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설 악 산

2012.10.06 ~ 07. (설악산 : 동료) - 1

동선(冬扇) 2012. 10. 8. 11:15

 

한계령 - 한계령 갈림길 - 중청 대피소 - 대청봉 - 중청 대피소 - 소청 삼거리 - 희운각 대피소 - 천불동 계곡 - 비선대 - 소공원

(산행시간: 총 14시간, 한계령~중청: 8시간, 중청~소공원: 6시간)

 

 

 

2012.10.05.

22:40 부산 출발(노포동 -> 양양, 42,600원)

          1년 4개월만에 찾은 설악산이다.

          설악산을 찾을 때면 난 항상 설렌다. 이는 그 누구도 느낄 수 없는 나만의 설레임이다.

          내가 현재 이렇게 산을 찾게 만든 이유도, 산을 사랑하게 된 이유도 이 설악산 때문이다. 설악산에 관련된 내 추억은 너무나 아련하다.

          내가 살아서 산을 찾는 동안에는 이에 대한 내 추억은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동료들과 산을 간다.

          아마도 설악산을 처음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맘 때의 설악산 대피소 예약은 하늘에 별 따기 보다 더 어렵다. 그런데 하늘이 도와 한 사람에게 예약을 허락해 주었다.

          평소 덕을 많이 쌓았던 모양이다. 이러기에 다른 할 일이 있어도 만사를 제쳐야 한다.

 

2012.10.06.

04:00 양양 도착

          기온이 생각만큼 낮지 않다. 오히려 따스한 느낌이다.

          한계령으로 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3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그리 번화가가 아니라 어디 갈 때도 없다. 찜질방도 없단다.

          설렁하고 조그마한 시외버스 터미널 안에서 할 일없이 앉아 있다. 한 사람은 터미널 바닥에 아예 누워버린다.

          터미널에서 한 참 떨어진 곳에 24시간 영업하는 김밥 집을 찾아 들어갔다. 그기서 내키지 않은 아침을 먹고 죽쳤다.

 

07:00 양양 출발(양양 -> 한계령, 3,400원)

07:50 한계령(오색령) 도착

          산을 찾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중에는 전문적으로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보이지만, 그저 단풍구경을 나온 사람들도 상당한 듯 하다.

          교수랑 대학생로 보이는 무리들도 있고, 직장 동료들로 보이는 젊은 무리들도 많이 눈에 띈다.

          산행 들머리에서 겨우 몇 백미터 올라온 곳에서부터 더 이상 산행을 못할 것 같은 젊은이들도 보인다. 물어보니 대청봉을 거쳐 오색으로 내려간단다.

          걱정스럽다. 물론 젊음이라는 든든한 힘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10:55 한계령 갈림길

          작은 새 한 마리가 우리 주위를 맴돈다. 발 가까이 까지 왔다가 나르곤 한다.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있는가 보다.

13:12 끝청

          역시 높은 산인가보다. 그렇게 맑게 보이던 산도 금새 구름으로 덮힌다. 구름이 산의 반만 덮고 있다. 재미있는 풍경이다.

13:51 중청 대피소 도착

          사람들로 가득하다. 오늘도 실외에서 자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날씨가 그리 춥지 않고, 바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실내에서 잘 수 있는 내가 괜히 미안스럽기도 하다.

          가져온 고기를 굽고, 술도 마셨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들이 있어 보통 소주 병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펫트 병 소주(700ml) 5병와 양주도 가져 왔단다.

          아마 나도 두 잔 정도는 마셨으리라. 

16:05 대청봉          

          높은 산의 참으로 변화무상하다.

          하루 종일 날씨가 맑아 그리 좋던 조망도 중청에 도착해 점심 겸 저녁을 먹는 동안에 짙는 구름이 대청봉을 삼켰다 토했다를 반복한다.

          혼자 대청봉을 올랐다.

          같이 온 일행들은 먹는 것이 더 좋단다.

          정상에는 그런 상황에서도 올라와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기록 한 장을 남기고 내려왔다.

21:00 대피소 소등(대피소 이용료: 8,000원, 모포 대여: 2,000원)

          대피소에서 정한 소등시간이다.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이 시간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다. 

