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설 악 산

09.10.10 (설악산 용대리 ~ 백담계곡 : 나홀로)

동선(冬扇) 2009. 10. 12. 11:07

 

 용대리 - 백담사 - 영시암 - 수렴동대피소 - 봉정암 - 소청대피소 - 중청대피소(1박) -

대청봉 - 중청대피소 - 희운각 - 공룡능선 - 마등령 - 비선대 - 신흥사 - 소공원

 

 

 

09/10/09 22:40  부산에서 출발(노포동 동부터미널에서, 편도 요금 : 43,100원)

                         걱정이 앞선다.

                         비박을 해야하니 배낭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버너에, 가스에, 코펠에, 저녁, 아침 먹을 것에, 10년도 더 넘은 오랜된 침낭에, 메트에, 하우스용 비닐에, 여벌 옷이며......

                         평소 산행 배낭에 3~4배는 족히 넘는 듯 하다. 더구나 이틀간의 긴 시간 산행이다.

                         집을 나서면서 배낭과 카메라를 들어보니 과연 이 배낭을 메고 내가 2일간의 산행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첫날 백담사를 거쳐 봉정암을 통과하여 중청봉 대피소까지 가야한다.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산행을 시작한다 해도 아무리 빨리 걸어도 5시간이 걸리고, 천천히 걷는다면 7~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이 배낭을 메고 갈 수 있을까?

                         봉정암까지라도 갈 수 있을까? 봉정암이 아니라 영시암까지도 못가고 돌아 올 것만 같은 느낌이다. 걱정이 태산이다.

09/10/10 04:50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 도착

                         백담사를 가기 위해서는 또 시외버스를 타야하는데 아침 06:10분에 있단다.

                         앞으로 1시간 반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대합실에서 죽치는 수 밖에....

               06:10  시외버스 탑승

               07:12  용대리 도착

                         백담사를 가려면 이곳에 내려야 한다.

                         몇년전 처음 백담사를 비롯하여 설악산 첫 산행을 했을 때 아침을 먹었던 식당에서 순두부 정식을 얼른 먹었다.

                         그런대로 먹을 만한 식당이다. 이런 아침에 이런 식당이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좋기만 하다.

                         그리고 백담사을 오가는 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07:50  주차장 도착

                         주차장에 도착하니, 와~~~~.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100미터는 족히 넘게 줄을 서 있다.

                         아마 내 차례가 올려면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백담사까지 걸어 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기는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백담계곡도 어느 계곡 못지 않게 아름다운 계곡이다.

                         1시간 이상은 걸어야 백담사에 도착한다.

              09:13  백담사 도착

                        백담사에 들러는 것은 수신교에서 사진 한장을 찍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냥 좀 큰 규모의 절이다.

                        이런 절은 양산의 통도사, 부산의 범어사와 별 다르지 않은 그냥 절이다.

                        난 몇년전 이 절에서 하루를 묵었던 절이고, 내가 이렇게 산행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절이기도 하여, 나에게는 특별한 절이다.

                        이 절에는 만해 한용운님께서 머물렀던 절이고, 전두환 대통령이 잠시 머물렀던 절이기도 하다, 역사의 평가를 달리 하는 두 분이

                        이 곳에서 머문 것이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닌가!

              10:30  영시암 통과

              11:00  수렴동 산장 통과

              14:27  봉정암 도착

                        봉정암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사리탑 쪽으로 올라 갔다.    

                        분명 배낭을 내려 놓고 올라가는데 꼭 배낭을 그대로 메고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사리탑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각자의 소원을 빌면서 절을 하거나,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무리들 속에는 스님도 섞여 있었다.

                        난 그냥 가벼운 목례로서 기본적인 예를 표했을 뿐이다. 진실함을 가지지 못했음에 반성한다.

                        오늘 이곳 봉정암에서 숙박이 예약되어 있는 사람이 3천명이란다. 더 이상 수용이 불가능하여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단다.

                        대단하다.

             15:00  봉정암에서 출발

             15:30  소청봉 대피소 도착

                       소청봉 대피소에도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도 숙박을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곳은 이곳에 도착한 사람들에 의해 선착순 예약인데 이미 아침 9시에 끝났단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해달라는 사람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이 곳 소청 대피소는 몇년전 내가 처음 설악산 산행을 시작했을 때 이곳 산지기가 오늘 가장 빨리 올라온 사람이라며,

                       그리고 금강산을 볼 수 있는 이런 날 왔으니,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라며 손수 사진 한장을 찍어 주었던 곳이다.

                       난 컵라면 한개와 캔커피, 물 하나를 사서 먹었다.

            16:45  중청 대피소 도착

                      무사히 중청 대피소까지 왔다. 내가 내 스스로 대단하다 생각했다.

                      여기는 벌써부터 춥다.

                      그렇다고 마땅히 들어갈 곳도 없고, 앉아 있을 곳도 없다. 대피소 밖 평상에서 햇반 한개와 라면 한개로 일찍감치 저녁을 해결했다.

                      이제부터 내일 아침까지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날씨가 추워 그렇다고 밖에 있기도 힘들다. 어영부영 잘 시간을 기다리는 것외 달리 도리가 없다.

