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ㅅ,ㅇ,ㅈ

2012.08.19. (오봉산, 내린천 : 61산방)

동선(冬扇) 2012. 8. 20. 21:37

 

배후령 - 1봉 - 2봉 - 3봉 - 4봉 - 오봉산(779) - 부용산 갈림길 - 적멸보궁 갈림딜 - 688봉 - 청평사 - 구성폭포 - 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

 

 

 

2012.08.18. 23:00 부산 출발

 

목적이 산행이 아니라 래프팅이다.

부산지역에서 래프팅을 가게되면 주로 경호강쪽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원도 내린천이다.

래프팅을 제대로 하려면 강원도 동강이나 내린천이란다.

그래서 산행겸 무박으로 가기로 했다.

 

남자 회원들은 무박으로 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지만, 여자 회원들이 무박이라 아무래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래도 이번 무박 산행에 참여한 회원을 보면 성비율이 비슷하게 참가했다. 아니 막상 가보니 16대 16이고, 게스트 2명을 포함하여 총 32명이다.

무박 산행이라 끼니는 산악회에서 제공하기로 했다.

 

현 운영진의 마지막 산행이다.

다소 래프팅에 대한 사고의 우려성도 있지만, 결코 사고를 우려해서 이것을 못해본다면 아마 생전에 다시는 이런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더구나 최근 중부지방에 비가 좀 와서 래프팅의 즐거움을 더할 것 같아 좋다.

 

 

 

무박 산행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배후령에 도착하니 비가 조금 잦아 들었다.  이 또한 좋은 징조다. 시락국에 밥을 말아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날 밝아오는 시점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코스가 참으로 좋다, 적당한 높이에, 기암괴석에, 짙은 안개랑 어울리는 멋진 소나무가 즐비하다.

아마 날씨가 맑아 조망이 좋았다면 이런 풍경을 맛볼 수 없었으리라.

 

짧게 산행을 끝내고, 래프팅 장소로 이동했다.

몇 년동안 수영을 해도 아직 물에 못 뜬다는 귀여운 총무를 포함해서 총 30명이 래프팅에 참여했다. 참으로 우연히도 15:15다.

3개의 보트에 나누어 타고 내린천을 내려온다. 물을 무서워 하던 사람도 거친 물살에 짜릿한 래프팅의 맛을 느끼고는 재밌다고 아우성이다.

또다른 느낌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거친 물살에 내가 탄 보트가 뒤집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난 보트에서 튕겨나 물속에 한 번 빠진 후 바로 거친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간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회원 둘이 새파랗게 질려 떠내려 가고 있다. 물론 난 수영을 할 줄 알지만 거친 물살에는 어쩔 수 없이 그냥 떠내려 갈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카메라도 들고 있다. 겁에 질려 있는 여회원들을 괜찮다고 달래가면서 중심을 잡아주며 같이 수십미터를 떠내려 왔다.

겨우 다른 보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물가로 나왔다.

 

같이 탄 10명의 회원들 모두 무사한 것 같았다. 그들보다 우리 3명은 50미터 정도 더 떠내려 온 듯 하다. 아마 여자 회원들은 많이 놀랬을 것이다.

또 종착지에 도착하니 다른 보트도 뒤집혀서 다친 사람도 있단다. 물론 타박상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있었다. 순간 이렇게 죽는구나라고 생각한 사람도 많았다.

총무중 한 사람은 바위에 다리가 부딪혀 걷지를 못한다. 부산으로 내려오다 병원에 들러기도 했다. 다행이 뼈에는 이상이 없단다.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2012.08.19. 22:40 부산 도착

무사히 산행 및 래프팅을 마치고 부산에 도착했다.

비록 래프팅 때 급류에 보트가 뒤집히는 바람에 다친 사람도 있고, 아찔한 경험을 했던 회원들도 있었지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가 소방 산악회 회장으로서 마지막 산행이었다. 이제 산행에 대한 부담은 없어졌다. 남은 것이라고는 목요일 총회행사를 잘 하는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간 마음 졸이는 나날들이었다. 산행 참여가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어서 힘들었다.

산행할 때 혹 사고나지 않을까 맘 졸였다. 회원들의 모임에도 맘대로 갈 수 없었다. 일부러 회원들을 피한적도 많았다.

얻은 것도 있겠지만, 잃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얻고, 잃은 것은 내 개인의 일이나, 욕심으로인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잃은 것이 있을 지라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이제 끝났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고, 끝났다. 이제부터는 가끔 회원들과 술도 마시고, 모임도 가고, 누구든지 만날 것이고,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 모습을 찾는 계기도 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계획도 하고, 공부도 할 것이다. 예전처럼 또 혼자서 산행도 할 것이고,

지리산 둘레길도 마무리 짓고, 제주 올레길도 이어갈 것이다. 지리산, 설악산도 찾을 것이고, 책도 더 많이 볼 것이다.

 

이렇게 홀가분하게 내 역할을 마치게 해 준 소방 산악회 운영진과 회원들에게 고마운 맘을 전한다. 참으로 어설프게 회장이 되어, 면식도 없는 회원들로

운영진을 구성하고, 두려움과 외로움에서 시작했는데, 지금 이리 기분좋게 끝낸다.

난 참 복많은 사람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까칠한 성격이 있음에도 내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많이들 도와준다. 아무튼 훌륭하지는 않겠지만

나쁘지 않게 끝낼 수 있어 무엇보다도 행복하다. 아마 차기 운영진들은 지금보다 더 훌륭하게 할 것이다. 오로지 전체를 보고 가면 자신은 조금 손해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좋은 결과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한다. 특히 두 여자 총무님들이 너무도 고맙다. 너무나 많은 일을 아무런 불평없이, 차질없이 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 산대장님들,

또한 너무나 고맙다. 회원이었으면서 한 번 제대로 대화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산대장을 맡아 훌륭하게 회원들을 이끈 공이 크다.

카페 관리자님도 산악회 카페를 훌륭하게 꾸미고 관리해 주었다. 운영위원 또한 그 공이 적지 않다. 함께 해준 시간들 너무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