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도 있다 '얼짱 각도'
꽃망울이 팝콘처럼 터지는 계절이다. 개나리도 벚꽃도 진달래도 봄을 재촉하듯 앞다퉈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책상에 화사한 꽃을 한 아름 꽂아 놓은 동료도 제법 보이고, 주말에 가족과 꽃구경을 가겠다는 친구도 많아졌다. 얘기 끝엔 꼭 이런 질문이 따라붙는다. "꽃 사진 잘 찍는 법이란 게 혹시 있나? 이상하게 눈으로 볼 때보다 안 예쁘게 찍히네."- ▲ 렌즈(100㎜ macro)·감도(ISO 400)·셔터 스피드(1/200sec)·조리개(f/5.6).
첫 번째 원칙. 꽃을 찍기 전에 먼저 여자친구 보듯 차근차근 뜯어보자.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더 잘 나오는 각이 따로 있기 마련이다. 왼쪽 얼굴이 더 귀엽게 나오는 여자가 있고 오른쪽 얼굴 선이 더 고운 사람이 있다. 꽃도 마찬가지다. 구석구석 둘러봐 주는 게 중요하다. 앞에서 찍어서 예쁜 꽃이 있는가 하면 측면에서 찍는 게 더 나은 꽃이 있다. 무조건 셔터를 누르지 말고 어떻게 찍어야 더 아름답게 나올지 꼼꼼히 살펴보자. '얼짱' 각도를 먼저 찾아주는 노력을 해야 꽃도 카메라와 교감을 한다.
둘째 원칙. 서서 찍지 말라는 것. 여자친구 사진 찍을 때를 떠올려보자. 애인을 낮은 의자에 앉혀놓고 정작 본인은 서서 찍으면 여자친구는 유난히 깡총하게 나오기 마련. 얼굴만 큼직하게 찍혀서 이상하게도 보인다. 꽃도 예외가 아니다. 대개 꽃은 사람보다 키가 작다. 이럴 때 그냥 서서 위에서 눌러 찍으면 예쁘게 나오질 않는 데다 굉장히 평면적인 사진이 된다. 가능한 한 꽃에 바싹 다가가 몸을 낮추고 찍자.
세 번째 원칙. 날씨에 연연하지 말자. 여자친구 사진 찍어준다고 해가 쨍쨍한 날에 나갔다가 낭패 본 경험이 다들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날씨가 화창해야만 사진이 잘 나온다고들 생각하지만 의외로 인물 사진은 해가 비스듬하게 기운 때나 날이 흐린 날, 비가 살짝 흩뿌리는 날에 더 분위기 있게 나온다. 꽃 사진도 마찬가지다. 하늘이 맑고 봄 햇살이 투명한 날에만 사진이 잘 나오는 게 아니다. 수분을 적당히 머금은 흐린 날, 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날이 오히려 더 안성맞춤. 적당히 가라앉은 배경 덕에 꽃의 생김새가 더 빛나 보인다.
이 사진은 2007년 5월에 찍었다. 아네모네 꽃송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물뿌리개로 물을 뿌려주면서 찍었는데 덕분에 꽃잎의 색깔과 감촉이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됐다. 렌즈는 접사촬영이 가능한 100㎜ 마크로(macro) 렌즈를 사용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여자친구 찍을 때처럼 신경 써서 찍어보자. 꽃은 금세 그 화사한 자태로 카메라와 눈맞춤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