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피천
시간도 멈춘 오지의 강을 건너고 걷고...!
무인지경 적막강산 물길 따라 거슬러 오른다.
우리나라 마지막 오지 왕피천
등허리 긁어서 안 닿는 곳’이 울진이라고 했다.
‘택리지’도 ‘한때 유람하기는 좋으나 오래 살기는 불편한 곳’이라고 경북 울진을 기록하고 있다.
왕피리(王避里)는 울진에서도 오지마을.
고려 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피신했다 해서 이름이 붙여진 왕피리.
어렵게 났던 신작로마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두메산골이다.
왕피리는 왕피천(王避川)을 더듬어 올라가야 제격이다.
왕과 일행들이 난리를 피해 왕피리를 찾아 갔던 길을 따라 흐른다 해서 붙여진 왕피천.
초입에는 ‘지하 금강’의 비경 성류굴이 자리하고 있다.
왕피리로 가는 길은 보물섬을 찾아 나선 탐험가의 지도에나 있을 법해 보인다.
성류굴을 뒤로한 채 수곡리, 구산리를 지나면 협곡 사이의 시퍼런 물줄기가 쫓아오는 뱀과 같이 마구 뒤틀어진다.
3∼4㎞ 정도 이어졌을까. 모래톱이 하얗게 빛나는 수곡(水曲)은 애잔하고도 웅장한 절경이라 보는 이를 자지러지게 한다.
포장길은 여기서 끝났다. 그러나 풍경은 끝나지 않는다.
굴굿에서 비포장길을 따라 덜컹거리며 가다보면 다리가 후들거리는 만장절벽에 이르게 된다.
왕피리 ‘특거리’에 사는 김명옥할머니(66)의 표현에 의 하면 ‘널찌면(떨어뜨리면) 행(휑) 날아가는 식’으로 깎였다.
아슬아슬한 벼랑에 신의 걸작품 하나가 걸려있다. 부처바위. 뾰족한 기암 셋 이 어깨를 나란히 겨눈 양이 꼭 본존불이 두 협시불을 거느리고 있는 것 같다.
이어지는 곳은 ‘올말’.집 몇 채 모여 사는 조그만 마을로 제법 널찍하게 물이 고인 ‘용소’(龍沼)를 만나게 된다.
놀라움과 신기함으로 이어진 여정 끝에 이른 마을이 왕피리.
오지의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질(길)이 십리만 뚫리면 속 시원하겄어예” 성류굴을 지나 80리 가까운 왕피천길을 따라 오면서
아무데서나 한번쯤 숨어 살면은 좋겠다는 생각이 순간순간 스치곤 한다.
왕피천과 불영천이 절경을 연출하며 흘러가는 일대가 통고산 자락.
공민왕이 국운이 기울어감을 통곡하며 넘었다 해서 산 이름도 통고산(通古山 1,607 m)이 아니던가.
오지마을이 흔히 그렇듯 왕피리에는 겨우 몇 집만 모여 있어도 제각각 불 리는 이름들이 다 있다.
하나같이 예쁘고 깜찍한 우리말 이름들이다. 속사,시 목,병위,임광터,뱀밭,햇내,거리굿,시리들,동수골….
왕피리에서도 공민왕이 숨어 있었던 곳은 ‘임광터’였다고 마을 어른들은 전해주고 있다.
“왕이 숨어 있었다는 표지는 없어도 이야기가 그렇게 전 해져” 떠도는 전설을 나침반 삼아 왕피천을 따라 들어온 오지마을.
공민왕이 전란 피해 숨었다는 오지계곡
왕피천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해 울진군 서면과 근남면을 거쳐 동해로 흘러드는
총 연장 68km의 긴 하천이다.
높은 산과 절벽으로 둘러싸인 왕피천은 예로부터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그 덕분에 오랜 세월 때 묻지 않은 비경을 간직하게 됐다.
한 때 일부 구간의 개발로 심한 오염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깨끗이 치유된 상태다
왕피천(王避川)이란 이름은 울진군 서면 왕피리에서 따온 것이다.
