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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MC 강호동

동선(冬扇) 2008. 10. 13. 17:35

 

2008년 예능은 누가 뭐래도 '강호동의 해' 였다. 강호동이 주도했고, 강호동이 흐름을 끌고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작년만해도 유재석에 비해 약간 뒤쳐진다는 느낌을 줬던 강호동이지만 1년 사이 그는 어느새 유재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중을 사로잡으며 비로소 당대 최고의 예능 MC로 인정 받게 됐다.

'천하장사' 에서 '국민 MC' 가 되기까지.

2008년 연예계 총결산, 그 두번째 시간은 바로 "국민 MC" 강호동에 관한 이야기다.





강호동은 TV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카리스마' 있는 MC다. 그의 카리스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다른 MC들과의 비교를 거부한다. 강호동은 강호동만의 독자적인 영역이 있다. 그 영역 속에서 그는 살아숨쉬고, 생명력을 얻는다. 다른 MC들이 끊임없이 환경과 소통하고 대중과 교착점을 찾으려 노력할 때 그는 자신의 영역으로 대중을 끌고 들어오며 자신을 둘러싼 환경조차 '강호동 化' 시켜버린다. 그것이 바로 MC 강호동의 힘이다.

사실 강호동은 유재석과 같이 타고난 재능을 가진 MC는 아니다. 유재석은 박수홍이나 김용만이 누차 말했던 것처럼 '운' 이 없었을 뿐, 이미 무명시절부터 MC로서 가지고 있는 재능은 상당한 인물이었다. 우선은 말을 잘했고, MC를 하기에 적합한 목소리였으며 맺고 끊는 능력도 탁월했다. 그것이 10년 무명생활동안 갈고 닦아지면서 결국 지금의 MC 유재석을 만들어 냈다.

그에 비해 강호동은 MC로서의 재능이 전무한 '풋내기' 였다. 이경규의 추천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긴 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고 얼굴에 분칠하고 들판을 뛰어다니는 바보 캐릭터가 전부였다. 오버스럽고 시끄러운 목소리에, MC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체격 조건, 여기에 강한 경상도 사투리와 심지어 '무식' 해 보이는 이미지는 강호동이 MC로서 대성할 수 없는 결정적인 결함조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강호동은 이러한 결함을 자신의 '캐릭터' 로 극복했다. 그는 유일무이하게 캐릭터 자체를 MC의 세계로 끌고 들어와 대성한 인물이 됐다. [공포의 쿵쿵따] 에서 강호동은 힘세고 무식한 자신의 캐릭터를 고수하며 'MC 강호동' 에 대한 대중의 불만과 정면 충돌했다. 물러서거나 피하는 법 없이 꽁트와 버라이어티의 중간에서, 그는 강호동만의 캐릭터와 강호동만이 창조할 수 있는 영역을 고집했다. 이것이 대중과 끊임없는 파열음을 낳았고, 그의 주위를 시끌벅적하게 했으며, 결국 MC 강호동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10여년의 시간동안 MC로서 그가 고수하고 있는 이미지는 변함이 없다. [공포의 쿵쿵따] 에서 무식하고 힘센 이미지는 [천생연분][X맨][황금어장][1박 2일] 에서 그대로 차용됐다. 허나 강호동은 식상하지 않다. 오히려 보면 볼수록 정감가고 새로우며 즐겁다. 그는 방송에 출연하는 출연자들 뿐 아니라 TV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까지 '미치게' 만들어 버린다. 정신없이 몰아치고, 분위기를 한방에 휩쓸어 버린다. 딴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웃음' 이라는 목적 하나에 충실하다.

'무식하고 용감한' 강호동의 이미지처럼 MC로서 그가 고수하고 있는 진행 스타일과 캐릭터는 타협과 양보를 거부한다. 오로지 그의 프로그램은 강호동을 중심으로 확고하게 돌아간다. 이는 결코 강호동이 프로그램 자체를 독단적으로 운영한다거나, 게스트들을 무시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만큼 프로그램 자체를 장악하는 강호동의 카리스마와 추진능력이 대단하다는 소리다. 그의 언행과 말투는 항상 "나는 강호동이다!" 라는 것을 은연 중 과시하는 것처럼 당당하고 자존심있으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딱 강호동만큼 솔직하고, 용감하고, 무식하게 당당하다.

그는 [공포의 쿵쿵따] 로 차세대 MC로 급부상 한 그 순간부터 기성 MC들이 고수하고 있던 '교과서' 같은 MC 스타일을 전면에서 부정했다. 조곤조곤 게스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실타래를 풀어 나가듯 차근차근 토크를 진행하며, 차분하게 마무리하는 스타일은 강호동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는 '강호동'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처럼 직설적이고 독하게, 상대방의 정곡을 찌르는 화법을 구사했다. 정확한 상황에서 상대방이 감추고 싶어하는 부분까지 모조리 들춰내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야심만만] 이고, [무릎팍 도사] 다. 이처럼 강호동은 처음부터 확고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을 확실히 선택해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하며 트렌드를 만들어 나갔다. 강호동은 스스로 "유재석이라는 천재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한다. 유재석만이 가지고 있는 온화하고 편안한 진행능력이라든지, 완벽한 표준어를 구사하면서도 웃음을 이끌어 내는 능력은 강호동이 쉽사리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다. 대신 강호동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통해 여타 MC들과의 차별화를 이끌어 내는 한편, 자신의 결점조차 상쇄시켰던 것이다.


언제나 당당하고 역동적이며 적극적인 강호동의 '말' 과 '행동' 은 2008년 들어 확실하게 빛을 발했다. 그의 대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1박 2일] 은 '위기' 운운하는 순간에도 20% 초중반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중이고,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는 MBC 내부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올리는 프로그램이며, [스타킹] 은 강적 [무한도전] 에 맞서 12~13% 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여기에 [야심만만 시즌2] 는 방송 2달여만에 확실한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변이 없는 한 2008 KBS 연예대상 '대상' 은 강호동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고, MBC 연예대상 역시 '강호동' 의 몫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작년만해도 20~30%대 시청률을 올리던 [무한도전] 때문에 [무릎팍 도사] 의 강호동이 홀대받은 측면이 컸지만 올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히려 시청률로 따지자면 [무릎팍 도사] 가 [무한도전] 의 시청률을 앞지른데다가 광고 수익면에서도 방송 3사 전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황금어장이 15초당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은 1600만원으로 [조강지처 클럽] 의 광고 수익보다 높다.)

여기에 SBS 연예대상 역시 강호동의 존재감을 확실히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패떴] 의 성공으로 유재석이 대상을 탈 확률이 높지만, 강호동은 전년도 수상자로서 시상대에 서는 한편 [야심만만] 과 [스타킹] 의 동반 성공을 이끌어 낸 공로를 인정받아 대상에 버금가는 상을 수상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2008년 강호동은 독보적인 예능계의 '트렌드세터' 였고, 메인 MC였으며, 폭발적인 대중적 사랑을 받은 '국민 MC' 로 발돋움했다.

아직도 장점보다 약점이 많다는 MC. 죽을 때까지 철들고 싶지 않다는 MC. 유재석, 신동엽 같은 천재를 따라갈 수 없기에 그들보다 100배는 더 노력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MC.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충만한 자의식으로, 예능인으로서 가지고 가야하는 꼿꼿한 자존심과 인간이 가져야하는 당당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이 '무식하고도 용감한' MC는 드디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재능있는 MC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됐다. 

강호동처럼 '확실하게' 말하고, '적극적' 으로 행동하라! 강호동처럼 우리도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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