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기 타

오월의 숙제 (2021.05.23)

동선(冬扇) 2021. 5. 23. 11:29

봉하마을 주차장 - 묘역 - 마애불 - 부엉이바위 - 정토원 - 자암봉수대(사자바위) -

호미 든 관음상 - 봉하둘레 2길(도둑골,약수암) - 묘역 - 봉하마을 주차장

(2시간)

 

07:00 집에서 출발

         숙제를 하고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매년 오월이 되면 꼭 해야만 하는 마음의 숙제가 있었다. 그래서 매년 오월이면 숙제를 하곤하고

         그래야 맘이 편해진다. 

         그런데 마침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 숙제를 하기에 딱 좋은 날이 된 거다. 

         아주 간단한 채비와 카메라 두 대가 전부다. 

         늘 그런 편이지만 오늘도 일찍 나서서 일찍 돌아 올 생각이다. 

 

07:50 봉하마을 주차장. 묘역

         봉하마을을 찾아 온 사람들은 아직 몇 명 밖에 보이지 않았다. 행사 준비를 위한 관계자들과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관들만 보인다. 

         멀리 노대통령님의 묘역이 보인다. 천 원으로 신중하게 고른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들고 묘역으로 갔다. 

         중계방송을 위한 방송장치들이 설치되고 있었다. 

         묘역 앞에서 고개를 한참 동안 숙였다. 언제가 내가 하늘나라에 가면 뵐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노대통령님은 고등학교 한참 고참 선배님이시다. 

         그렇다고 어떠한 개인적 관계를 맺은 적은 없다. 살아생전에 한 번 악수한 사이라고나 할까!

         참으로 오랜 전이었다.

         대통령이 되기도 훨씬 전이다.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고교동문 골프대회'가 있었는데, 골프장 로비에서 한 번 악수를 했었다. 

         그 당시에도 그 특유의 어색한 웃음이 있었다. 

         그게 전부다. 

         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고.....그리고 또 12년 전인 2009년 오늘!

         난 울산대공원 장미원에서 아름다운 장미꽃에 취해있을 때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08:15 마애불

        봉하마을에서 정토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불상인데, 자연 암벽에 조각된 앉아 있는 석불로 발견 당시 산 중턱

        바위 틈에 끼여 옆으로 누워 있었단다. 훼손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존 상태는 좋은 편이다.

        당나라 황후의 꿈에 한 청년이 나타난 자꾸 자기를 괴롭히자 신승의 힘을 빌려 그 청년을 바위 틈에 넣어 김해

        땅 봉화산의 석물이 되게 하였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단다.

        신체의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얼굴은 둥글고 풍만하며 세련된 조각으로 되어 있어 고려 시대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08:22 부엉이바위 

        봉화산에는 큰 바위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사자바위이고 하나는 부엉이바위란다.

        부엉이바위는 옛날 봉화산에 부엉이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그 형상도 부엉이를 많이 닮았단다.

        봉하 마을 입구에서 보면 부엉이바위가 보이지 않고 사자바위가 눈앞에 바로 보여 많은 사람들이 사자바위를

        부엉이바위로 착각하기도 한단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곳에서 투신을 한 이후로는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부엉이 울음소리를 대신하고 있단다.

 

08:30 정토원

        천 년 가야의 전설을 간직한 김해 봉화산에 위치해 있는 정토원은 1920년 한림면에 거주한 지방 유지 이진일의

        발의에 의하여 지암사란 이름으로 세워져 지역 유일의 신앙 도량으로 자리하였단다.

        노무현 대통령의 49재를 지내기도 했으며 2009년에는 고인을 기리는 100재가 거행되기도 했단다.

        산속에 있는 사찰이지만, 산이 낮고 평평하여 찾아가기 힘들지는 않단다. 

        봉화산 정토원 마당의 중앙에는 100년 된 배롱나무가 있는데, 배롱나무는 꽃이 한번에 피고 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 피고 지는 덕에 마치 오랫동안 꽃이 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백일홍나무라고도 부른단다.

