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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2013.07.08) - 무라카미 하루키

동선(冬扇) 2013. 7. 7. 17:29

 

 

 

 

저자 소개

  저 : 무라카미 하루키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처음으로 소설을 쓴 것은 29살때였다. 첫 소설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였는데, 1978년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히로시마 카프와의 경기를 도쿄 진구구장에서 보던 중, 외국인 선수였던 데이브 힐튼 선수가 2루타를 치는 순간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1949년 일본 교토부 교토시에서 태어나 효고현 아시야시에서 자랐다. 국어교사이자 다독가였던 양친의 영향으로 많은 책을 읽고 일본 고전문학에 대해 들으며 자랐으나, 일본적인 것보다는 서구문학과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 중학교 시절에 러시아문학과 재즈에 탐닉했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 손에 사전을 들고 커트 보너거트나 리차드 브라우티건과 같은 미국작가들의 작품을 탐독했다. 1968년 와세다대 문학부 연극과에 입학해 격렬한 60년대 전공투 세대로서 학원분쟁을 체험한다. 1971년 학생 신분으로 같은 학부의 요코(陽子)와 결혼,1974년 째즈 다방 '피터 캣'을 고쿠분지에 연다.「미국영화에 있어서의 여행의 사상」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7년간 다녔던 대학을 졸업하고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했으며 이 작품으로 군조 신인 문학상을 수상했다.

1982년 장편소설 『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제4회 노마 문예 신인상을 수상했고, , 전혀 다른 두 편의 이야기를 장마다 번갈아 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1985년 제21회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1987년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함으로써 일본 문학사에 굵은 한 획을 긋게 된다.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들의 한없는 상실과 재생을 애절함과 감동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전 세계 누적 1000만 부 이상을 기록하며 '무라카미 붐'을 일으켰다. 또한 1997년에는 옴진리교 '지하철 독가스 사건'을 취재한 특이한 르포집 『언더그라운드』를 발표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에 대한 평론집이 일본에서만 수십권에 이르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단정짓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모든 작품을 통틀어 그는 현대사회의 소외된 군상들의 고독을 '나'라는 일인칭 시점으로 집요하게 파헤쳐왔다. 또한 하루키에 대한 평론에서 그치지 않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고 자란, 이른바 ‘하루키 칠드런Haruki Children’이라 불리는 작가들이 등장, 하루키 리믹스 붐을 일으키고 있어 그의 문학이 가지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고 있다. 리믹스 소설이란, 다른 작가의 원작 소설을 작가 자신만의 개성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혼합, 변형, 재창조한 소설을 일컫는다. 모토기 후미오의 『회전목마의 데드 히트 REMIX』, 이누카이 교코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REMIX』 등이 있다.

하루키는 어렸을때부터 일본 문학을 좋아하지 않았고 오히려 영문학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일본적인 것들이란 단지 등장하는 여러가지 일본어로 된 지명과 이름들 뿐이다. 그래서 일본의 일상과 이야기를 작품에서 다루고 있으면서 전혀 일본에 국한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작가는 '슬픈 외국어'에서 의미없는 하나의 언어에 의존하여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일이 슬프다는 얘기를 꺼낸 바 있다. 그럼에도 하루키는 언어로 결코 표현될 수 없는 개개인의 심리묘사와 의식세계를 탁월한 그만의 문체로 묘사해준다. 또한 언제나 작품의 끝에서 던져주는 여운들과 미완성인 듯한 느낌을 주는 스토리 구조는 더 없는 감동으로 독자들을 다음 작품으로 안내한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세계 40여 개국에서 번역,출판되었는데 특히 미국과 유럽 쪽은 ‘하루키 전집’이 발행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그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2005년 「뉴욕타임스」는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해변의 카프카』를 ‘올해의 책’에 선정했다. 또 2006년에는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해럴드 핀터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는 체코의 ‘프란츠카프카 상’을, 2009년에는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2011년에는 카탈루니아 국제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를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빵가게 재습격』, 『댄스 댄스 댄스』, 『태엽감는 새』, 『언더그라운드』, 『스푸트니크의 연인』,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어둠의 저편』, 『도쿄기담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Q84』 등 수많은 장·단편 소설, 번역물, 에세이, 평론, 여행기 등을 발표했다.

1981년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영화화 되었다. 2005년에는 이치가와 준 감독이 『토니 타키타니』를, 2010년에는 트란 안 훙 감독이 『상실의 시대』(원제 : 노르웨이의 숲)을 영화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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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묵묵히 시간을 들여 거리를 뛰어간다. 빨리 달리고 싶다고 느껴지면 나름대로 스피드도 올리지만, 설령 속도를 올린다고 해도 그 달리는 시간을 짧게 해서 몸이 기분 좋은 상태 그대로 내일까지 유지되도록 힘쓴다. 장편소설을 쓰고 있을 때와 똑같은 요령이다. 더 쓸만하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펜을 놓는다. 그렇게 하면 다음 날 집필을 시작할 때 편해진다. 어니스트 허밍웨이도 아마 비슷한 이야기를 썼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계속하는 것-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역 : 양억관

경희대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 아시아 대학교 경제학부 박사 과정을 중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마쓰모토 세이초, 미야베 미유키, 시바 료타로, 히가시노 게이고, 야마다 에이미 등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번역하였다. 소설 인문 교양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솔뮤직 러버스 온리』, 『야구장 습격사건』, 『우안』, 『무한도시 NO.6』, 『너의 친구』, 『베드타임 아이스』, 『120% COOOL』, 『탐정 갈릴레오』, 『아빠는 가출중』, 『한밤중에 행진』, 『우리가 좋아했던 것』, 『용의자 X의 헌신』, 『중력 삐에로』, 『러시 라이프』, 『69』, 『나는 공부를 못해』, 『스텝 파더 스텝』, 『바보의 벽』, 『플라이, 대디, 플라이』, 『남자의 후반생』,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냉정과 열정 사이』, 『공생충』, 『교코』, 『장량』, 『교양으로 읽어야 할 중국지식』,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라라피포』, 『컨닝 소녀』 『패왕의 가문』,『제로의 초점』 『나는 모조인간』 등을 번역했다.

