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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우의 쉬운 사진] ④ '통제불능' 아이 사진 어떻게?

동선(冬扇) 2011. 5. 26. 15:36

 

인내하고…또 인내하라

조카 녀석은 이제 만 세 살이 됐다. 내 눈엔 너무나 예뻐서 볼 때마다 어쩔 줄 모르겠는데 사진만 찍을라치면 항상 도망간다. 나보다 속앓이를 하는 건 여동생이다. 조카 사진을 찍으면서 항상 탄식을 한다. "얘가 좀처럼 카메라를 안 봐!" 여동생에게 말해준 적은 없다. 아이 사진 잘 찍는 비법이 실은 따로 있다는 걸. 그걸 놓치면 좋은 아이 사진은 건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말이다.

비법은 간단하지만 지키긴 무척 힘들다. 첫 번째 원칙은 바로 '인내하라'. 뜬금없이 웬 인내인가 싶겠다. 그러나 아이 사진을 잘 찍으려면 그야말로 '전속 사진가'가 된 것처럼 굴어야 한다.

 
아이들은 좀처럼 통제가 안 된다. 불러도 가까이 안 오고 웃어 보라고 외쳐도 시무룩한 표정을 지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쓰러지도록 깜찍하게 웃는 모습을 찍었다면 그건 운이 좋았거나 혹은 오래 기다려서 찍었다는 얘기다.

많은 부모들은 여전히 아이 사진을 찍을 때 전속 사진가가 아닌 '출장 사진가'처럼 군다. 1~2시간만 찍고 떠날 것처럼 초조해한다. 그래서 빨리 웃길 원하고 얼른 재롱을 부려주길 원한다.

두 번째 원칙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대목에서다. '억지로 요구하지 말라'는 것. "웃어봐" "똑바로 서야지" "여기 좀 보자" 이렇게 외치는 순간 아이들은 오히려 집중력을 잃는다. 그냥 놔둘 때보다 산만해진다. 아이를 대상으로 연출사진을 찍어선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사진을 찍은 건 1997년 4월이다. 소풍 나온 아이들을 찍어볼 마음으로 용산가족공원에 갔다. 한참 둘러봤지만 영 신통한 장면이 없었다. 포기할 무렵, 아이들이 선생님과 풀밭에서 '그대로 멈춰라' 놀이를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 솔직히 말하면 사실 그 순간 강한 유혹을 느꼈다. "얘들아, 잠깐만 모여볼래!"라고 외쳐서 불러 모은 뒤 "자, 아저씨가 하나 둘 셋 외치면 다 같이 멈춰서 보자"라고 주문해서 바로 찍고 떠나고 싶은 충동 말이다. 이렇게 하면 일은 쉽게 끝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선 재미있는 사진이 나오질 않는다. 결국 기다려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처음엔 옆에 있는 낯선 카메라 기자를 힐끗 보며 의식하는 듯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잊었다.

아이들은 노래가 나올 땐 눈을 질끈 감고 멈췄다. 표정도 무척 진지했다. 곁에서 그 모습을 계속 찍었다. 한 컷, 두 컷, 세 컷….

얼마나 찍었을까. 여자 아이 하나가 '멈춰라!'라는 노래가 끝날 때 눈을 미처 감지 못하고 엉겁결에 손가락만 눈 아래 얼른 갖다 댄 게 보였다. 셔터를 눌렀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비로소 '건졌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