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藝 術 房/시, 수 필

사랑

동선(冬扇) 2006. 12. 11. 15:12

 

사랑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어

몹시 괴로운 날들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허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들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의 하고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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