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동주차장 - 첫나들이폭포, 가내소폭포,오층폭포,한신폭포 - 세석산장 - 촛대봉 - 연하봉 -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 제석봉 - 장터목대피소 - 소지봉 - 참샘 - 하동바위 - 백무동주차장
(산행 시간: 14시간 40분)
2017.04.29.
05:30 집에서 출발
오늘은 5월의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 되는 날이기도 하는데, 직장동료 3명과 함께 지리산 등산을 간다.
지리산 천왕봉을 찾는 것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지난해도 한 두번 지리산을 찾긴 했지만 천왕봉 쪽으로는 가지 않았다.
두려움도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지리산이 만만한 산이 아니다. 또 변덕스러운 날씨가 항상 존재하는 산이기도 하다.
다행이 이번 산행에 날씨는 좋을 듯 한데 알수 없는게, 어찌변할지 모르는게 지리산이다.
이번 산행에 4명을 예상했는데 1명이 다른 일도 있겠지만 지리산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듯하다.
기회가 자주오는 것은 아닌데.....
또 1명은 산행을 거의 하지 않는 직원으로 8년 만에 지리산을 간단다.
나 역시 두렵고 나보다 조금 젊긴 하지만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동래 세연정 고기집 앞에서 합류했다.
06:00 세연정 출발(-> 백무동 주차장, 고속도로 통행료: 8,400원)
백무동으로 가는 중간에 함안 휴게소에 들러 우동과 직원의 아내가 정성껏 마련해 준 김밥을 먹었다.
일행의 공통 음식을 그 직원이 준비를 했는데 소고기를 많이 샀단다. 내가 많이 먹는다고 말이다.
헌데 난 산행을 할 때는 많이 먹지 않는다. 먹고 산 오르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 평소 내가 많이 먹긴 하나보다.
08:40 백무동 주차장(주차료: 10,000원)
08:57 백무동 매표소
국립공원관리소 직원 몇명이 있었고, 그 직원들이 대피소 예약 확인 절차를 하면서 우리 일행에게 기념사진도 찍어 주었다.
09:31 첫나들이폭포
09:58 가내소폭포
가내소폭포 길목에 출입금지 안내판으로 길을 막아 놓았다.
우리들 생각에 백무동매표소에서 직원들이 우리 일행들에게 장터목 예약까지 확인을 했는데,
통행금지에 대한 아무런 얘기나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그쪽으로 가도 될 것이라 생각을 해, 출입금지 안내를 무시하고 갔다.
10:17 오층폭포
12:01 한신폭포
한신폭포의 낙수물은 가느다랗게 흘렀는데, 폭포 바위 한 가운데에 빙하를 옮겨 놓은 듯한 얼음 덩어리가 있었다.
5월이고, 한낮의 기온이 15도 이상 오르내리기도 하는데 이렇게 큰 얼음 덩어리가 아직도 있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역시 지리산은 지리산인가 보다.
12:59 세석 능선
한신폭포를 지나 세석 능선에 오르기까지는 무척이나 힘이 든다.
급경사가 계속되는데, 이곳까지 오르는 동안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의 급경사 오르막은 사람의 진을 빼놓는다.
오랜만에 지리산을 오르는 직원이 무척이나 힘들어 한다. 그래도 꾸역꾸역 따라오는 것만도 다행이다.
세석대피소를 현재 운영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아마 봄철 산불조심기간이라 그런가 보다. 그래서 당초 세석대피소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던 계획을 취소하고 바로 장터목으로 향했다.
세석대피소에서 촛대봉 쪽으로 오르고 있을 때 지리산국립공원 직원이 나타나더니 제한구역에 들어왔다며
과태료를 부과하겠단다.
13:06 세석대피소
그래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백무동매표소에서 국립공원직원들이 장터목대피소 예약확인까지 하면서 세석대피소로 해서 장터목으로 갈 수 없다는 안내가 없었다며
항변해 보았지만 결국 과태료 부과를 받았다.
세석대피소에서 10만원짜리 라면을 끓여 먹은 결과가 되고 말았다.
우리와 같은 생각들을 한 사람들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냥 그곳으로 온 사람들인지 몇팀도 아마 과태료 부과를 받았을 것이다.
