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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영화 (모래성, 10.10.13) - 부산국제영화제

동선(冬扇) 2010. 10. 14. 08:40

 

 

 

 

 

 

 

 군 입대를 목전에 둔 18살 소년 En은 지금 머리가 복잡하다. 옆집 소녀와의 첫사랑,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할머니의 치매, 엄마의 새로운 연인. 거기다 몇 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젊은 시절 싱가폴 학생운동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아들에게 알리려 하지 않았던 부모 세대의 고통과 희생. 그는 아버지의 삶을 추적하면서 싱가폴 근대사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기록필름과 사진을 활용하여 20세기 중반 싱가폴의 정치적 격장을 스크린에 불러들이고 그 위에 (부재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입혔다. 하지만 부준평 감독은 이 무겁고 심각한 정치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결코 전투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개인사와 역사를 교직시킨 자리에 한 소년을 중심축으로 세워놓은 이 영화는 오히려 차분하고 서정적이다. 감독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스스로의 삶을 기꺼이 희생시킨 이들을 기억하는 것, 오늘날 싱가포르의 소년소녀들이 누리는 자유와 풍요가 어디서 왔는지를 상기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듯하다. 데뷔작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숙한 연출력을 선보인 이 감독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부준펑 / BOO Junfeng
부준펑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편 영화 감독 중 한 사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영화아카데미 2005년 졸업생이다. 그의 작품들은 2005년부터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최우수감독상, 심사위원특별상 등의 상을 휩쓸었다. 그는 자국 내 7명의 감독들이 모여 연출한 <럭키 7>의 연출에도 참여하였다. <모래성>은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