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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추천 여행지] 드넓은 갈대밭에 울려퍼지는 생명의 노래, 순천만

동선(冬扇) 2011. 6. 10. 15:03

광대한 시간이 빚어낸 자연풍광 앞에서 여행자의 호흡도 길고 깊어진다. 누가 부러 씨를 뿌린 것도 아니다. 수천 년에 걸쳐 강물과 바닷물이 오가며 풍요로운 갯벌을 만들고 그 갯벌에 뿌리를 내린 갈대들이 스스로 품을 넓혀 200만평에 달하는 군락을 이룬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갈대군락이자 세계5대 연안습지로 꼽히는 순천만 갈대습지는 전라남도 순천시의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 순천만 바다로 흘러드는 3km의 물길을 따라 형성된 갈대들의 천국이다. 국제보호조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재두루미, 노란부리저어새 등 140 여종의 철새들이 몸을 쉬어가고 다양한 갯벌 생물들과 습지식물들이 함께 어우러진 생명의 보고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 41호로 지정되어 있고 국제적인 습지보호조약인 람사르조약에 등록될 정도로 세계적 관심과 명성을 함께 얻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조선닷컴]순천만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S자 물길

 

순천만을 오가는 배들이 정박했던 대대포구를 중심으로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입구의 자연생태관에서는 다양한 전시물과 영상물을 통해 순천만을 찾는 철새들의 모습과 갯벌의 생태, 습지식물들을 알아볼 수 있어 갈대밭으로 가기 전 꼭 들러야 할 곳이다.

대대포구에서 무진교를 건너면 본격적인 갈대밭 탐방이 시작된다. 하트모양으로 만들어진 나무데크는 남녀가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백년해로 한다고 소문난 코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 사이를 걷는 동안 나룻배와 초가지붕을 얹은 정자 등 낭만적인 정취를 더하는 구조물들이 여행자를 맞아준다. 물이 빠진 간조 때는 갈대밭 아래로 드러난 갯벌에 달랑게들이 분주히 오가는 모습도 보인다.

드넓은 갈대밭을 한눈에 보기 위해서는 용산전망대를 올라야 한다. 갈대밭 탐방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약 1km만 더 걸으면 전망대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울창한 소나무숲과 대숲이 어우러진 용산은 용이 하늘로 오르다 순천만 풍광에 반해 머물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야트막한 산이다. 전망대에는 수많은 사진애호가들이 순천만의 S자 물길과 낙조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일몰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막 몸집을 키우기 시작한 동글동글한 갈대군락들과 붉은 칠면초 군락 사이를 미끄러지듯 뻗어가는 S자 물길에 초점이 맞춰진다. 굽이치는 물길 위로 번지는 낙조는 장엄하기까지 하다.

야생의 갈대군락과 순천만의 속살을 보고 싶다면 생태체험선을 타보자. 순천만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S자 물길을 따라 순천만 앞바다까지 나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로 왕복 약 35분이 소요된다. 갈대밭을 돌아보는 또 다른 방법은 갈대열차를 타는 것. 갈대밭과 습지공원 사이로 난 뚝방길을 시원하게 달리며 갈대밭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갔다가 돌아올 수 있다.

순천만의 자연 경관은 많은 예술가들의 창작혼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순천만의 안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단편소설 < 무진기행 > 은 한국 현대 문학사에 큰 의미를 남긴 작품으로 작가 김승옥이 대대포구에 머물며 얻은 영감의 기록이다. 아름다운 동화 < 오세암 > 의 작가 정채봉의 고향도 순천만의 바닷가 마을이다. 이 두 작가의 작품 세계를 기리는 순천만문학관이 대대포구 위쪽에 만들어져 있어 순천만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뜻 깊은 시간을 갖게 한다. 갈대열차를 타면 좀 더 수월하게 둘러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반원 형태로 굽어진 순천만의 바다 풍광을 두 발로 걸으며 느낄 수 있는 걷기코스가 만들어졌다. 순천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걷는 남도3백리길은 모두 11개의 코스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 제 1코스인 순천만갈대길이 바로 그것이다.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룡면의 와온마을에서 출발해 용산전망대를 지나 갈대밭 탐방로를 걷는 코스다. 뚝방길을 따라 계속 걸어 화포해안에 이르는 동안 바다와 갈대, 그리고 작은 포구마을을 만나며 약 16km를 걷게 된다.

순천시내에 자리잡은 순천드라마세트장은 사랑과 야망, 에덴의동쪽 등의 TV드라마를 촬영한 야외세트장이다. 서울의 도심 풍경을 엿볼 수 있는 거리를 지나 7,80년대 서울의 달동네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세트장을 돌아보는 추억여행의 시간이다. 순천역 앞에서 운행하는 씨티투어버스는 순천만과 드라마세트장을 비롯해 낙안읍성과 송광사, 선암사까지 둘러 볼 수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하루에 단 한 차례, 아침 9시 50분경에 출발하므로 사전 예약은 필수다.

조선시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 누런 초가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낙안민속마을은 마한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100여 가구가 우리 고유의 주거양식을 그대로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마을이다. 인위적인 민속마을이나 양반 가옥으로 이루어진 마을과는 달리 일반 서민들의 주거 양식을 유지하고 있는 이 마을은 토속적인 멋과 정취를 느끼게 한다. 마을을 품고 있는 1.4km에 이르는 성곽 위를 걸으며 다정하게 머리를 맞대고 앉은 초가지붕을 감상하는 것도 여행 포인트. 초가지붕 아래 툇마루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는 민박체험도 할 수 있다.

조계산 자락에 자리 잡은 송광사와 선암사도 순천만여행에서 함께 둘러 봐야할 천년고찰이다. 송광사는 불보, 법보, 승보로 일컬어지는 우리나라의 삼보사찰 중 16국사를 배출한 승보사찰이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50여 개의 크고 작은 전각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국보와 보물, 지정문화재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대사찰이다. 본전 위쪽으로 오르면 2010년 입적한 법정스님이 머물던 불일암이 있다. 선암사는 깊고 시원한 물소리를 따라 오르는 계곡길과 300년 넘는 세월을 견뎌낸 승선교로 유명한 사찰이다. 2011년 현재 강선루가 복원공사 중이어서 아쉽지만 초록의 계곡을 이어주는 아치형의 승선교는 그 아름다움이 여전하다.

순천의 상수원인 주암호가 만들어지면서 수몰지역에서 발굴된 구석기시대와 선사시대의 유적을 전시해 놓은 고인돌공원을 둘러본 후 한적한 주암호반 드라이브를 즐기며 돌아온다면 백점 만점의 여행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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