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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의 유래

동선(冬扇) 2009. 4. 1. 10:44

만우절【萬愚節】  4월 1일.
서양풍속에서, 이 날에는 거짓말을 하여도
괜찮다고 하여 호의(好意)로 서로 속이고 즐거워함 "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세상이다. 신문을 펼쳐보면 첫 지면에서 끝까지 얼굴을 펴고 볼 기사를 찾기가 어렵다. 누군 평생 자리펴고 앉아서 세어도 셀 수 없는 비자금을 받았느니, 누가 어떻게 누구를 속였느니 하는 기사가 신문을 가득 채워 세상을 읽으려면 먼저 긴 한숨이 터져나오기 마련이다. 세상이 이미 진리에, 도리에 어두운(愚) 사람으로 가득하니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일년 365일 만우절 (萬愚節)속에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린 시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엉뚱한 장난으로 하루를 보내던 만우절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금도 각 학교에서는 기상천외한 장난으로 선생님들을 기겁하게 한다고 하니 세상을 맑은 눈으로 보는 아이들에게 그나마 만우절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게다.
  
그럼 도대체 이 만우절은 어디에서 유래가 된 것일까. 만우절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도 이 점은 궁금할 것이다. ‘4월중 바보의 날’(April Fools’ Day) 또는 ‘모두 바보의 날’이라고 부르는 만우절은 놀랍게도 전 세계 곳곳에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날이다. 글쎄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기념일로 비교하자면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날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만우절인 4월 1일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장난을 쳐도 나무라지 않는 날로 정해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의 장난이 어떤 종류의 것이라도 좋다는 것은 아니고, 악의가 없고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죄가 되지 않는 그런 종류의 장난이나 거짓말이어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춘분제 제사로부터 유래

만우절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기원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력한 다섯 가지를 보면 첫째로, 옛날에 부활절에 상연된 기적극(miracle play)에서 유래되었다는 말이 있다. 그 극에서는 유대인 고승인 아나스가 가이아파스 고승에게 그리스도를 인도하고, 이어서 가이아파스가 로마의 유대 총독이며, 그리스도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던 빌라도에게 인도한다. 그리고 빌라도가 유대 왕 헤롯에게 인도하고 또다시 헤롯이 빌라도에게 넘겨주어 그리스도는 4월 1일에 처형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사실을 익살맞게 기념하는 행사가 만우절로 되었다 한다.
  
두 번째는 노아의 홍수 때 물이 빠져나가기 전에 지금의 4월 1일에 해당하는 날에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는 전설이 있다. 이 구원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서 만약 그날의 의미를 잊는 사람이 있다면 노아가 불운의 비둘기를 노아의 방주의 창문으로 날려 보냈듯이, 무심한 사람에게 헛된 심부름을 시키는 관습이 생겼다고 한다.
이것이 만우절의 유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4월 초에 거행되던 로마 농업의 여신 케레스제를 모방한 것이라는 설이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들판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던 페르세포네 왕녀가 저승의 신 플루토에게 유괴되어 저승으로 갔을 때,  그녀의 어머니인 케레스가 페르소포네의  목소리를 듣고 찾아 헤맸으나 헛된 일로 끝나 버렸다는 고사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이 유래도 노아의 비둘기처럼 헛되이 심부름을 시키는 습관이 발전해서 만우절이 되었다고 한다.

네 번째는 옛날 일반 서민층에서 행해지던 춘분의 제사로부터 남겨진 관습이라는 설이다. 춘분제는 구달력의 설날인 신달력의 3월 25일에 시작해서 4월 1일까지 계속되었다. 인도에서는 춘분제를 훌리(Huli)라고 말하고 그 마지막 날인 3월 31일에 헛된 심부름을 시키고 사람들을 놀리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발전해서 만우절이 되었다는 설이다.

다섯 번째는 유럽에서 그레고리 달력을 최초로 사용한 나라는 프랑스인데, 샤를 9세(Charles Ⅸ, 1550∼74)는 1564년에 현재의 1월 1일부터 신년이 시작되는 것으로 정하였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이 구습을 버리지 못하고 4월 1일에 농담반으로 신년의 선물을 보내거나 신년 인사를 해서 남을 놀리거나 놀라게 만들기도 하였다.
이러한 습관이 발전해서 다른 나라에서도 4월 1일을 만우절로 정하고 긴장을 푸는 의미에서 이날 하루를 바보짓을 하는 날로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4월의 물고기에 비유

이 중에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유래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는 평이다. 만우절은 1712년경에 최초로 행해졌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습관은 처음에 프랑스에서 시작되어서 17세기 후반이나 18세기 초에 영국에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4월의 물고기(April fish)는 만우절에 하는 거짓말이나 장난, 거짓 심부름 등을 뜻한다. 그 이유는 4월에 물고기는 어려서 잡기가 쉽기 때문에 거짓말을 물고기에 비유하고 이 악의없는 만우절 거짓말을 ‘4월의 물고기’라고 표현한다.
  
만우절 풍습이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는 프랑스의 경우 만우절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프랑스의 로렌 공작은 그의 부인과 함께 프랑스 서부의 항구 도시인 낭트에서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의 몸이 되었는데, 그들은 탈출을 시도해 4월 1일 아침 일찍 농부차림으로 변장을 하고 도시의 성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들 도망자의 신분을 알게 된 한 여자가 수위에게 그 사실을 알리자 감옥을 지키던 병사들은 ‘4월의 바보장난’이라며 웃어 넘겼다고 한다. 결국 공작부부는 만우절 덕분에 목숨을 건진 셈인데 이 이야기를 통해 프랑스에서는 ‘만우절’이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풍습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각국에서 만우절이라 하여 특별한 행사를 하지는 않지만(예외로 호주의 경우는 시드니에서 만우절 페스티벌을 펼친다.), 만우절에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가 세상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특히 세계의 각 언론매체는 밉지 않은 거짓말을 실어 만우절 재미를 톡톡히 살린다. 몇 년전 중국의 경우는 관영신문인 「중국청년보」에서 만우절을 맞아 최우수 지식인 가족에 대한 출산완화 정책, 달에서의 땅투기 등 가짜 기사를 한 면에 게재에 독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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