고려시대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까지 들어왔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현재 이곳에는 1994년 이후 정착한 한농복구회 유기농공동체를 중심으로 12개 마을 9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왕피천 가운데 길이 없는 구간은 울진군 서면 왕피리 속사 마을부터 근남면 구산리 상천동까지 5km 사이.
문명세계에서 벗어나 호젓한 강물에서 즐기는 강줄기 트레킹의 최적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교통이 매우 불편해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이 대단히 어렵다.
자가용으로 왕피리나 상천동으로 접근해 트레킹을 시작한 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이 가장 무난한 트레킹법이다.
울진군 근남면 구산리 상천동의 마지막 집에 차를 세우고 비포장도로를 따라 작은 고개를 넘으며 왕피천에 닿는다.
길은 따로 없다. 첨벙첨벙 물을 헤치고 강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한다.
강물이 크게 한 굽이를 돌면 사방이 막힌 적막강산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락치 않은 왕피천은 물고기의 천국이다.
바닥이 보이는 깨끗한 물속에 고기들이 쉬지 않고 헤엄치고 있다.
순박한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즐기며 강줄기를 따라 걷다보면 여름의 더위는 까맣게 잊을 수 있다.
물속을 걸어가며 여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것이 강줄기 트레킹의 묘미다
작은 폭포가 형성된 곳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오른쪽으로 굽도는 강줄기를 따라 넓은 모래밭을 통과하면,
정면에 왕피천 중에서 가장 절묘한 풍광을 지녔다는 용소가 보인다.
여기가 가장 위험한구간인 용소라는 곳인데 수영하여 내려가는 방법과 산으로 우회할 수도 있다
강물이 잠시 머물다 가는 이곳은 수심이 깊은 데다 양옆이 수직절벽으로 둘러싸여 헤엄쳐 건너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다.
남쪽 지능선으로 난 우회로를 이용하면 도보로 통과가 가능하다.
왕피천의 핵심 경관인 용소.헤엄쳐서 건너지 못하면 산을 넘어야 한다.
우회로를 통과하면 용소 바로 위로 뚝 떨어져 내려선다. 비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이곳까지는 약 1시간 거리.
용소를 통과하면 왕피천은 평범하게 변한다. 잔잔한 강을 둘러싼 산자락은 두루뭉술하고 하상의 바위도 큰 특징이 없다.
합류하는 두 가닥의 지계곡을 지나 넓은 자갈밭을 통과하면(용소에서 20분 거리) 물굽이가 다시 크게 휘돈다.
이곳에 숨어 있는 비경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영월 동강의 대표적인 비경인 어라연보다 큰 바위섬이 왕피천 한가운데를 막고 서고 있는 것이다.
바위 위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자라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바위섬을 넘어 물을 건너 또 다시 물굽이를 돌면 잔자갈이 깔린 널찍한 장소가 나타난다.
잘 정비된 야영장 같은 강변이다. 하지만 자갈밭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허리까지 빠지는 깊은 물을 건너야 한다.
이곳을 통과해 서너 차례 물굽이를 돌면 서서히 강폭이 넓어진다.
조금 멀리서 본 용소 일대. 드러난 하얀 바위가 이색적이다
바위 사이에 떠내려 온 철근 구조물들이 걸려 있다.
넓은 자갈밭이 있는 곳에서 물을 건너 20분 정도 진행하면 멀리 숲 사이로 건물 지붕이 보인다.
울진군 서면 방면에서 찻길이 닿아 있는 왕피리 속사 마을이다. 용소에서 시작해 1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거리다.
왕피천 트레킹의 골칫거리이자 묘미는 바로 교통편이다. 워낙 오지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울진군 서면 소재지인 삼근리에서 박달재를 넘어 왕피리까지는 약 13km. 도보로 3~4시간은족히 걸리고,
울진에서 택시를 타면 요금이 50,000원이 넘게 나온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그래도 접근하고 빠져나오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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