       

        이 배롱나무에는 한 가지 슬픈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목이 세 개 달린 이무기가 있었는데 이 이무기는 매년 어느 어촌 마을에 나타나 처녀 한 명을 제물로 받아

        갔단다. 한 장사가 이를 안타깝게 여겨 그 해에 제물로 선정된 처녀 대신 그녀의 옷을 입고 제단에 앉아 있다가

        이무기가 나타나자 이무기의 목 두 개를 베었단다. 하지만 싸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단다. 아직 이무기의 목 하나

        가 남아 있었던 것. 장사는 처녀에게 자신이 마지막 하나까지 베는 데 성공하면 흰 깃발을 달고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달 것이니 그리 알라 하였고 처녀는 백 일간 정성을 다해 기도를 드렸단다.

        하지만 백 일 후 처녀는 멀리서 오는 배에 붉은 깃발이 달린 것을 보고 실망하여 그 자리에서 그만 자결을 하고

        말았는데, 장사가 이무기가 죽을 때 뿜은 붉은 피가 흰색 깃발에 묻은 것을 모르고 깃발을 올렸던 것이란다.

        그 후 처녀의 무덤에서는 붉은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백일간 기도를 드린 정성의 꽃, 바로 백일홍이 되었다고

        한단다.

 

08:40 자암봉수대

08:45 호미 든 관음상

        1959년 봉안된 '호미 든 관음 개발 성상'은,

        한국 전쟁이 끝난 후 황폐해진 국토에서 국민들이 초근목피(草根木皮 : 풀뿌리와 나무껍질이라는 뜻으로,

        양식이 부족할 때 먹는 험한 음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연명하던 시절에 혼란과 가난, 슬픔에 잠긴 나라를

        위해 젊은 불교 학도 31명이 민족 생존의 방향을 제시하는 정신적 횃불을 올린 데서 시작되었단다.

 

        이들은 4대 개발(심신, 사회, 경제, 사상)의 정신을 담은 관음상을 봉화산 정상에 세웠는데, 호미를 들고 노동하는

        부처님이라는 파격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단다.

        그 후 태풍으로 여러 차례 넘어지는 아픔을 당하기도 하였으며, 지금의 관음상은 최초 31명의 대표 중 한 사람인

        불자가 석재로 그 자리에 24척(축대 포함) 크기로 다시 조성하여 2005년에 모셔 놓은 것이란다.

        정토원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봉화산 둘레길(2길)

        봉화산 둘레길에는 1길과 2길이 있는데, 1길에 좀 더 길고, 볼 것이 많다.

        1길은 편백나무숲길의 시원함과 화포천생태길에서 이름모를 수많은 야생화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화포천의 제방길에는 그늘이 없어 따까운 햇살을 견뎌야는 고통도 따른다. 

 

09:38 봉하마을

        아직까지 추모행사는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 

        아마 10시쯤 시작되겠지, 하지만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아마 행사도 아주 간단하게 할 것 같고,

        아예 묘역은 통제된 상태로 평소 때보다 100분의 1, 1000분의 1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09:55 봉하마을 출발

10:50 집 도착

        내일은 건강검진이 예약되어 있다. 6월에는 주치의와 상의한 후 백신도 맞을 것이다. 

        올해는 계획이 하나 더 생겼다.

 

        어제 밤, 어느 티비 채널에서 외국인 서너 명이 '쓰리 픽스 챌린지'라며 하는 것을 봤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을 연이어 하는 산행이었는데, 재밌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서 올해는 이 '쓰리 픽스 챌리지'를 한 번 해 봐야겠다.

        3일에 걸쳐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을 하는 것이다. 내가 몇십년 전 산행을 시작하게 된 것도 이런 어떤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일 건강검진을 위해 며칠 전부터 가벼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도 죽과 두부국을 먹었다.

        아침에 나오면서도 카스타드 빵 몇 개와 사과 한 개, 물 한병이 다였다. 

        지금 내 배속에는 이유도 모르면서 밥 원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사자바위)

 

(부엉이바위)

 

(마애불)

 

(부엉이바위 정상)

 

(정토사)

 

(사자바위 정상)

 

(호미 든 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