책속으로

대학교 2학년 7월부터 다음 해 1월에 걸쳐 다자키 쓰쿠루(多崎つくる)는 거의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사이 스무 살 생일을 맞이했지만 그 기념일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런 나날 속에서 그는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것이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는지, 지금도 그는 이유를 잘 모른다. 그때라면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지방을 넘어서는 일 따위 날달걀 하나 들이켜는 것보다 간단했는데.
쓰쿠루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죽음에 대한 마음이 너무도 순수하고 강렬하여 거기에 걸맞은 구체적인 죽음의 수단을 마음속에 떠올릴 수 없어서였을지도 모른다. 구체성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였다. 만일 그때 손이 닿는 곳에 죽음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었다면 그는 거침없이 열어젖혔을 것이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말하자면 일상의 연속으로서.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가까운 곳에서 그런 문을 발견하지 못했다. ---pp.7-8

그녀의 집 거실에 있던 야마하의 그랜드 피아노. 시로의 꼼꼼한 성격에 맞게 늘 조율이 잘되어 있었다. 티 하나 없이 맑게 윤기를 띤 표면에는 손가락 자국도 없었다. 창으로 비쳐 드는 오후의 햇살. 정원의 사이프러스가 늘어뜨리는 그림자. 바람에 흔들리는 레이스 커튼. 테이블 위의 찻잔. 뒤로 단정하게 묶은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과 악보를 바라보는 진지한 눈길. 건반 위에 놓인 열 개의 길고 아름다운 손가락. 페달을 밟는 두 발은 평상시 시로를 생각하면 상상이 안 될 만큼 힘차면서도 적확했다. 그리고 종아리는 유약을 바른 도자기처럼 하얗고 매끈했다. 연주를 부탁하면 그녀는 곧잘 그 곡을 쳤다. 「르 말 뒤 페이」. 전원 풍경이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영문 모를 슬픔. 향수 또는 멜랑콜리. ---pp.80-81

“역을 만드는 일하고 마찬가지야. 그게, 예를 들어 아주 중요한 의미나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약간의 잘못으로 전부 망쳐져 버리거나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어. 설령 완전하지 않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역은 완성되어야 해. 그렇지? 역이 없으면 전차는 거기 멈출 수 없으니까.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맞이할 수도 없으니까. 만일 뭔가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필요에 따라 나중에 고치면 되는 거야. 먼저 역을 만들어. 그 여자를 위한 특별한 역을. 볼일이 없어도 전차가 저도 모르게 멈추고 싶어 할 만한 역을. 그런 역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거기에 구체적인 색과 형태를 주는 거야. 그리고 못으로 네 이름을 토대에 새기고 생명을 불어넣는 거야. 너한테는 그런 힘이 있어. 생각해 봐. 차가운 밤바다를 혼자서 헤엄쳐 건넜잖아.”
닫기 ---pp.382-383

줄거리

다자키 쓰쿠루는 한때 흐트러짐 없이 친밀하고 완벽한 공동체에 속해 있었다. 아카(赤), 아오(靑), 시로(白), 구로(黑). 색채 풍성한 네 명의 친구들 곁은 다자키 쓰쿠루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장소였다.
그러나 고향 나고야를 떠나 도쿄로 올라온 그는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 친구들로부터 제대로 된 이유조차 듣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절교를 당한다. 그다음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다자키 쓰쿠루는 죽음만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친구 하나 없는 도쿄에서 혼자서 죽음에 가까운 절망을 느끼고, ‘돌아갈 장소’가 없는 절대적인 고독을 겪는다. 그리고 그 고통을 견뎌 낸 후 쓰쿠루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친구들에게 입은 단절의 상처로 남에게 마음을 순수하게 터놓지 않는,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서른여섯 살이 된 쓰쿠루는 도쿄의 철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런 그에게 16년 전 입은 상처는 언제나 안에서 피를 흘리는 ‘덮어 둔’ 역사로 남아 있다.
쓰쿠루는 여자 친구 기모토 사라에게 ‘네 명의 완벽한 공동체’와 그곳에서 소외당한 경험을 이야기했다가 마음에 걸려 소화되지 않은 무엇인가를 풀기 위해서라도 다시 그 친구들을 찾아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그는 사라의 말대로 그간 잊고 지내 온 것들을 되찾기 위하여 인파가 붐비는 도쿄 역에서 순례의 여정을 시작한다.
돌아가야 할 곳, 되찾아야 할 것을 찾아…….
다자키 쓰쿠루는 그 여정 가운데 무엇을 찾아내고 또 어디로 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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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르 말 뒤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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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2) 트로이메라이

Traumer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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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3)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제47번

 

순례의 해 두번째 해 이탈리아 중에서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제47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