14:30 세석대피소 출발
14:54 촛대봉
세석대피소에서 10만원 짜리 라면은 먹고 촛대봉을 오르는 동안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무엇을 먹고 바로 오르막을 오르는 것은 언제나 이렇게 힘이 든다.
16:25 연하봉
16:42 장터목 대피소
예전처럼 장터목대피소도 그리 분잡지를 않았다.
요즘은 대피소 예약제라 예약을 하지 않았거나, 하지 않은 등산객들은 대피소에서 잘 수가 없다.
그래서 대피소 예약이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하지만 예약이 된 사람은 분잡지 않아서 좋다.
그러다 보니 막상 당일에는 대피소에는 더 여유롭다.
예약을 하고서 피치못할 사정으로 못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지 꼭 빈자리가 생긴다. 아마 오늘 우리 방도 제법 많은 자리가 빌 것 같은 느낌이다.
오랜만에 장터목대피소를 찾은 탓이라 대피소도 많이 변해 있었다.
취사실이 새로운 건물로 지어졌고, 방도 제법 늘어난 모양이다. 취사실에서 맛있는 소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오랜만에 산행을 한 직원이 도저히 무엇을 먹지 못하겠단다. 그래서 그 많은 고기를 둘이서 먹어야 했는데, 나는 술도 마시지 않아
술을 마시는 직원은 혼술을 해야만 했다. 맛있을 턱이 없었을 거다.
밤하늘에 초승달이 떴다.
아직 완전한 어둠이 깔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별들이 제법 보인다.
아마 새벽녘이면 별천지 하늘이 되겠지.
아니나 다를까!
새벽 두 시쯤 화장실을 가려고 밖에 나와보니 하늘에는 빈틈 찾기가 힘들 정도로 별이 가득하다.
이것을 카메라로 담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2017.04.30.
03:30 기상
오늘 천왕봉 일출 시간이 05:50분이란다.
이것을 감안한다면 4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3시 반 알람소리에 일어나 모두를 깨웠다.
일출은 봐야 한단다. 아마 어제까지 날씨가 좋았으니 일출은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직원이 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04:00 장터목 대피소 출발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천왕봉의 일출을 보기 위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엊저녁부터 부는 강풍은 사람을 날려버릴 정도다.
05:08 천왕봉
천왕봉 정상석 부근에는 몇 안되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난리법석이다.
아마도 예전같았으면 정상석 부근에 발조차 디딜 틈도 없었을 텐데, 어쨌던 여유로와 좋다.
천왕봉의 거칠고 강한 바람은 과연 지리산임을 실감케 한다.
05:37 쯤해서 여명속에서 멋진 해가 올라 온다.
단지 아쉬운 것은 발아래 운무가 없다는 거다. 날이 너무 맑으니 이런 아쉬움도 주는구나.
다 좋을 수는 없는가 보다. 아쉽다.
05:57 천왕봉 하산 시작
06:00 통천문
06:25 제석봉
하산하는 동안 올라갈 때 보지 못한 모습들이 눈에 익다.
통천문, 제석봉의 전망대, 제석봉 부근의 고사목, 또 예전에 눈에 뜨지 않았던 괴물의 얼굴을 한 바위도 보였다.
오랜만에 지리산을 온 직원은 천왕봉을 오를 때도 힘겨워 하더니, 내려올 때 역시 힘든가 보다.
자꾸만 처지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몇 시간 동안 급경사길을 걸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04:41 장터목대피소
08:25 장터목 대피소 출발
취사장에서 아침을 먹었다.
비록 예전보다 많이 여유로와졌다고는 하지만 먹을 때 취사장안의 풍경은 여전하다.
발디딜 틈도 없는 모습, 지지고, 볶고, 굽고, 데우고, 끓이고, 삼고......
굵은 소세지를 굽는 일행도 있다. 양념불고기를 굽는 사람들도 있다. 그 비좁은 취사장에서 둘러앉아 먹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라면을 끓이지 않은 일행은 보지 못했다.
하산을 시작하면서 사진 한 장씩과 단체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또 언제 이곳을 찾을 수 있을까! 특히 오랜만에 온 직원은 당분간 지리산은 생각하기 조차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 산행을 잊지는 못할 거다.
08:44 고사목
하산을 막 시작했을 때 고사목 하나가 눈에 들어 왔다.
