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藝 術 房/시, 수 필

그대를 위하여

동선(冬扇) 2007. 3. 29. 09:11

 

그대를 위하여

 

그대를 만난 엊그제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내 쓸쓸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개울물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던 까닭은

세상에 지은 죄가 많은 탓입니다

그렇지만 마음속 죄는

잊어버릴수록 깊이 스며들고

떠올릴수록 멀어져 간다는 것을

그대를 만나고 나서야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그대를 위하여

내가 가진 것 중

숨길 것은 영원히 숨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하여

아픈 가슴을 겪지 못한 사람은

아픈 세상을 어루만질 수 없음을 배웠기에

내 가진 부끄러움도 슬픔도

그대를 위한 일이라면

모두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가 나를 생각하는 그리움의 한 두 배쯤

마음속에 바람이 불고

가슴이 아팠지만

그대를 위하여

내가 주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며

나는 내내 행복하였습니다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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