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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 특강(2012.07.09) - 오주석

동선(冬扇) 2012. 7. 10. 09:03

 

 

 

 

책소개

한 폭의 좋은 그림은 예술품으로 끝나지 않고 사람과 시대를 말해주는 역사와 문화의 표지가 된다. 이 간단한 진실이 왜 우리 그림과는 연결되지 못했을까? 저자 오주석씨의 말을 빌면 우리 옛그림 안에는 우리가 지금 이 땅에 사는 이유, 그리고 우리인 까닭이 들어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우리그림 하나 대기가 힘들다.

저자는 이 사실이 못내 아쉬워 전국을 돌며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에 대해 강연을 해왔고, 마침내 이 강연이 한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강연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린 문장 덕분에 쉽고 재미있게 읽혀, 누구라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 우선 반갑다. 슬라이드를 틀듯이 적재적소에 실려 있는 그림 덕분에 페이지를 넘겨가며 그림을 찾아 설명과 일일이 대조하는 수고도 덜었다.

책을 펼치면 우선 저자가 생각하는 옛그림 감상의 두 원칙이 나온다. "옛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사람의 마음으로 느낄 것." 거창하고 엄숙한 이야기일까 긴장했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 그림을 볼 때는 세로쓰기를 사용했던 옛사람의 눈에 맞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그림을 보라는 것. 서양화를 감상할 때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움직이면 그림의 중심 구도와 X자꼴로 부딪혀 버린다. 몇폭 병풍이라면 이야기를 마지막부터 거슬러 읽어 나가는 셈이 된다.

두번째 장에서는 옛 그림에 담긴 우주관과 인생관을 살펴본다. 탑의 층수, 사대문의 이름을 음양오행으로 설명하고, 이를 핸드폰 자판의 천지인 시스템과 연결하며 여기서 다시 한글의 제자원리를 설명한다. 본격적인 그림 이야기로 들어가면 '세계 최고의 호랑이 그림' <송하맹호도>를 예로 들어 한국 사람의 치밀함과 섬세함을 말하고, <백자 달항아리> 속에 담긴 성리학의 가르침을 전한다. 일본식 표구 때문에 본래 기백의 반도 전하지 못하는 경우를 안타까와 하고, 일본식 미감을 우리것이라 이해하는 것을 꾸짖기도 한다.

세번째 장에서는 그림을 통해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하나하나 살펴본다. '고대사는 아무리 자랑스러워도 덜 가르치고, 근대사는 아무리 본받을 것이 적어도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기계적인 생각 때문에 폄하되는 조선이지만, 저자가 옛그림을 공부하면서 다시 곰곰히 따져본 조선은 519년간 계속된, 검소하고 도덕적이면서도 문화적인 삶을 영위한 나라였다. <이채 초상>을 비롯한 극사실 초상은 조선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터럭 한오라기가 달라도 남이다'라는 마음을 바탕에 깐 이 초상들은 예쁜 모습보다 진실한 모습, 참된 모습을 중시했던 조선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처음에 말했듯이 이 책은 강연 형식으로 되었기에, 그 어느 미술 감상서보다 편하게 다가온다. '청중 웃음' '청중 큰박수' 등 양념처럼 끼어 있는 말이 글의 분위기를 더욱 생생하고 흥겹게 한다. 저자가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부터 계속 인용해온 공자님의 글 하나.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우리 것을 알고 싶고, 좋아하고 싶고, 언젠가 즐기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자 소개

저 : 오주석

吳柱錫 서울대 동양사학과, 동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더 코리아헤럴드 문화부 기자, 호암미술관 및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원을 거쳐 중앙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간송미술관 연구 위원 및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단원 김홍도와 조선시대의 그림을 가장 잘 이해한 21세기의 미술사학자라 평가받은 그는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강연을 펼쳤으며, 한국 전통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선 사람이다. 2005년 2월 49세의 나이에 혈액암과 백혈병을 얻어 스스로 곡기를 끊음으로써 생을 마쳤다.

그는 그림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읽고 그 속의 작가와 대화를 하도록 가르쳐준다. 그림 속에서 무심히 지나칠 선 하나, 점 하나의 의미를 일깨우며 그림의 진정한 참맛을 알게 한다. 그러기에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워졌고 이에 따라 98년에 <단원 김홍도>로 시작된 그의 저술은 계속 이어지면서 옛 그림에 대한 일반인들의 사랑을 불러 일으켰다. 학계에서는 그에 대해 "엄정한 감식안과 작가에 대한 전기(傳記)적 고증으로 회화사의 저변을 넓히는 데 힘써 왔다"고 평가한다. 1995년 김홍도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단원 김홍도 특별전'을 기획해 주목받았으며, 저서로는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단원 김홍도』『우리 문화의 황금기 진경시대』및 유작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이 있다.

오주석은 “우리 옛그림 안에는 우리가 지금 이 땅에 사는 이유, 그리고 우리인 까닭이 들어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우리그림 하나 대기가 힘들다”고 하면서 전국을 돌며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에 대해 강연을 해왔다. 그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知者 不如樂之者)"는 옛말을 인용하며, "감상은 영혼의 떨림으로 느끼는 행위인 만큼 마음 비우기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의 대표작 『단원 김홍도』에서는 김홍도의 전모를 크게 세 층위에서 당대의 화가 가운데서도 여러 방면의 그림을 가장 잘 그리고, 게다가 글씨까지 잘 쓴 서화가의 면모, 시를 잘 짓고 악기를 잘 다룬 풍류인의 면모, 그리고 사람 됨됨이가 호쾌하면서 일방 섬세한 선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고 문일평 선생은 그를 일러 '그림 신선'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일차적으로는 그 예술의 드높고 아득한 깊이를 말한 것이지만, 나아가서 그의 생김생김이나 인품, 그리고 초탈한 생활의 모습이 신선 같았다는 조희룡의 전기에 근거한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김홍도의 작품 속에서 시대에 대한 그의 사랑을 읽어내고 또한 그 자신과 스승 강세황의 여유롭고 해학적인 기질과 그의 절대적 후원자였던 뛰어난 철인군주 정조의 훌륭한 예술적 안목과 위민정치의 양상을 읽어낸다.

『오주석의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9명의 명화 12점을 충실하게 해설하는 작품으로 우리 옛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우리 문화유산 안내서이다. 이 책은 김명국의 <달마상>, 안견의 <몽유도원도>, 윤두서의 <진단타려도>, 김정희의 <세한도>,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씨름>과 <무동> 등 12편의 명화가 간직한 숨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그 그림들이 왜 좋은지, 왜 의미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는 오주석 선생이 타계한 이후 그가 생전에 제출했던 연구계획서에 따라 유고를 모아 역사문화 연구소에서 낸 책으로 그의 석사논문을 발전시켜 쓴 글이다. 조선 선비의 심오한 철학과 이념적 지향 위에서 강산무진도를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