내가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 그때는 일요일에 운영되는 산악회에 따라 다니고 있었는데,
2005년 10월 어느 가을 날. 이 고사목 아래 앉아 있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찍은 적이 있다.
아마 그때의 그 기억은 내가 잊을 수 없는 기억중 하나일 것이다.
09:38 소지봉
한 직원이 자꾸만 뒤처진다.
등산이라는 게 의욕만으로, 젊음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특히 이런 큰 산을 오면 아주 젊은 사람들도 무척이나 헤매는 모습을 보곤 한다. 반면 어찌 저리 나이 많은 분이
이런 산을 오를까 하며 놀란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내가 가장 놀랐던 한 번은
2011.10.08 ~ 09. 일정으로 의신마을에서 출발하여 벽소령을 거쳐 연하천에서 자고 노고단으로 하산을 할 때
연하천대피소에서 한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이다.
이 86세의 할아버지는 할어버지의 키 만큼이나 되는 낡은 비박 배낭을 메고 어두운 연하천대피소를 들어섰는데,
그 할아버지는 홀로 비박을 하면서 다니신단다.
그날도 연하천 근처에서 비박을 하려했으나 물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대피소를 찾으신 거단다.
정말 대단한 할아버지가 아닐 수 없었다.
10:17 참샘
참샘에서 또 한 번 동료 셋이서 만났다.
참샘에 물이 예전과 달리 가늘다. 참샘 근처에는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곤 하는 곳이인데,
나도 언젠가 이곳에서 작은 멧돼지 한 마리가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샘에서 불과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말이다.
10:24 엘레지, 현호색 군락지
하산하는 동안 엘레지 꽃이 많이 보인다.
엘레지 꽃과 산죽이 잘 어울리는 식물인가 보다. 엘레지 꽃이 있는 곳은 꼭 산죽이 있다.
천성산 공룡능선과 중앙능선에서도 엘레지꽃을 볼 수 있는데, 그곳에도 산죽 군락지다.
연한 보라색을 지닌 현호색도 자주 보인다. 이곳은 특히 엘레지와 현호색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10:38 하동바위
하동바위를 아래를 지나오는 곳에 새로운 다리가 하나 만들어져 있었고, 바위 바로 밑을 지나는 구름다리는 폐쇄하고 있었는데,
아마 낙석의 위험 때문이리라.
하동바위를 지나면 목적지가 다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11:20 백무동야영장
나보다 먼저 내려온 직원은 나를 한참이나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나보다 더 늦는 직원은 아마도 더 많이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백무동 매표소 근처에 족욕장이 있어 발을 담갔더니 그 차가움이 장난이 아니다. 여름같은 이 날씨에도 30초 이상 발을 담가 놓기가 어려웠다.
어제 장터목대피소 식수대 물도 차가와 손씻기 조차 어렵더만 그 물이 이 물인가?
11:30 백무동 매표소
한 30분 이상이 더 지났을 때 쯤 마지막 직원이 도착했다.
아마 죽을 맛이고, 큰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등산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
어쩌면 우리보다 먼저 또 나설지 모르지.
11:40 백무동 주차장
12:00 백무동 주차장 출발(-> 부산, 고속도로 통행료: 8,400원)
16:00 집도착
고되고 힘들었지만 어쨌던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귀가해, 어제에 이어 오늘(2017.05.01) 아침부터 블로그를 정리하고 있다.
어제 백무동주차장을 출발해 부산으로 오는 동안, 산청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고 설레임 아이스크림 두 개를 샀다.
내가 운전을 할 때 잠을 쫓는 방법중의 하나다. 아이스크림을 얼굴에 문지르고, 먹으면서 잠을 쫓는다.
직장일들에게 더 없는 황금 연휴다.
이 연휴 직장동료들과 함께한 지리산 산행, 무엇보다도 뜻 깊은 일이었다.
남은 연휴 좋은 시간으로 만들어야 할 텐데......
(첫나들이폭포)
(가내소폭포)
(오층폭포)
(현호색)
(엘레지)
(한신폭포)
(세석대피소)
(촛대봉에서)
(장터목대피소)
(천왕봉)
(괴물바위 - 자칭)
(통천문)
(고사목)
(참샘)
(하동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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