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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동선(冬扇) 2009. 12. 14. 17:23

[월요인터뷰]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

"효율·성과만 따지기보다 '영혼이 있는 승부' 도전하라"

여전히 활력이 넘쳐 보였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언제나 그를 보면서'마르지 않는 샘'을 연상한다. 컴퓨터(PC) 프로그래머에서 의사와 의대교수, PC 백신 개발자,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카이스트 교수에 이르기까지, 아직 젊은 그가 거쳐간 이력은 화려하다. 하지만 인터뷰 도중 조만간 그가 또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멀찍이 그가 보였다. 칸막이도 없는 자리에서 여느 직원들과 다름 없이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매스컴을 통해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더라면 그저 일반 직원인줄 알았을 테다.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으로 젊은이들에게 롤모델로 자리잡은 안철수(48) 카이스트 석좌교수를 11일 서울 여의도 안철수연구소 사무실에서 어렵사리 만났다. (최근 3개월간 그는 100회의 외부 강연을 소화하면서도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진행할 만큼 바쁜 일정을 보냈다고 한다.)

젊은 학생들에 전하고픈 메시지 있어 TV 출연
성공은 흔적을 남기는 것… 안정만 추구 비전없어
실패를 인정않는 사회 분위기부터 뜯어고쳐야
내가 뭘 잘할 수 있나 내면의 소리 귀기울였으면


-최근 TV에 출연한 이후, 인기가 더 올라간 것 같다. 일부에선 '혹시 방송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나온다.

 

 
: (손사래를 치며) 그건 절대 아니다. 원래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적성에도 안 맞는다. TV에 나간 이유는 젊은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서였다. 카이스트에 간 것도 그런 이유다. (6월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이후, 라디오를 포함한 각종 언론 매체로부터 많은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지만 응하지 않고 있단다.)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 '도전정신'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경쟁의식이나 효율성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젊은 친구들이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안정'이란 틀 안에서만 움직이려고 한다. (목소리 톤을 서서히 높이며) 정말 자기가 재미 있고, 의미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효율 측면에서만 따진다면 나는 비효율적인 인생을 살았다. 의사나 CEO로 보낸 시간들이 (현재의 나에겐) 큰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안 교수가 정의하는 '성공'은 어떤 것인가?

: 내가 지금 성공을 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마다 성공의 정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니 달라야 한다. 사람마다 가진 능력이 천차만별인데, 어떤 기준으로 성공을 규정할 수 있겠나. 내 경우에 비춰 (성공을 얘기해) 본다면, 내가 죽고 나서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바뀌고 내가 한 일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의 정의를 말하라고 한다면,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교수를 택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제시해 주면서 흔적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효율이나 성과만을 따져 성공을 판단하는 시각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영혼이 있는 승부'를 권하고 싶다.

-국내 벤처기업들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한적이 있다. 이유가 뭔가

: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부터 먼저 뜯어 고쳐야 한다. 우리 사회는 한 번 실패한 사람에겐 좀처럼 재기의 기회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 안 된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성공이 아닌 '실패의 요람'이다. 개인의 역량으로 실패하는 경우는 30~40% 밖에 안 된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외부 영향에 의해 결과가 나쁘게 나올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는 얘기다. 실패한 사람이 곧 무능한 사람은 아니다.

실패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경쟁력이 결정된다. 실리콘밸리에서도 100개 기업 중에 99개는 실패한다. 하지만 외부적인 요인으로 실패한 사람에게 기회를 계속 주는 게 바로 실리콘밸리의 힘이다. 특히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만 따서 기업들에게 반영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반드시 실패한 기업들의 단면을 뒤돌아봐야 한다.

또 전문가들이 결정권을 갖고,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다 아는 독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일본은 몇 십 년간 연구한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는 말로만 독도를 외쳤지 전문가들을 키우지 못했다. 그러니 국제 무대에서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

: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웃음) 내가 성공했다는 말은 좀 그렇고,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굳이 말하라면 매 순간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장기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편하게 살고 싶었다면 아버지처럼 평생 의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체질상으로 그게 안됐다. 사회 생활을 첫 번째 한 게 의대 교수였는데, 결국 돌아와서 또 카이스트에서 대학 교수를 하고 있다.

그냥 매사에 열심히 하다 보면 뭔가 또 하고 싶은 일이 나타난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안정적이고 편한 기득권 같은 것들은 나를 잡지 못한다. 나 자신도 내가 뭘 할지 잘 모르겠다. (안 교수는 현재 새로운 서적 집필에 열중하고 있다고 했다.)

-언제나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을 텐데, 힘든 시절이 있었다면?

: 당연하다. 나라고 왜 어려웠던 적이 없었겠나. 처음 안철수연구소를 세우고 4년간은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언제 망할지도 몰랐다. 지금의 결과만을 놓고 보면 잘 된 것처럼 보이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매달 말이 가까워오면 도저히 직원들 월급을 줄 자신이 없었다. 현금이 없었다. 흔히 말하는 어음깡이라는 것을 해서 현금을 만들어서 준 적도 많다. 매일 부도를 걱정하면서 4년을 살았다.

직업을 바꿀 때도 어려웠다. 미래를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흔 다섯 살에 MBA를 찾아 떠나 갈 때도 그랬다. 그 나이에 연구원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학생 신분으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나태해질 수도 있는 나 자신을 옭아매기 위해선 그렇게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평소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 아직까지 골프도 못 배우고 특별하게 체력을 관리하는 것은 없다. 그런데, 요새 보니까 슬슬 체력이 약해지는 게 느껴진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다.

-좀 특별하게 수업을 진행해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던데.

: 학생들에게 인기는 좀 있는 편이다.(웃음) 지난 학기에도 학생들한테 강의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그런데, 내가 수업을 잘해서라기 보단 기존에 하지 않았던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해서 그런 것 같다. 미국에 있을 때 교수님들하고 얘기를 하다 보니까,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업무를 시키면 굉장히 잘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정해진 방법에 따라 하는 게 아닌 다른 업무를 시키거나, 왜 이 업무를 해야 하는지를 물으면 대답을 못한다고 했다. 창의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창의력은 답을 잘 구하는 사람이 아니고, 질문을 잘 던지는 사람에게 있다. 수업도 가능한 창의력을 높여주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한다. 단순히 지식 전달이 아닌 깨달음의 시간으로 만들려는 뜻에서 자신의 인생 비즈니스 플랜 작성을 학기말 리포트로 요구한다. 학생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들 때 떠올리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젊은 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 안전지대만을 고집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미국에서 같이 MBA를 공부했던 많은 똑똑한 친구들이 지난해에 월스트리트로 갔다. 그 친구들 지금은 금융위기 때문에 절반 이상이 다 잘려 나갔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 결코 안전한 곳은 아니다. 그 쪽이 편하고 전망도 좋아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전망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안정적인 전망은 예측 또한 불가능하다. 수험생들도 보면 각 대학에서 커트라인이 높은 곳만 선호하는 데, 진짜 어리석은 일이다. 재미와 의미 있는 보람을 찾을 수 있고,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미래의 진로를 정해야 한다. 그것만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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