                      산장 처마끝에 비닐을 깔고, 메트를 깔고 쪼그리고 자리를 잡았다, 조금만 더 있으면 이런 자리도 차지 하지 못하고 밖에서 꼬박

                      밤을 샐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몇시간을 보내고 9시쯤 침낭을 깔았다. 화장실로 가는 길목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비닐을 깔고, 메트를 깔고, 침낭 위에 비닐을 덮었는데도 춥다. 바람 소리는 갈수록 세차진다.

                      이런 상태라면 내일 아침 대청봉 정상은 서 있기도 힘들지 모른다.

                      잠이 잘 오지도 않는다. 언제쯤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깨어보니 새벽 두시가 조금 늦었다. 춥다, 몹시 춥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서 눈은 뜬 상태로 한시간 반을 버텼다.

 

09/10/11 03:00  기상                        

               03:40  대청봉으로 출발

               04:20  대청봉 도착

                        대청봉에 올랐다.

                        밤새 무섭게 불던 바람도 잦았다.

                        하늘도 맑고, 춥지도 않다.

                        정상에는 항상 바람이 불어 서 있기도 힘들다는데 바람 한점없는 새벽이다.

                        하늘에는 작은 달과 북두칠성, 삼태성과 오리온 자리(난 이 3개의 별자리 밖에 모른다)가 쉽게 보인다.

                        이 별자리는 눈에 잘 띄어 찾기도 쉬워서 하늘에 별이 있을 때면 난 항상 찾는 별자리다.

                        삼각대만 있으면 더 선명한 별자리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들고 움직이지 않고 10여초를 버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달과 이 별자리를 찍을 수 있어 다행이다.

                        정상에서 오래 머물 수 없다. 많은 사람들로 인해 겨우 사진 한장을 부탁해서 찍었지만 선명하지 않다.

                        정상에서 멋진 일출도 볼 수 있겠지만 오늘 산행을 하려면 정상에서 내려가야 한다. 정상에서 30분 정도 머물다 중청으로 내려왔다.

                        배낭을 메고 바로 희운각 대피소쪽으로 향했다.

                        설악산 공룡능선을 타기 위해서다. 아침을 희운각 대피소에서 먹기로 했다. 가는 도중에 일출 모습도 봤다.

                        난 지리산보다 설악산과 궁합이 맞나 보다.

                        설악산보다 지리산을 훨씬 더 많이 찾았는데 아직 지리산 정상 천왕봉에서는 일출을 보지 못했고, 갈 때마다 좋은 날씨는

                        아니였다.

                        몇년전 설악산 처음 산행을 했을 때는 장마철이라 그 전날 억수같은 비가 왔었고, 가는 날도 비가 엄청 많이 와서 할 수 없이

                        산행을 하지 못하고, 백담사에서 하루를 묵은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내가 산행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비였다.

                        백담사에서 하루를 자고 난 다음 날은 거짓말 같이 맑은 날을 하느님께서 주셨다.

                        그래서 어제 온 이코스를 밟아 대청봉 정상을 접할 수 있었다.

             06:10  중청대피소에서 출발

             07:20  희운각 도착

                       햇반 두개와 옆자리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 젊은 남여가 끓인 김치찌게로 아침을 떼웠다.

             07:55  희운각에서 출발

                       날씨가 넘 좋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다. 설악산에서 이런 날이 과연 몇일이나 될까?

                       수많은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공룡능선을 타고 있다.

                       단풍 시즌이라 평소에 산을 찾지 않은 사람들이 나서기 때문이다.

                       2~3곳에서는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고 20 ~30분씩 서 있어야 했다.

                       힘든 산행이다. 체력도 바닥이다.

                       배낭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체력이 소진된 탓도 있지만 땀에 젖은 옷들과 땜에 젖는 배낭 탓도 있다.

            13:25  마등령 도착

            17:30  비선대 도착

                       희운각에서 비선대까지 장장 10시간이 걸렸다.

                       특히 마등령에서 비선대까지 4시간이나 걸렸다. 아마 내 체력이 다해서 1시간정도는 더 늘어난 것 같다.

                       무릎이 아프거나, 다리가 아픈 것은 아니다. 단지 내 체력이 다해서 오는 탈진 증상이다.

                       어떤 때에는 5 ~ 10미터를 못가서 쉬어야 했고, 50미터를 못가서 쉬어야 했다. 정말 힘든 산행이었다.

                       다시는 겨울 비박 산행을 하지 않을 것이다.

                       비선대에 도착해서 물이 차가와서 30초도 발을 담그고 있을 수 없는 맑은 물에 세수를 하고, 발을 씻고 나니 좀 나아졌다.

                       비선대에서 버스를 탈 수 있는 소공원까지도 30분 이상 걸여야 한다.

                       이 평길도 내게 힘겨웠다.

             18:35  신흥사 통과 및 소공원 도착

             21:10  속초에서 출발

                        지금은 부산가는 시외버스 안이고, 밤 10시가 넘었다.

                        심야버스라 버스안 승객들은 모두 잠이 들었다. 난 독서등을 켠채 간단하게 설악산 산행을 마무리 하고 있다.

                        몸은 고되고, 경비도 만만찮게 들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뿌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산행하는 내내 걱정해준 친구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무사히 마친 이번 산행으로 난 행복하다.

 

09/10/12  03:40  부산 도착