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제주도 올레길

2014.10.11. 12코스 (무릉생태학교 ~ 용수포구)

동선(冬扇) 2014. 10. 12. 11:03

 

무릉생태학교 - 평지교회 - 녹남봉 - 산경도예 - 무인카페 - 신도포구 - 수월봉 - 자구내포구 - 당산봉 - 용수포구

(산행시간 : 6시간)

 

 

06:00 기상

          아마 자면서 몇 번은 눈을 떴는 것 같다. 최종으로 5시쯤 눈을 떴지만 일어날 수가 없다.

          아니 일어나 봐야 할 게 없다. 그렇다고 불을 켤 수도 없고, 밖에 나갈 수도 없다.

          한 시간쯤 뒤척이다 탕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겨 나왔는데, 버스가 6시 반은 넘어야 있단다. 그래도 일찍 길가로 나왔다.

06::50 탄산온천 출발( -> 모슬포, 1,400원)

07:05 모슬포 버스정류장 도착

         모슬포에서 무릉리 생태학교로 가는 버스가 07:40분에 있단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 뒤에 있는 김밥집에서 휴대폰, 카메라 밧데리 충전을 하면서 김밥 두 줄과 라면 한 개로 아침을 떼웠다.

         그래도 이렇게 아침을 먹을 수 있는게 어딘가! 오늘은 간식거리도 없어 아침을 먹지 않고는 걸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다행이다.

07:40 모슬포 버스정류장 출발 ( -> 950번 버스, 무릉리 생태학교, 1,400원)

         내가 타고 가야할 950번 버스가 왔는데, 차 안에는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다. 버스 기사님에게 무릉리 생태학교로 가는지 물었더니 안간된다.

         건너가서 타랜다. 내가 좀전에 탄산온천에서 모슬포로 올 때 타고 온 버스 기사님은 무릉리로 가는 버스는 자주 없지만,

         07:40분쯤에 950번 버스를 타면 된다고 분명히 말했었다. 이것 이상하다.

         느낌이 이상해서 차 뒤로 가 휴대폰으로 차번호를 찍으려 했더니만 기사님이 차에서 내리고, 또 김밥집 주인부부가 와서 버스 기사님에게 재차

         물으니 간덴다. 어이 없는 일이다.

07:50 무릉리 도착

          버스가 목적지에 가까와 지자 예전에 왔던 기억이 났다. 

 

07:58 무릉생태학교(11코스 끝지점, 12코스 시작점) 

08:35 평지교회

08:52 숭모원

09:29 녹남봉

09:38 산경도예

         예전에는 초등학교였는데, 폐교되면서 도예작업장으로 바뀐 듯 했다.

10:10 무인카페(노을과 어울림, 2,000원)

         두 시간 넘게 그늘이 없는 땡볕을 걷다보니 지쳐있었는데, 마침내 해변가에 닿았고 무인카페가 오아시스처럼 느껴졌다.

         온갖 커피와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이 있었고, 멋지게 꾸며져 있었다.

         아이스 라떼 한 잔을 먹고 싶었지만 만드는 재주가 없어, 그냥 쥬스 한 잔을 마셨다. 음료수는 종류에 불구하고 2,000원 이란다.

10:57 신도포구

11:45 수월봉

11:58 수월봉 화산쇄설층

12:16 누이를 목놓아 부르는 동생의 눈물

13:15 자구내포구(차귀도 선착장)

13:27 당산봉

13:40 생이기정

         제주어로 새를 뜻하는 '생이'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말로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길을 뜻한단다.

14:00 용수포구(12코스 끝지점, 13코스 시작점)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올레길을 걷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14:20 용수포구 출발(음료수 700원)

         용수포구에서 제주시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약 20분 정도 걸어서 큰 도로로 나가야 한단다.

         도로로 걸어 나오다 맘씨 좋은 아주머니의 승용차를 잠시 얻어 타고, 큰 길로 나왔다.

14:35 용수리 버스정류장 도착

15:00 용수리 버스정류장 출발( -> 제주공항, 교통비는 교통카드 사용으로 대부분 얼마인지 모름)

16:00 제주공항 도착

         원래 일정은 내일(12일)까지 제주에 머물고 내일 밤에 부산으로 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태풍소식 등 기상예보가 좋지 않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굳이 제주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 오늘 돌아가기로 맘 먹었다. 하지만 비행기 좌석이 없단다.

         아침에 좌석 대기 신청을 한 것도 연락이 없다. 혹 현장 대기 하면 갈 수 있을까 하고 걷기가 끝나자 마자 바로 공항으로 왔지만 대기조차도 만원이란다.  

         난감하다. 어쩔 수 없다면 내일 오는 수 밖에 없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걸었더니 비지니스석이라도 이용하겠느냔다. 그래서 마일리지 일부를 사용하고 처음으로 비지니스석을 타게 되었다.

 

이번에 또 제주 올레길 일부구간을 걸었다.

이것을 전부 마무리 짓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2010년 1월에 시작했으니 벌써 4년이 넘었다.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했다고 누가 알아주거나 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냥 하고 싶은 것이다.

지리산 둘레길도 했고, 영남알프스 둘레길도 했다. 부산 갈맷길도 했고, 영덕 블루로드길도 했다. 제주 올레길도 마무리 하고 싶다.

언젠가는 하겠지만, 이렇게 걷다 보니 한해 한해가 다름을 느낀다. 열정과 몸은 반대로만 가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작은 것이나마 할 수 있을 때 해야지.

 

비록 이번 올레길을 하면서 잠자리도 불편했고, 벌에도 쏘였는지 간지럽기도 하고, 양쪽 허벅지 위에 땀띠 같은 피부염도 생겼고,

배낭을 맨 양쪽 허리에 상처도 생겼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무 생각도 없이, 아니 걸으면서 어떤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썼다.

아무도 없는 산길, 숲길, 바닷길, 밭길, 마을길을 걷는 것 자체가 좋은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