학상, 2002년 중국 작가 최초로 제임스 조이스 기금을 받았고, 2004년 미국 반스 앤 노블의 신인작가상과 프랑스 문학예술 훈장을 수상했다.

 

창작은 나의 인생을 완전하게 해준다. 사람마다 욕망과 감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실 생활속에서 그것을 완전히 방출할 수 없기에 창작 과정에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마음껏 풀이할 수 있다.

역자 : 김태성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타이완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국학연구공동체 한성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계간 『시평』 기획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딩씨 마을의 꿈』『나는 유약진이다』『눈에 보이는 귀신』『나의 아버지』『중국의 문화지리를 읽는다』『노신 평전』『문명들의 대화』 등 80여 권의 중국 저작물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