          짐만 무겁지 않다면 책이라도 한 권 가져왔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대피소 실외에는 아직까지도 한창이다. 요리를 해먹는 무리, 술을 마시는 무리, 미리 잠자리를 만드는 무리들....

          대피소 로비 시멘트 바닥에는 진작부터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으로 만원이다.

          나도 이 이전 산행 때 취사장 시멘트 바닥에서 잤다. 또 그 이전 가을산행 때는 대피소 처마 밑에서 잔적이 있는데 추워서 죽을 뻔했다.

          참으로 대단한 열정들이다.

          치마 밑에서, 길가 자갈밭에서도 달랑 비닐 한장을 깔고 덥고, 침낭으로만 잔다. 누가 이런 열정을 갖게 했을까!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술을 마신 동료들은 코를 골면서 잘도 잔다. 이럴 때는 술 마시는 것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다.

          잠이 언제 들었는지, 또 언제 깼는지를 수없이 되풀이 한 듯하다.

  

2012.10.07.

02:40 달과 별을 보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또 잠을 깼다.

         우리가 배정받은 자리가 대피소 3층 맨 구석이라 몸 한 번 움직이기가 힘든다.

         잠자는 사람들을 넘고 지나가야 하고, 90도 계단을 내려와야 한다. 그래서 함부로 움직일수도 없다.

         화장실을 찾았다. 자고 있는 모습들이 가관이다.

         하늘에는 반 달보다 조금 작은 달과 별들이 촘촘하다.

         하지만 금방 구름 속에 숨는다. 나랑 숨박꼭질 하자는 듯 숨기를 반복하고 있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일출 시간이 06:20분이다. 그러면 5시쯤 일어나 반쯤은 출발하면 충분하다. 

         3시 반쯤 되니 벌써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또 조금 있으니 어린 아이가 울어 제친다.

         더 이상 자기는 다 틀렸다. 벌써 취사장에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이렇게 냄새나는 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잠을 잤을 것이다.

 

         동료들이 아침을 짓는 동안 난 카메라로 새벽에 대청봉을 오르는 사람들의 불빛을 잡았다.

         참 대단한 사람들의 불빛이다. 대청봉을 오르는 사람들의 불빛도 있을 것이고, 대청봉을 거쳐서 반대쪽에서 오는 불빛도 있을 것이다.

05:30 대청봉으로 출발

05:50 대청봉 도착

         시장이 따로 없다. 난리법석이다.

         사진은 커녕 온전한 정상석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다. 동료들과 정상석과 떨어진 곳에서 사진 한 장을 그냥 찍었다.

         결국 일출은 못봤다.

         하지만 난 설악산과 잘 맞는 듯 하다. 내가 산을 찾게 만들어 준 산도 설악산이고, 올 때마다 언제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산이다.

07:00 중청 대피소 출발

07:14 소청 삼거리 통과

08:05 희운각 대피소 도착

10:30 천당 폭포

10:42 양폭

10:55 오련폭포

12:05 비선대

12:50 신흥사

13:00 소공원

 

13:20 소공원 출발(소공원 -> 속초 터미널, 1,100원)

14:00 속초 터미널 도착

14:45 속초 출발(속초 -> 포항, 31,500원)

          속초에서 부산가는 버스가 13:40쯤이 막차란다. 부산으로 바로가는 버스가 없다. 포항가서 버스를 갈아타야만 했다.

20:20 포항 도착

20:40 포항 출발(포항 -> 부산, 7,700원)

          포항물회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포항에서도 부산으로 가는 막차시간 곧바로 있단다. 아니면 10시 넘어서 심야버스를 타야한단다

          할수 없이 저녁도 못먹었다. 다행히도 경주 터미널에서 40분간 또 정차를 한단다.

          터미널 간이 분식집에서 국수와 라면에 또 술이다.

22:30 부산 도착

          저녁을 제대로 못 먹었다. 부산 노포동 터미널에도 이미 식당문을 다 닫았다. 마땅히 요기할게 없다.

          터미널 바깥쪽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오뎅과 함께 또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신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떨어지지 않는 것이 술이다.

          모처럼 만에 동료들과 즐겨보는 시간이었다. 이틀 산행하는 동안 날씨도 무척 좋았다. 춥지도 않았다. 이런 시간들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23:30 집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