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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산악인

동선(冬扇) 2008. 5. 27. 17:31

 

황영조도 능가하는 심폐기능 소유한 여성 산악인 2인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8.05.28 03:07 | 최종수정 2008.05.28 10:52

오은선·고미영씨, 8000m급 14개봉 정복 경쟁 불붙다 둘 다 심폐기능 뛰어나… "황영조 능가할 정도" ● 42세 오은선 최근 마칼루·로체봉 무산소 등정… 7개봉 아시아 기록 ● 40세 고미영 17일 로체봉 올라 5개봉째… 선배 상대로 선의의 경쟁

한국
여성 산악인 오은선(42·블랙야크·수원대OB)씨가 8000m급 고봉 2개를 연거푸 '무산소'로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 5월13일 '검은 귀신' 마칼루봉(8463m)에 이어, 5월 26일은 로체봉(8516m)을 무산소로 올라 뭇 남성 산악인들을 놀라게 했다.

↑ 북한산에서 다정하게 얼싸안은 두 여성 산악인 오은선(왼쪽)씨, 고미영(오른쪽)씨. 이 들의 8000m급 14개봉 완등 레이스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 조선영상미디어 정정현 기자 rockart@chosun.com

 
8000m고봉의 무산소 등정은 높이가 8400m 이상 봉우리인 경우에만 의미를 두는 것이 국제 산악계의 관례. 이 고도부터 산소 사용 여부에 따라 극단적으로 신체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8000m급 14개 고봉 가운데 8400m가 넘는 봉우리는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K2, 캉첸중가, 로체, 마칼루 5개다. 오씨는 한국 여성 최초로 이 중 2개를 무산소로 오른 것이다. 이 등정으로 오씨는 8000m급 7개 봉 등정을 끝내 여성 산악인으로서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오씨는 마칼루봉을 두 차례에 걸친 시도에서 실패한 뒤 세 번째 시도에서 성공했다. 이어 인근의 로체봉 아래로 베이스캠프를 옮겨 4~5일 휴식을 취한 뒤 마칼루봉 등정 13일 만인 26일 오전 10시30분 로체 정상에 섰다. 오씨는 무산소에다 셰르파의 도움도 받지 않고 단독으로 로체를 오르는 강인함을 보였다. 오씨는 2004년 에베레스트(8848m) 등정 때도 최종 캠프 이후엔 홀로, 그것도 동료 대원의 시신을 코앞에 마주한 공포감도 극복하고 오른 강심장인 인물이다.

오은선씨의 기록을 추격하는 또 한 명의 여성 산악인이 있다. 고미영(40·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씨는 5월 17일 로체봉을 올라 현재 8000m급 5개 봉 등정을 기록했다. 고씨는 매니저 겸 등반 파트너로서 노련한 산악인인 김재수(46·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씨와 더불어 산소도 최대한 사용하면서 일단 14개 고봉 완등 목표를 내걸고 있다.

이로써 무산소 여부를 떠나 오은선, 고미영 두 여성 산악인의 8000m 급 14개봉 완등 레이스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 다만 오은선씨는 무산소로 오름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오은선씨는 두어 달 뒤인 올 8월 말~9월 초에 걸쳐 파키스탄 히말라야의 가셔브룸I봉(8068m)과 브로드피크봉(8047m) 연속 등정을 시도할 계획이다. 얼핏 보기에 지나친 무리로 보일 수 있지만 8000m 고봉 등정은 고소 순응이 돼 있을 때 연속해 해치우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산악인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한 예로 8000m 급 14개봉 완등자인 박영석씨는 한 해에 6개나 등정한 적도 있다.

여성 산악인으로서 8000m급 최다 등정기록 보유자는 오스트리아 의 겔린데 칼텐브루너(Gerlinde Kaltenbrunner·38)로서 현재 11개를 올랐다. 이 여성의 기세 또한 만만찮아 한국의 두 여성 산악인이 칼텐브루너보다 앞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8000m 고봉 등정에는 무수한 난관과 예측 불허의 상황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결과는 아무도 단정짓기 어렵다.



오은선씨와 고미영씨는 현재 매년 2~3개봉 등정을 계획하고 있으며, 두 사람 각각 블랙야크와 코오롱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고 있는 등, 등반 외적 조건도 좋다. 산악인들은 "해외원정은 일단 떠나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해왔다.

두 여성은 산악인으로서 성장 과정이 극단적으로 다르지만, 성격이나 등반 성향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오은선씨는 알피니즘을 강조하며 전통과 서열을 중시하는 대학 산악부를 통해 산악인으로 성장했다면, 고미영씨는 스포츠 클라이머로 대성공을 이룬 뒤 고산등반으로 전격 방향 선회를 했다. 두 사람 모두 소수 대원에 의한 속공(速攻)등반을 선호하며, 남성들도 놀랄 정도의 단호함과 집중력을 가졌다.

두 사람 모두 단신이지만(오은선 154cm, 고미영 160cm) 신체조건이나 체력은 산악인의 평균치를 크게 넘어선다. 오은선씨는 태릉선수촌에서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는데 "심폐기능이 황영조보다 좋다"는 말을 들었다. 등반속도가 빠르고 몸이 재다고 하여 별명이 '날다람쥐'다.

고미영씨는 심박수가 분당 49회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성인 심박수는 60~80회이며, 엄홍길 씨는 55회 정도, 황영조씨조차도 52, 53회 정도라고 한다. 성인 남녀의 연령이 같은 경우 체지방률이 높은 여자가 남자보다 대개 심박수가 6~8개 많다고 하니, 고미영씨의 심박수는 놀라운 수준이다. 느린 심박수는 그만큼 나은 고소적응력을 보장한다. 네팔 고산족 셰르파 여성처럼 강인하다고 하여 '셰르파니'라 불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